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삼성전자 상승세가 그룹 지배구조에 부담으로 작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의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는 모습. 박정훈 기자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이미 60조 원에 달한다. 그룹 시총 130조 원의 절반이 조금 안 되지만, 지금 추세면 절반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다. 최 회장은 ㈜SK 최대주주이고 25.2%를 가진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 20.7%를 보유 중이다. 지배구조 가장 아래에 있는 손자회사에 그룹 시총 절반이 달려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지분율이 50% 안팎으로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다. 국민연금 지분율도 10.13%다. 몇몇 주주만 연대할 경우 최대주주에 맞먹는 지분율 확보가 가능하다. 특히 최근 스튜어드십코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주주간 의결권 행사 동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거세지는 주주 목소리
여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을 보면 섀도 보팅 폐지와 집중투표제, 사외이사와 별도의 감사위원 선임 등이 포함돼 있다. 소액주주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소액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에 표 몰아주기가 가능하며, 감사위원에 대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6명 가운데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기다. 그 전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최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가 선임하는 이사가 탄생할 수 있다. 특히 내년 3월 퇴임하는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이 감사위원이다. SK감사위원회는 5명인데 3분의 2이상을 사외이사로 두려면 적어도 대주주 의결권이 3% 이하로 제한된 상황에서 2명의 감사위원을 새로 뽑아야 한다. 최대주주가 추천하지 않은 이사가 등장한다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의 경영참여를 막으려면 ‘배를 불려줘야’ 한다.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4조 3672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4조 3236억 원을 넘어섰다. 배당성향은 2015년 8.2%, 지난해 14.3%다. 올해는 이익이 급증한 만큼 더 높아져야 한다. 배당을 늘리면 그룹 밖으로 80% 이상 현금이 유출된다.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는 방법도 있다. 현금은 유출되지만 발행주식 수를 줄여 SK텔레콤의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SK하이닉스의 이익잉여금은 약 20조 원이다. 전액을 투입해도 지분율은 현재의 20.7%에서 27% 정도밖에 안 된다. 안정적 경영권 행사 기준으로 여겨지는 30%에 못 미친다.
# 삼성전자 주가상승, JY에는 독
삼성전자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SK하이닉스보다 상위에 있지만,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더 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영어의 몸인 상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과 주가 기록이 경신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또 주가가 오를수록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의 상속비용(세금)은 물론 금산분리를 위한 삼성생명 보유 지분의 처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게다가 삼성전자 역시 향후 주총에서 일반 주주 추천 등기임원 탄생 가능성이 크다. 현재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내년 주총 때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그 중 1명은 감사위원회 위원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직을 유지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수감 중에도 상당 기간 등기임원직을 유지했다. 비금융사는 실형을 받더라도 등기임원직 수행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부회장 역시 법적으로는 자격 유지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도의적으로는 상당한 부담이다.
# 법정 리스크
이 부회장은 만약 형이 확정돼 수년간 복역한다면 등기임원 유지가 어려울 전망이다. 최 회장의 경우 지주사 지분율이 30%에 달해 비교적 강력한 지배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영향력은 작다. 그나마도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다. 실질적인 경영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 대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대주주로서 자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는 형(외환거래법 등)이 확정된다면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생명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증여받거나 상속받아도 의결권 행사가 상당 기간 어려워진다.
부인 노소영 씨와 이혼 조정 중인 최 회장은 이혼 소송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소송 결과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열희 언론인
사모펀드 MBK, ING생명 주가 대박 터뜨렸지만… 금융에서는 단연 최고 화제주는 ING생명이다. 상장 반 년도 안 돼 주가가 50% 이상 급등하며 올해 최고의 금융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의 상장을 거치며 만들어진 ‘생명보험사 주가는 공모가를 밑돈다’는 ‘저주’도 극복했다. 최대 수혜는 주식매입선택권(stock option)으로 ‘잭팟(jack pot)’을 터뜨린 경영진, 그리고 엄청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사모펀드 MBK다.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77만 9000주의 스톡옵션을 보유 중이다. 행사가격은 2만 2439억 원이다. 8월 말 장중 최고가 4만 7000원을 적용하면 차액만 191억 원이 넘는다. 정 사장은 올 상반기 보수만 8억 5400만 원을 받았다. 올 들어 번 돈만 20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정 사장 외 임원들 역시 상당한 스톡옵션을 받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스톡옵션만 39만 주다. ING생명이 임원 스톡옵션으로 치러야 할 잠재비용은 현재 500억 원에 육박한다. 다만 스톡옵션은 실제 행사조건이 까다롭고, 경영 실적에 따라 부여 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ING생명은 더 이상 외국계 회사가 아니다.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최대주주다. MBK는 2013년 12월 네덜란드 ING로부터 한국 ING생명 지분 100%를 1조 8000억 원에 인수했다. MBK는 상장으로 보유지분 40%를 1조 1000억 원에 팔았고, 그동안 배당으로만 4500억 원을 가져갔다. 투입금액의 86%를 이미 회수한 셈이다. MBK가 보유한 잔여 ING생명 지분가치는 2조 3000여억 원에 달한다. 현 주가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만 받아도 3조 원이다. 1조 8000억 원을 투자해 2.5배인 4조 5500억 원을 번 셈이다. 하지만 MBK의 ‘대박’은 아직 ‘확정’이 아니다. ING생명이 ‘ING’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이후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해야 한다. 기업가치에 적잖은 부담요인이다. MBK는 내년 이전 잔여지분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이 지나면 ‘브랜드’ 위험이 커진다. 주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생명보험 업황이 그리 밝지 않은 데다 주가가 너무 오른 것도 부담 요인이다. 인수 여력이 있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은 ‘비싸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중국계 자본이나 사모펀드가 다시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이 역시 ‘브랜드’ 위험이 부담이다. ‘ING’ 이름값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