황제의 불행, 신인 때 잉태
▲ 지난 2월 13일 리보르노전에 출전했다가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한 호나우두는 수술을 마친 후 현재 휴식 중이다. | ||
지난 10년 동안 ‘축구황제’로 명성을 날렸던 브라질의 축구스타 호나우두(31·AC 밀란)가 무릎 부상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벌써 무릎 부상만 세 번째다. 지난 2월 13일 세리에 A 리보르노전에 출전했다가 왼쪽 무릎의 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호나우두는 수술을 마친 후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미 이번 시즌은 물 건너갔고, 다음 시즌에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앞으로 9개월 동안 재활 훈련을 받으면 되지만 호나우두 본인 스스로 “재활 기간 동안 은퇴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겠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호나우두의 잦은 부상을 두고 ‘약물 남용’의 결과라는 목소리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호나우두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신인 시절 근육강화제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다량으로 복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사람은 얼마 전까지 브라질 축구협회에서 도핑 테스트를 담당했던 베르나르디노 산티. 그는 호나우두의 망가진 몸에 대한 책임을 호나우두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2년여 동안 몸담았던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에 돌렸다.
당시 호나우두의 나이는 17세.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던 호나우두는 그때만 해도 왜소하고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한창 자랄 나이였지만 발육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골격이나 체격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호나우두의 몸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체격이 커졌고, 근육도 비대해졌다. 이에 대해 산티는 “어린 호나우두에게 아인트호벤은 여러 가지 보충제를 주었는데 이 중에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나볼릭은 근육을 빠른 시간 안에 성장시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인트호벤이 어린 호나우두에게 한 번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정기적으로 이 약물을 복용토록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근육은 커졌지만 뼈대는 아직 다 성장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둘 사이에 부조화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산티는 “특히 허벅지의 근육과 무릎 뼈 사이의 부조화는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처음 복용 후 10년~15년 혹은 20년 후에나 서서히 나타난다”고 말하면서 “약물을 복용할 당시에는 반짝 효과가 나타났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부작용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시절 호나우두. | ||
그래서일까. 지난 1999년 인터밀란에서 뛰던 시절에 호나우두는 처음으로 오른쪽 무릎의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으로 수개월 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2000년 복귀전에서 다시 부상을 입으면서 20개월 동안 결장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주치의에 따르면 오른쪽 무릎의 슬개건은 완전히 끊어졌으며, 그 후유증으로 오른쪽 무릎은 현재 일정 각도 이상 구부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놀라운 사실은 호나우두의 오른쪽 무릎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그의 허벅지 근육이 다른 신체에 비해서 과도하게 발달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지나치게 비대한 허벅지 근육이 무릎의 슬개건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릎 부상이 잦았다는 것.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리보르노전의 왼쪽 무릎 부상 역시 오른쪽 무릎 부상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호나우두 역시 그라운드에 넘어지면서 “그때 그거랑 똑같아!”라고 소리를 질렀던 것일 것이다. 당시 후반 11분 교체 투입되었던 호나우두는 불과 3분 만에 몸싸움을 하다가 나뒹굴었으며, 결국 왼쪽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들것에 실려나가고 말았다.
현재 수술은 성공리에 마친 상태지만 그는 오른쪽 무릎에 이어 왼쪽 무릎의 슬개건까지 파열되는 불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얼마 전 가진 브라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호나우두는 “재활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어쩌면 그동안에 다시는 뛸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면서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은퇴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힌 그는 “은퇴를 고려하는 이유는 서른을 넘긴 나이와 여러 차례의 부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쪽 무릎을 수술한 ‘고장난’ 선수를 보유하고 싶은 클럽은 아마 없을 것이다”라며 현재 자신이 처한 위치를 냉철하게 직시했다. AC 밀란과의 계약은 올 여름 끝나지만 그가 재계약을 할지는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15점), 2002 한일월드컵 득점왕, 2회 월드컵 우승과 1회 준우승, 그리고 3회에 걸친 FIFA 올해의 선수 등, 영웅을 빛냈던 그 많은 수식어를 뒤로 한 채 과연 호나우두는 이렇게 쓸쓸히 그라운드에서 퇴장할 것인가. 많은 팬들은 그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