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 같지 않네’ 뒷문 단속 꼭꼭
▲ 민정실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담당하는 인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
잇따라 드러난 노무현 전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비리는 현 정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민정실 측에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에 대한 철저한 뒷문 단속을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민정실은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담당하는 인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20~30명인 민정실 1, 2 비서관실 인력을 경찰 측의 협조를 통해 총 200명가량으로 늘릴 예정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뒷문 단속 강화에 나선 이유는 ‘잘못하면 4년 후 우리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원인이 됐다고 한다.이상득 의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그야말로 핵심 측근들이 야권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 게다가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형, 그리고 수십년지기가 검찰에 불려나가는 장면은 현 정권의 ‘안보의식’을 극에 달하게 했다는 전언도 있다.
실제로 이런 불안감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천신일 회장이 대표적이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비 대납 의혹, 박연차 구명로비 주도 의혹뿐 아니라 최근에는 포스코 회장 인선 개입 의혹이나 송전탑 선로 변경 의혹도 받고 있다. 송전탑 선로 변경 의혹이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전이 경기도 용인에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천 회장 소유의 땅을 우회하도록 송전탑 선로가 변경됐다는 주장을 말한다.
이 같은 의혹들은 언론 보도나 야당의 주장을 통해 드러난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하지만 천 회장과 관련된 의혹들은 현 정권 출범 이후부터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의혹 차원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갖가지 구설수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면 언젠가는 문제가 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박연차 회장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내부에서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5년간 박 회장과 관련해 입수한 각종 의혹 및 루머들을 모아 일일이 사실 확인 작업을 펼쳤고 이 중 일부는 사실로 확인됐다”며 “천신일 회장과 관련한 첩보들도 벌써 수없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박 회장의 지난 5년간의 기록을 캐비넷에서 꺼내 샅샅이 훑은 것처럼 정권이 바뀌면 천신일 회장도 같은 처지로 몰려 집중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천신일 회장 관련 의혹 등을 포함해 ‘MB 측근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구설수에 오른 이는 천 회장뿐만 아니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는 얼마 전 한나라당 재정위원에 임명된 A 씨와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건설인 출신인 A 씨는 지난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바 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위 공무원으로 시작해 건설사 사장자리까지 오른 그는 현재 유력 여권 인사들과 깊은 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씨는 여러 정치인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그를 ‘이명박 정부의 박연차’로 부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 A 씨는 한때 경찰 수사선상에도 올랐던 것으로 알려진다. 여의도 정가에서 A 씨에 대한 소문이 급속하게 퍼지자 당과 청와대 측에서 A 씨에게 각별히 주의하라고 언질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 씨도 지난 1년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었다. 이 씨는 지난 1년 동안 언론에 크게 노출되지 않은 채 조용히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했다. 몇몇 취재진은 한창 혈기왕성한 30대 초반인 이 씨의 집 앞에서 ‘뻗치기’를 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알려진 것이지만 이 씨는 취임 초부터 청와대에서 생활하며 출퇴근했다고 한다. 한국타이어 내부에서는 이 씨의 근황을 묻는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하게 제한했었다.
한국타이어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혼인 이 씨는 이 대통령 취임 초에는 몇몇 술집에도 자주 가는 등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씨는 구설수에 오를 만한 곳은 거의 가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또 한 번 곤욕을 치를 것을 걱정해서였다는 것. 알려진 바로는 이 씨는 지난 2002년 히딩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때 ‘쇼크’ 상태에 가까운 정신적인 충격을 입었다고 한다.
이후 몸가짐에 각별히 신경썼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청와대가 친인척 및 측근들에 대한 뒷문 단속을 부쩍 강화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나 친이계 측에서 4년 뒤 야권이 아닌 현재 친박계에서 정권을 잡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며 “정권이나 당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박인사들이 잡을 경우 더 큰 피바람이 불 수 있다고 보고 지금부터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의
도”가 있다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