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소용돌이치는 ‘장수천’에 쏙?
▲ 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과 권양숙 여사. | ||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을 통해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의 돈을 받은 이유를 ‘미처 갚지 못한 빚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노 전 대통령이 정치생활을 오래했고 원외 생활도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신세진 일이 있었을 것”이라며 개인 채무를 탕감하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을 열어 놨다.
만약 ‘빚 문제 해결을 위해 권 여사가 100만 달러를 받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빚의 뿌리는 장수천 사업 등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노 전 대통령 주변의 시각이다.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주변 인물들과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로 얽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야인 시절 운영했던 생수회사 ‘장수천’ 사업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0월 친구인 선봉술 씨가 운영하던 ‘장수천’에 보증을 섰다가 회사가 부도를 맞자 추가 자본을 투자해 아예 경영권을 인수했다.
하지만 ‘장수천’ 경영 부실이 악화돼 34억 4000여만 원의 빚을 지게 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를 비롯해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 씨, 강금원 회장 등 주변 인물들이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로 얽히게 된다.
2000년 8월 장수천에 보증을 섰던 노건평 씨와 선봉술·오철주 씨 등이 공동소유하고 있었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땅과 상가가 압류돼 11억 3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장수천의 옥천 공장 땅과 공장 설비도 경매로 각각 2억 2700만 원과 2억 원에 넘어갔다.
강 회장도 당시 이기명 씨의 경기도 용인 땅을 사는 형식으로 19억 원을 제공해 빚 탕감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이 땅은 계약이 해지돼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강 회장은 19억 원 전액을 지급해 무상대여에 따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004년 기소되기도 했다.
‘장수천’ 사건은 참여정부 초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비화됐고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맞물려 노 전 대통령 측근 다수가 사법처리되는 등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서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 간에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장수천 채권·채무 관계는 여전히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측근들은 장수천 채권·채무 문제로 갈등을 빚거나 심각한 재산 암투를 벌여왔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노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자신이 살던 서울 명륜동 집을 판 뒤 매각자금 중 2억 원을 참여정부 초 청와대 안살림을 맡았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줘 급한 빚을 해결하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정도로 얽히고설킨 장수천 채무와 선거 빚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실제로 ‘채무 탕감’을 목적으로 박 회장의 돈을 수수했다면 그 용처는 노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장수천’ 채권·채무나 그로 인한 또 다른 빚과 주변 인사들의 거액 추징금 문제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