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가 과거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중국 내에서 상영금지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검열을 당하고 있다. 사진=‘택시운전사’ 스틸컷
지난 5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한국영화 ‘택시운전사’의 상영을 금지한 것은 물론, 인터넷에서 그 흔적조차 지우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취재해 이를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간 서울 택시운전사 고 김사복 씨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국내에서 지난 8월 개봉해 관객수 12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국내 인기에 힘입어 중국에서도 지난달 개봉 후 문화정보 사이트 두판에 수만 건의 글이 올라오고, 평점도 10점 만점에 9.1을 받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택시운전사’가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정부가 지난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 100만여 명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말한다. 중국 당국은 공산당의 지배력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해 톈안먼 사태 자체를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이에 따라 이달 초 중국 내에서 ‘택시운전사’의 상영이 금지됐을 뿐만 아니라 3일에는 두판에 올라와있는 ‘택시운전사’ 페이지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또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택시운전사’와 관련된 글이 올라오는 즉시 삭제되고 있다. 중국 검색사이트 바이두 역시 ‘택시운전사’와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검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는 “중국도 아닌 다른 나라의 민주화운동을 다뤘다는 이유로 영화 상영이 금지되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등 당국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오는 18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민감한 뉴스를 차단하고 여론 통제를 강화하려는 당국의 조치가 잇따르던 상황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에 대한 검열까지 가해지자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불법 인터넷 경로를 통해 ‘택시운전사’ 동영상의 공유를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