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 엔진 달고 거침없이 질주
▲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미모의 여성 카레이서들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니카 패트릭, 사라 피셔, 애슐리 포스. | ||
데뷔 시절부터 일찌감치 ‘여자 슈마허’라고 불리어 왔던 패트릭은 158㎝의 키에 몸무게 45㎏의 자그마한 체구를 지닌 미국 출신의 카레이서다. 어떻게 그런 가냘픈 몸으로 시속 300㎞가 넘는 어마어마한 스피드를 내뿜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
패트릭이 여성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지난 4월 20일 일본 도치기현 모테기 서킷에서 열린 ‘인디카 300’ 경주에서였다. 모두 200바퀴를 도는 이날 경기에서 패트릭은 두 차례 챔피언을 지냈던 헤일로 카스트로네를 제치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의 ‘포뮬러 원(F1)’으로 불리는 미국 최고의 자동차 경주 대회인 ‘인디 레이싱 리그(IRL)’ 역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패트릭 개인적으로는 50번의 도전 끝에 이룬 쾌거였으며 데뷔한 지 꼭 3년 만에 맛본 달콤한 우승이었다.
10세 때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하면서 운전대를 잡았던 패트릭은 1997년 ‘카트세계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IRL에 데뷔한 것은 2005년.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출전했던 ‘인디 500’ 대회에서 예선 4위를 기록했으며, 그 해 ‘인디카 시리즈’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기록 행진은 그 후에도 계속 됐다. 2006년에는 IRL 시리즈에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종합 9위를 기록했으며, 2007년에는 두 계단 더 상승한 종합 7위를 기록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가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꼭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래도 여성인지라 외모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볼륨감 있는 몸매는 여성 카레이서라는 특수한 이미지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으며, 그녀의 상품 가치는 ‘대박’을 이루었다.
이와 관련해 한 인디카 시리즈 관계자는 “패트릭과 관련된 상품이 다른 남자 인기 레이서들에 비해 열 배가량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기도 했다. 그녀의 인기를 증명하듯 미국 내에서 ‘대니카’라는 이름은 작명 선호도 순위에서 610위에서 35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또한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무기’이자 ‘장점’인 외모를 십분 활용하면서 연예인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는 드문 여성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 대니카 패트릭 | ||
하지만 그녀의 이런 대외 활동이 꼭 곱게만 보이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녀가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예쁜 얼굴 덕분에 본래 실력보다 더 부풀려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실력보다는 미모로 승부한다는 뜻에서 ‘카레이싱계의 안나 쿠르니코바’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패트릭 본인은 이런 비난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나는 남자를 이기려고 레이싱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남들처럼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도전하는 것뿐”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인디카 대회에서 우승하자 그녀를 비난하던 사람들의 태도도 조금은 변했다. 그녀가 이런 비난들이 모두 쓸데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스카 드라이버이자 전 IRL 챔피언이었던 토니 스튜어트는 “패트릭은 재능을 갖춘 레이서다. 나스카에 데뷔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때문에 이제는 과연 그녀가 앞으로 세계 최고의 카레이싱 대회인 F1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여성 선수들이 F1에 출전하긴 했지만 여태껏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던 게 사실. 게다가 1992년 이탈리아의 지오반나 아마티를 마지막으로 여성 레이서들의 F1 가뭄 현상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한편 F1에서 가장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여성으로는 1975년 스페인 그랑프리 대회에서 6위를 기록한 이탈리아의 레일라 롬바르디가 있다.
이밖에도 눈에 띄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 레이서로는 애슐리 포스(25)가 있다. 그녀는 ‘NHRA 퍼니카 클래스’ 챔피언을 열네 차례나 지낸 전설적인 카레이서 존 포스의 딸로서 현재 아버지의 뒤를 이어 퍼니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7년 NHRA가 선정한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4월에 퍼니카 클래스에서 우승하면서 패트릭의 뒤를 이어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카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포스 역시 예쁜 얼굴로 남성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AOL 스포츠’가 실시한 ‘가장 섹시한 스포츠 선수는 누구’라는 설문조사에서 패트릭을 제치고 1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비록 아직 우승은 못했지만 카레이싱 역사상 ‘여성 최초’라는 기록을 가장 많이 쌓아가고 있는 선수는 사실 따로 있다. 미국 출신인 사라 피셔(27)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세 때 ‘인디 500’에 출전한 최연소 여성으로 기록된 그녀는 그해 ‘켄터키 스피드웨이’ 대회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예선 3위 안에 들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한 2001년에는 여성 최초로 ‘인디카 시리즈’ 전 경기에 출전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IRL에서 3년(2001년~2003년) 연속 ‘가장 인기 있는 드라이버’로 선정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