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인정받는 ‘가짜’
하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가짜. 사실 이곳은 공인된 ‘짝퉁 미술관(FALSCHER MUSEUM)’이기 때문이다. ‘미술사 미술관’ 등 빈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도 적지 않아 양쪽을 오가며 진짜와 가짜를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짝퉁 미술관 관장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미술품의 약 60%는 위작이거나 복사본이다. 인터넷의 경우에는 80%가 가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미술품과 짝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립 미술관의 소장품조차도 가짜라는 의혹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가짜’라고 해도 그 종류는 다양하다. 처음부터 가짜라는 것을 밝히고 판매하는 카피도 있는가 하면 진품인 척 판매하는 위작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화풍을 모방하여 그린 새로운 위작의 경우(오리지널 작품이 아예 없는 경우), 유명한 작품은 웬만한 중견작가의 오리지널 작품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짝퉁 미술관이 개관한 것은 약 1년 전. 미술관장이 위작 미술가들의 험난한 인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작됐다. 위작 작가들은 자신의 위작(?)을 누군가 베끼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반드시 어딘가에 자신의 작품이라는 사인을 남긴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유명한 위작 작가인 톰 키팅은 겹겹이 칠한 물감의 밑에 낙서를 하거나 물감에 글리세린을 섞어 작품에 열을 가하는 등 가공을 하면 폭발하도록 해놓기도 했다. 이 짝퉁 미술관에는 약 30개의 작품이 있는데, 작품 곁에 가짜라는 증명서를 붙이거나 물감 밑에 그려진 낙서를 드러나게 함으로써 이 작품들이 가짜라는 것을 관객들이 알도록 하고 있다. 가짜까지도 그대로 인정하고 즐길 줄 아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예술 애호가가 아닐까.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