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도 울음도 방음벽에 막혔다
▲ 오스트리아에서 친딸을 24년간이나 감금 성폭행해온 남성이 붙잡혀 전 세계를 경악케했다. 사진은 프리츨이 딸 엘리자베스를 감금했던 지하실 모습. | ||
친딸을 지하실에 감금한 후 24년 동안 성폭행한 전대미문의 사건에 오스트리아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친딸과의 사이에서 무려 일곱 명의 자녀를 낳았다는 데 있다. 이 중 세 명은 직접 키우기도 했다. 자신의 아내까지 감쪽같이 속여가면서 지하실에서 친딸을 성폭행해온 그는 얼마 전 뜻하지 않은 일로 결국 경찰에 덜미가 붙잡히고 말았다. 지하실에서 살고 있던 손녀딸 하나가 중병에 걸려 하는 수 없이 세상 밖으로 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드러난 그의 ‘숨겨진 비밀’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며 그 무엇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였다. 2년 전 나타샤 캄푸쉬라는 소녀가 8년 동안 지하실에 감금되었다가 도망쳐 나온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비슷한 일이 터지자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아무리 세상이 험해졌다고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84년 8월 29일.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인 암스테텐에서 엘리자베스 프리츨(당시 18세)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가출을 했으니 찾아달라는 한 건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아버지인 요제프는 당시 경찰에 딸이 “집을 나갈 테니 나를 찾지 말라”는 쪽지를 남긴 채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한동안 수색이 이루어졌지만 경찰은 딸을 찾는 데 실패했고, 결국 요제프는 경찰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수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요제프의 말에 따르면 집을 나간 줄만 알았던 딸이 자신에게 틈틈이 이메일을 보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가출한 지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요제프는 집 현관문 앞에 갓 태어난 신생아가 하나 놓여 있었다며 아기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이 아기는 다름 아닌 ‘내가 키울 형편이 안 되니 대신 키워달라’는 쪽지와 함께 엘리자베스가 몰래 놓고 간 손주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4년과 1997년에도 요제프는 딸이 집 앞에 놓고 간 손주라면서 갓난아기를 하나씩 안고 들어왔다.
요제프의 아내인 로즈마리는 이런 남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으며, 손주 셋(남아 하나 여아 둘)을 모두 양자로 들여서 정성껏 키웠다. 현재 각각 12세, 14세, 15세인 세 남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티 없이 자랐으며, 학교에서도 별다른 말썽 없이 행실 바른 모범생들로 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4월 19일. 또 다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요제프가 급히 병원에 19세의 한 소녀를 싣고 찾아 갔으며, 그곳에서 “딸이 버리고 간 손녀인데 집 앞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의사에게 “아마도 엘리자베스가 병원비를 댈 형편이 못 되어서 손녀딸을 집 앞까지 데리고 왔던 것 같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중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소녀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으며, 이에 담당 의사는 환자 어머니의 병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니 요제프에게 딸을 병원으로 필히 데려올 것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둘러대기 바빴던 요제프는 결국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병원 측과 경찰의 심문을 견디다 못해 엘리자베스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
▲ 요제프 프리츨과 딸 엘리자베스. | ||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경찰의 심문과 수사 끝에 결국 요제프는 지난 24년 동안 딸을 지하실에 납치 감금해왔다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 놓았다. 엘리자베스가 열한 살일 때부터 성폭행을 해왔던 요제프는 어떤 이유에선지 딸이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마취제로 잠을 재운 상태에서 수갑을 채워 지하실에 감금했다.
그렇게 수시로 지하실을 들락거리면서 성폭행을 일삼은 그는 딸과의 사이에서 무려 일곱 명의 자녀를 낳았으며, 그중 가장 최근에 낳은 쌍둥이 중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요제프는 숨진 아기를 직접 난로에 넣어 태워버리는 잔인한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아내마저 감쪽같이 속인 그의 완전범죄가 들키지 않은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다. 세 가구가 살고 있는 그의 아파트가 상점들이 즐비한 다소 번화한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하실에 있던 이 ‘비밀의 방’은 어떻게 20년 넘게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우선 지하실의 입구는 교묘하고, 그리고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다. 입구는 늘 선반 뒤에 가려져 있었으며, 육중한 콘크리트 강화문에는 요제프만이 알고 있는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 또한 리모컨으로만 작동이 되기 때문에 설령 누군가가 문을 발견한다고 해도 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또한 외부로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어 웬만해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또한 외부에서 나는 소리도 안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침실, 부엌, 화장실 등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었던 이 지하실의 크기는 약 60㎡였으며, 천정의 높이 역시 170㎝로 매우 좁고 낮은 형태였다. 벽에는 혹시 엘리자베스가 자학 행위를 할까봐 정신병원에 설치하는 완충물을 설치해 놓았다.
음식물과 옷은 요제프가 직접 가져다 주었으며, 다른 도시로 가서 쇼핑을 한 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밤마다 몰래 지하실로 실어다 날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에게는 출장을 간다고 말하고 사실은 지하실에서 딸과 함께 보낸 시간도 더러 있었다.
다행히 지하실에서 구출된 아이들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얼굴은 창백하고 핏기가 없지만 영양상태만큼은 좋아서 햇빛을 보고 자라지 않았음에도 건강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다섯 살배기 막내는 세상 밖으로 나온 것에 대해서 “너무 행복하다. 무엇보다도 진짜 자동차를 탈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신난다”면서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을 가르쳐준 것은 엘리자베스였으며, 아이들은 TV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 알고 있는 한편, 알맞은 사회적 행동양식도 거의 터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짐승만도 못한 범죄행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요제프는 현재 유괴 및 근친상간,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DNA 검사 결과 여섯 명의 자녀는 모두 그의 친자식임이 판명되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