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네온광고 “불통과 강요” 비난
광안대교에 게시된 원도심 통합 관련 홍보 광고(타원 안).
부산시가 원도심 4개구 통합문제를 꺼낸 건 지난 3월 중구와 동구가 최근 재개발이 이뤄진 북항의 경계 조정 문제를 두고 협의에 난항을 거듭한 이후부터다. 시는 이번 기회에 아예 원도심을 하나로 합쳐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며 4개 자치구 통합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부산 원도심 통합 문제와 관련한 흐름을 살펴보면 부산시의 계획에 중구청과 지역 여권, 일부 시민단체 등이 반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부산시가 통합 인센티브로 1조 5000억 원의 재정지원까지 약속하는 등 설득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반대론자들은 저마다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특히 중구청의 경우 시가 내세운 대의명분마저도 부정한다. 오히려 행정의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주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현재 중구 구민들의 행정 만족도는 부산지역 최고 수준”이라면서 “원도심 통합으로 거대 자치구가 탄생하면 대민 집약도가 떨어져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중구 구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중구청 등의 반대에도 불구, 계획대로 통합을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시는 최근 이뤄진 원도심 4개 구 주민 설문조사에서 응답 주민의 60% 이상이 통합에 찬성하고 있어 주민투표를 하더라도 찬성의견이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시는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집중적인 홍보활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는 원도심 통합의 대원칙에는 많은 주민이 찬성하지만 다른 지역 사례에서 보듯 인센티브 등 통합 과정에서의 약속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민들이 의구심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의 인센티브 제공 약속은 벌써부터 의심을 사고 있다.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가 통합 인센티브로 제시하는 1조 5000억 원의 재정지원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불가능한 약속이라며 반박 성명을 내기도 했다.
주민 설문조사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중구는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많았고 나머지 지역도 부산시 주도의 일방적인 원도심 통합에 반대하는 여론이 여전해 주민 합의가 이뤄지기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부산시의 과도한 홍보도 논란거리다. 시는 지난 9월 중구 2만 3000여 가구에 원도심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홍보 우편물을 보냈다. 부산시청 명의로 발송된 이 홍보 책자에는 ‘자치구가 통합하면 우려와 달리 행정과 복지 서비스 혜택이 더욱 좋아진다. 내년 지방선거의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원도심의 미래를 위해 통합을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통합 반대 입장인 중구청은 이에 강력 반발했다. 중구청은 자료를 통해 “최근 부산시 간부들이 직접 중구 주민과 유관단체원을 개별 접촉해 통합 찬성을 종용하고 원도심 통합 찬성 논리를 담은 홍보 책자까지 배포하고 있다”면서 날을 세웠다.
부산시가 최근 중구에 일괄 배포한 원도심 통합 관련 홍보 책자.
부산시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통합건의서 검토가 끝나는 다음 달 말께 행정안전부의 통합권고를 거쳐 이르면 11월 초순께 해당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거쳐 통합이 결정되면 4개 구와 시의 대표로 ‘통합추진공동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부산시의 움직임이 이처럼 속도를 내자 반대편의 공격도 거세졌다. 우선 민주당 부산시당이 광안대교 원도심 통합 관련 홍보와 관련해 부산시를 겨냥하며 일격을 가했다. 그동안 광고 문제를 관망하던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고 나선 건 앞서 부산시가 원도심 4개구 통합에 대한 건의서를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제출한 데 따른 본격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해당 광고가 시작된 시점은 꽤 지났다. 광고는 지난 8월 12일부터 매일 오후 8시 20분과 9시 20분부터 10분 동안 두 차례 이뤄지고 있다. 광고는 ‘부산의 NEW 중심구 통합원도심, 모여서 강한 하나가 되다!’, ‘2030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자치구 1위, 통합원도심’이란 문구가 표시돼 마치 원도심 통합이 모두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정명희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2018년 6월까지의 서병수 시장의 임기 안에 원도심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산 시민은 드물다”면서 “현재 중구청이 반대를 하고 있고, 원도심 시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솔직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용하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네온광고는 한마디로 과거 영화관에서 대한뉴스를 억지로 보게 하던 수준의 발상이다. 광안리를 찾은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부산 시정의 구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다”면서 “부산시는 아름다운 광안대교에 걸린 ‘불통과 강요’의 광고를 빨리 내리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의 발 빠른 행보에 저항하는 또 다른 움직임도 나왔다. 원도심 통합을 반대하는 중구 구민들로 구성된 ‘중구 원도심 통합 반대 주민대책위’는 12일 행정안전부를 찾아 원도심 통합에 반대하는 주민 2만 165명의 서명용지를 전달했다.
이처럼 부산시의 원도심 통합계획은 지역에서 커다란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통합 구의 한가운데 위치한 중구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데다 영도구의회가 강력 반발하는 등 나머지 3개 구 안에서도 통합 찬반 의견이 서로 엇갈려, 통합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