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청소하는 사장 성공 못한다
▲ 왼쪽은 소학교만 나와 아시아 다섯번째 거부가 된 홍콩 재벌 리카싱. 오른쪽은 국제 금용계 헤지펀드의 대부 헝가리계 유태인 조지 소로스. | ||
일본 여성으로 미국 유학 중에 화교 남편을 만나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20대의 나이에 10억 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된 ‘마담 호’는 자신의 저서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부자, 일본인>에서 ‘일본인들의 문제는 기묘한 배금주의’라고 지적한다. 노력이나 수고는 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스스로 공부하거나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돈이 된다더라’는 소문만 들리면 수단이나 방법은 가리지 않고 돈 벌 생각에 몰려들었다가 망하는 사람들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돈 버는 기술은 어떤 것일까. 일본의 비즈니스 잡지 <프레지던트>가 소개한 유태인과 화교들의 돈 버는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담 호가 말하는 부자가 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며 실망스러울 정도로 당연한 말이다. 바로 ‘신용’이다.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다수가 아닌 소수로 살아야 했던 화교들이 타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화교 커뮤니티의 신용 덕분이었다. 화교들은 서로 약속을 지키고 귀중한 정보를 나눠 갖는다. 만일 혼자서 이익을 독점하려고 했다간 커뮤니티에서 소외될 것이고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담 호는 “중국인들은 굴곡 있는 역사에서 살아남으면서 목숨을 부지해야 돈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위기감이 없는 일본인들은 남이야 어찌됐건 ‘나만 잘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의 남편은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 화교다. 동남아시아에 있는 화교들의 대부분은 자녀를 다른 나라로 유학 보내고, 급하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귀금속과 비행기 표를 항상 지니고 있으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자녀들이 있는 나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는 일 없이 항상 미래를 대비하며 새로운 땅에서는 동포들과 뭉쳐 빨리 적응하고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화교들의 성공 비법이다.
흔히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 사원들과 함께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경영자의 이야기가 미담으로 전해지곤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영자가 화장실을 청소한다고 회사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활약할 때 성공도 하고 돈도 버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야만 가치가 있다는 것이 화교들의 사고방식이다.
또한 크게 성공한 화교들의 대부분은 저축액의 20% 정도는 금붙이 등 귀금속의 형태로 소유하고 있다. 귀금속은 ‘유사시에’ 세계 어디에서건 빨리 돈으로 바꿀 수가 있다. 가족 중에 아기가 태어났을 때 금 장신구를 선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태인은 전 세계를 전전하며 살아야 했던 ‘고난과 박해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재 세계의 유태인 중 절반 정도가 이스라엘 밖에서 살고 있다. 유태인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어디에서건 살아남는 그들의 강한 생존능력과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는 뛰어난 판단력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유태인도 가족이나 커뮤니티와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중시한다.
화교보다 더욱 심한 민족 대이동을 겪은 유태인들은 일찍이 금융업과 다이아몬드에 눈을 돌렸다. 다이아몬드는 안정적인 가치로 보면 금보다 떨어지지만 ‘유사시에’ 간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계속 떠돌아다녀야 했던 유태인들은 무겁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금보다 보관과 이동이 용이한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
유태인들에게 있어서는 ‘교육’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자산이다. 이들은 빚을 져서라도 자녀를 세계 유수의 교육기관으로 보내 지식을 배우도록 한다. 지식이나 교양은 아무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이 유태인들의 사고방식이다. 노벨상 수상자의 40%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교육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돈에 관한 교육도 빠질 수 없다. 유태인들은 남자의 경우 열세 살, 여자는 열두 살이 되면 성인으로 간주하고 부모가 자녀에게 일정액의 돈을 주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버지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지” 물어보면 아버지는 “그건 내부자 거래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가르쳐주는 식이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경제관념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외국어 구사를 통해 타 문화와 교류하면 기회의 폭이 한층 넓어진다. 유태인들은 대부분 두세 가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가족과 떨어져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야 했던 아픈 과거가 지금은 그들의 재산이 된 것이다.
유태인과 화교들이 중시하는 신용이나 인맥, 가족, 교육 등의 가치는 사실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엄청난 부를 일구어낸 것으로 이들이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것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성공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성공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어리석고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