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씨는 직접 땡처리 업자를 물어다줬다.
사진=스베누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A 씨를 포함한 점주들이 황 씨를 고소한 배경에는 스베누가 기존 점주를 대상으로 받아온 ‘판매위탁 보증금’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A 점주는 지난 일반 점포는 스베누에게 신발을 받을 때 의류(물건)보증금을 내야 개업할 수 있었다. 이 돈은 점포 가맹시기에 따라 적게는 3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넘게 납부한 점포가 있다. 외부적으로 인지도를 높여가며 보증금도 높아졌다.
신발이나 의류 업계에서는 현금 납부하는 조건 대신 매장을 담보로 잡는 방식으로 보증금을 해결한다고 한다. 또한 보증금을 현금으로 받는 경우에도 스베누의 보증금은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인지도도 상대적으로 낮고, 보증금도 높은 스베누를 택한 이유는 마진율이었다고 한다. 위탁판매를 형식을 취하는 유명 브랜드 매장 마진가는 대략 35% 선으로 알려져 있다. B 점주는 “스베누 마진율은 판매가에 신발은 45%, 의류는 35%였다.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높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거액의 보증금은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점주들은 스베누가 2015년 봄부터 의류를 새롭게 런칭하면서 의류 보증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추가 납입해야 했다. 이렇게 A 씨의 보증금은 7000만 원이 됐다. 점주들은 신발도 안 팔리던 시기에 의류 런칭이 웬 말이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히 2000만 원이나 납부했음에도 점주들이 받은 건 트레이닝 복 수십 벌이 전부였다.
보증금은 높아졌지만 상황은 점차 안좋아졌다. 스베누의 이미지는 더욱 안 좋아져만 갔고, 메르스 여파로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 야심차게 내놓은 의류나 아쿠아 슈즈는 시장에서 참패했고 기존 신발도 팔리지 않기 시작했다.
2015년 8월 스베누가 침몰해가자 전국 점주들은 집단으로 뭉쳐 보증금에 관한 의견을 모았다. 한 달 뒤인 2015년 9월 점주들은 황 씨를 포함해 스베누 본사 직원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때 보증금도 화두로 올랐다. 점주들은 남은 신발을 도저히 팔 가망이 없고 보증금은 쌓여 있으니, 신발을 반품하고 보증금을 달라고 했다. 당시 이미 폐점한 점주에게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보증금만 돌려 받을 수 있다면 대다수 점주가 문을 닫는다고 한 상태였다.
하지만 본사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베누 본사가 극도로 어려워진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A 점주는 “그나마 스베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본사가 택배사에 택배비를 지급 못한 채로 밀려 있어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2016년 1월 스베누 부실 의혹이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판매는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2016년 3월 점주들이 본사와 협의해 보증금에서 기존 재고를 사입처리하기로 했다. 신발은 족당 16000원, 의류는 벌당 12000원씩 보증금에서 제했다. 다만 점주마다 사정은 조금씩 달랐다. C 점주는 “사입 처리했음에도 보증금이 한참 남아있었다”고 털어놨다.
점주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황 씨에게 직접 연락해도 ‘기다려 달라’는 답 밖에 오지 않았다. 폐업이 쏟아졌고 일부는 포기했다. 그 때 황 씨가 직접 ‘땡처리 업자’를 소개시켜 줬다. 2016년 8월 A 점주는 황 씨가 소개해준 땡처리 업자를 만나 16000원에 사입한 신발을 4분의 1가격인 족당 4500원에 정리할 수 있었다. A 씨는 “그나마 4000원 준다는 것을 떼써서 4500원 받았다”며 “의류는 가져간다는 업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점주는 현재 황 씨에게 돈을 받기를 포기하고 잊고 사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스베누 보증금을 받은 점주가 있다고 알려진 적은 없다. 스베누 내부 사정에 밝은 D 씨는 “2015년 점주들이 황 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고소를 했지만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A 씨의 고소로 인해 다른 점포의 추가 고소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A 점주가 송사를 통해 최소한의 돈을 받아낸다면 다른 점주들도 적극적으로 고소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점주가 황 씨를 고소하자 다른 점주의 연락이 오기도 했다.
A 씨는 “회사는 신발 공급은커녕 택배비도 결제 못하는 지경에 있었지만 대표는 수퍼카를 몇 대씩 몰고 다녔다. 아직 고소하지 않은 점주는 포기하고 잊고 산다. 그럼에도 황 씨가 법의 심판을 받아보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고소하게 됐다”고 고소 배경을 밝혔다.
황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많고 현재 소송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며 “소송이 정리되면 모든 사실을 밝힐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