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최소 1500억 원 예상…강태욱 의장은 연락 두절
사진=TNS홀딩스 홈페이지 캡처
TNS홀딩스는 지난 2010년 설립된 투자자문사다. 강태욱 TNS홀딩스 의장이 이끌고 있는 이 기업은 따뜻한 기업으로 보도됐다. 한 언론인터뷰에서 강 의장은 “TNS 구성원들이 최고로 여기는 가치는 ‘나눔’이다. 매주 토요일 직원들이 번갈아 자원봉사 활동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월급의 1%를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말할 정도로 나눔을 강조한다.
나눔을 강조한 만큼 10여 개의 자회사와 함께 비영리 재단을 꾸려나가고 있다. 배우자 엄수진 씨는 연예인 출신으로 비영리 자선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두 부부는 매년 동남아 지역을 찾아 아동 봉사를 한다고 홍보도 했다.
하지만 정작 TNS홀딩스에 재산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나눔은커녕 원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일요신문>이 접촉한 투자자 중에서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전 재산을 투자한 안타까운 사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TNS홀딩스 투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투자자 대부분은 온라인 재무 설계를 신청했는데 이곳에서 TNS홀딩스를 추천해줬다고 털어놨다. 피해자 A 씨는 “지난 4월에 온라인 재무설계 R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그곳 설계사가 이곳을 추천했다”면서 “세후 9%의 확정 이율을 지급한다고 해 혹해서 5000만 원을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 역시 재무설계사를 투자 원인으로 지목했다. B 씨는 “나도 R 투자자문에서 추천해 투자하게 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제공한 투자 약정서.
지난 7월까지는 문제없이 약속한 수익률이 입금됐다고 말한다. A 씨는 “처음 약속한 세후 9%가 아닌 세전 9%에 해당하는 금액이 입금됐다. 그래도 4월 말에 투자금을 입금해 올해 7월까지 3달 동안 약속된 수익금이 들어와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8월부터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며 “재무설계사들이 중복지급 건이 있다. 몇 명이 잘렸다는 이유를 들어 문제가 해결되면 한 번에 주겠다는 핑계를 댔다”고 말했다. 피해자 C 씨는 “내부 팀장이 횡령을 했다 적발되면서 그 과정에서 계좌가 동결됐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투자자들도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이유를 들어 수익금 지급이 중단됐고 대부분 일단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수익금이 중단됐음에도 투자는 계속됐다. 꼬박꼬박 매달 들어오는 돈이 커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TNS홀딩스는 수익금 지급이 중단되기 직전인 지난 6월부터 고수익 단기 상품에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기존 TNS홀딩스 수익금인 연이율 9%의 두 배인 연이율 18% 수익금을 지급한다고 약속한 데다 3개월 혹은 6개월 등 단기투자도 가능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밀어 넣었다.
단기상품에 투자했다는 피해자 C 씨는 “TNS홀딩스에 3000만 원, 단기상품에 4000만 원을 투자했다”며 “단기상품은 수익률이 높아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넣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단기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현재 돈을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도록 돈이 안 나오자 피해자들은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강 의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들은 수익금은커녕 원금도 사라졌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일부 재무설계사들은 도의적 책임을 느껴 민형사상의 변호사 비용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한 번 속았다고 생각하는 터라 지원받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고소,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강태욱 의장이) 피해자들의 형사고소를 통해 사기혐의로 처벌받게 되면 추후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으로 편취당한 금액을 되찾아야 할 때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증거를 쓸 수 있다. 또한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해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고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피해금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서도 강 의장을 조사 중이다. 피해자 A 씨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물어보니 이미 지난 7월부터 강 의장을 수사했다고 한다. TNS 동결 계좌는 3개인데 그 금액이 약 17억 원 정도밖에 안됐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원금을 받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피해금액이 커 관심을 가지고 있다. 먼저 경찰 조사를 지켜보는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강태욱 TNS홀딩스 의장의 부인 엄수진 씨에게 직접 돈을 보낸 사람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피해자들은 강 의장 외에도 고소,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강 의장의 부인 엄수진 씨다. 엄 씨는 비영리재단을 맡아 운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투자자 일부는 엄 씨에게 돈을 보내기도 했다. 엄 씨에게 돈을 보냈다는 피해자 E 씨는 강 의장과 엄 씨를 공범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TNS홀딩스를 접하게 된 재무설계 업체도 고소의 대상이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TNS홀딩스의 부실을 알고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피해자 D 씨는 “사건이 8월쯤에 불거지기 시작했는데 그때 마침 고수익 단기 예금 상품을 투자하라고 유도했다”며 “사태를 모르고 3개월 상품에 덜컥 투자하고 이 지경이 됐다. 대표가 조사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속이고 돈을 모집했다는 점이 너무나 화난다”고 분노했다. 앞서의 피해자 E 씨는 “재무설계 업체도 한통속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TNS홀딩스에 사람들이 투자할 때 10% 이상의 돈을 수수료로 받았다고 한다. 비상식적으로 큰 수수료를 볼 때 유사수신 업체인 것을 알았거나 몰랐다고 해도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재무설계 회사 관계자는 “답변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올라온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9월 27일 이 사건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와 큰 주목을 끌었다. 한 피해자는 “강태욱이라는 우리나라 파생상품의 대가가 자금을 운영하여 연 9%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투자를 시작했다. 2015년부터 시작한 투자는 17년 8월까지 아무 이상 없이 이자지급을 해 오다가 9월부터 경찰조사로 계좌가 묶여 이자지급이 불가능해졌다”며 “피해자가 400명 이상, 피해액이 1500억 원이 넘지만 피의자 강태욱 대표는 혐의를 부정하고 시간을 끌며 죄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만 할 뿐이다. 이미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나 고객의 막대한 자금을 은닉하여 대형 로펌과 함께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3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사건이 터진 날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절박한 돈이다”라는 댓글을 달며 청원에 참여하고 있다.
TNS홀딩스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강태욱 의장과는 연락을 할 수 없다”며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답변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