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연장 막기 꼼수? “역풍 맞는다” 아군들도 신중론
신혜원 씨(가운데)가 지난 10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는 자신이 사용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신혜원, 선거 후 대기업 입사
정치권에선 신 씨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 씨는 서강바른포럼 사무국장 출신이다. 박 전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학교 동문들이 모여 만든 서강바른포럼은 2012년 대선 때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SNS 홍보활동을 하다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김철규 포럼 회장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고, 함께 기소된 신 씨에게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후 신 씨는 상급심에서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됐다. 신 씨 측 관계자는 “당시 선거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었다고 했다.
신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태블릿 PC는)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공식 캠프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2012년 9월에 서강바른포럼 사무국장을 그만둔 뒤 10월부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맞긴 맞느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신 씨는 자신이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진들을 일부 언론에 공개했다. 신 씨가 박 전 대통령 무죄석방을 요구하는 대한애국당 당원이라는 의혹도 있다. 신 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함께 기자회견을 한 변희재 대한애국당 정책위의장과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 측 관계자는 “신 씨를 흔들기 위한 모함이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이 끝난 이후 신 씨의 행적도 흥미롭다. 신 씨는 대선이 끝난 직후 한 대기업 계열사 경제연구소로 영입됐다. 보은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연구소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 씨가 이전의 보험·증권 관련이나 외국계 기업 활동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왜 지금 폭로했을까
<JTBC>는 2016년 10월 24일 최순실 태블릿PC와 관련한 보도를 했다. 신 씨는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연장 심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0월 16일 구속 기한이 만료된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지난해 보도를 보고 최순실 태블릿PC는 박근혜 캠프에서 사용했던 것이라는 의심이 생겼으나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공개된 자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보를 하기 위해 당시 태블릿PC 의혹을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던 변희재 씨에게 SNS 메시지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흐지부지 됐다가 최근 일부 언론에 공개된 ‘태블릿PC 분석보고서’를 보고 캠프에서 썼던 태블릿PC가 맞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보고서에 있는 젊은 여성의 사진은 나와 함께 일했던 캠프 여직원 김 아무개 씨”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 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물들의 사진이 태블릿PC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측 관계자는 “그 사진들은 태블릿PC로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사진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과정에서 사진이 남게 된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태블릿PC가 최 씨 것이라는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고 했다.
# 태블릿PC 행방은 어디로
신 씨가 태블릿PC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기간은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다. 신 씨는 당시 캠프에서 함께 활동했던 조진욱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태블릿PC를 받아 홍보용 카카오톡 관리에 사용하다가 대선이 끝난 후 김휘종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반납했다고 주장했다. 신 씨가 실제로 이 태블릿PC를 사용했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얼마든지 최순실 씨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씨 측 관계자는 “검찰은 김한수 전 행정관이 최순실 씨 생일선물로 태블릿PC를 줬다고 하지 않았나. 캠프를 거친 이후 김휘종 전 행정관에게 전달된 것이 사실이라면 검찰 측 논리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키맨인 김휘종 전 행정관은 신 씨의 기자회견 이후 한 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태블릿PC는 이춘상 전 보좌관이 사망한 후 유품과 함께 태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 씨 측은 김 전 행정관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 씨 측은 “기자회견 이후 김 전 행정관이 신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이제 와서 태블릿PC 주인을 밝힌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문재인 정부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본인이 피해를 입을까봐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김 전 행정관의 입장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반응이 없었다. 김 전 행정관은 신 씨의 기자회견 이후 SNS 계정도 정리했다. 김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을 의원 시절부터 수행해온 최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엔 김 전 행정관이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에 출입하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 측 관계자는 “김 전 행정관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었지만 절대로 우리 쪽에 협조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면서 “지금 김 전 행정관과 검찰이 짜고 태블릿PC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 억울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이 태블릿PC의 행방을 알고 있다면 박 전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밝힐 인물인데 숨길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또 다른 태블릿PC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신 씨가 또 다른 태블릿PC와 최순실 태블릿PC를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행정관은 신 씨의 폭로가 있기 전인 지난 9월 29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나와서도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썼던 두 대의 태블릿이 더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신 씨 측은 사실이라면 태블릿PC 개통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역풍 우려 신중
신 씨는 최순실 태블릿PC는 자신이 사용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공개된 증거들을 뒤집기엔 근거가 약하다. 태블릿PC에는 2012년 7월 15일과 2013년 7월 29일 독일 도착을 알리는 국제전화 로밍 안내, 외교부 영사 콜센터 안내 문자가 있다. 최 씨 출입국 기록을 보면 문자 도착 하루 전인 2012년 7월 14일과 2013년 7월 28일 한국에서 독일로 출국했다. 태블릿PC와 최 씨의 동선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증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신 씨는 “나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태블릿PC를 사용했고 분석보고서에서 발견된 젊은 여성 사진은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 씨를 지원하고 있는 대한애국당 측은 “태블릿PC에서 박근혜 캠프 팀원 사진이 53장이나 발견됐다. 검찰은 이것부터 설명해야 한다”면서 “최순실 씨가 수차례 해외를 오갔는데 태블릿PC와 이동경로가 일치하는 것은 독일 영사콜과 제주도 GPS기록 등 3건뿐”이라고 반박했다. 태블릿PC 안에서 발견된 최 씨의 셀카 사진에 대해서는 “JTBC는 셀카가 2장이라고 했는데 분석보고서를 통해 한 장은 셀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찍어준 것으로 밝혀졌다. 태블릿PC를 개통한 김한수 전 행정관과 최 씨 외조카가 친구다. 최 씨 사진이 찍힌 날 외조카 사진도 찍혔는데 세 사람이 우연히 함께 만났다가 찍은 사진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신 씨 측 관계자는 “탄핵 정국 초기부터 태블릿PC를 감정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했는데 검찰 측이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나 최순실 씨 측 변호인도 지금까지 태블릿PC 실물을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증거에 자신이 있다면 태블릿PC 실물 감정에 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내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신 씨 주장에 호응하며 특검 및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다른 대다수 의원들은 신중한 분위기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신 씨가 사용했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는 것 같다. 당 차원에서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처럼 역풍만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