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xi9876’ 지메일 통해 수시로 문건 주고받아…2012년 6월 정윤회·최순실 기사 검색 흔적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젊은 여성 사진. 신혜원 씨는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과 함께 일했던 캠프 여직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지난해 JTBC 보도를 보고 최순실 태블릿PC는 박근혜 캠프에서 사용했던 것이라는 의심이 생겼으나 확신을 하지 못하다가 최근 언론에 일부 공개된 ‘태블릿PC 분석보고서’를 보고 기자회견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신 씨는 태블릿PC 분석보고서에 들어있는 젊은 여성의 사진이 자신과 함께 일했던 캠프 여직원이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된 최순실 태블릿PC 분석보고서 전체 내용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특검은 재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태블릿PC에 대한 감정을 거부해오다 9월 11일 재판부에 ‘2016년 10월 25일 태블릿PC 분석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제목처럼 2016년 10월 25일 작성됐다. JTBC가 태블릿PC를 검찰에 제출한 다음 날이다. 총 689쪽 분량으로 작성된 보고서에는 태블릿PC에 담겨 있던 문서와 사진,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설치앱 목록, 앱 접속시간, 연락처, 한컴뷰어 히스토리, 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인터넷 웹히스토리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또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삭제됐던 자료도 복구되어 있다.
태블릿PC 안에는 총 1876장의 사진이 발견됐는데 메이플스토리 등 게임화면, 연예인, 웹툰, 젊은 여성이 입을 만한 옷과 액세서리 캡처 사진 등이 대부분이다. 최 씨 측은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사진들은 올해 만 61세인 최 씨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연예인과 웹툰 사진들. 최순실 씨 측은 올해 만 61세인 최 씨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씨 측 변호인은 “최 씨와 접견해 사진 목록을 하나하나 확인해봤는데 이미 언론 보도로 공개된 본인과 외조카 사진(태블릿PC 개통자인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친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최 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진이었다”면서 “특히 최 씨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사진이 들어있는 것이 태블릿PC가 최 씨의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정황증거”라고 주장했다.
최 씨 측은 다만 태블릿PC 안에서 발견된 어린 아이 사진의 경우 장시호 씨의 조카(장시호 오빠의 자녀)로 아는 인물이 맞다고 인정했다. 태블릿PC 안에서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나 승마와 관련된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다.
태블릿PC에 담겨 있던 최순실 씨와 어린아이의 사진. 최 씨 측은 어린아이는 장시호 씨의 조카로 아는 인물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JTBC 측은 10월 9일 보도에서 “태블릿PC에 담겨 있던 사진들은 소셜미디어나 이메일, 인터넷을 하는 과정에서 자동 저장되는 그림이나 사진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의 경우 최 씨와 태블릿PC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문건 내용을 감추기 위해 메일 제목이나 내용에 연예나 스포츠 기사들을 첨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이 기사들에 첨부된 사진들도 포렌식 분석에서 이미지 파일로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태블릿PC에는 연락처 15개가 저장되어 있다. 대부분 중복이거나 인터넷 메일 주소 등이었고 의미 있는 연락처는 4건이었다. 개통자인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연락처와 최 씨의 조카이자 김 전 행정관의 친구인 이 아무개 씨, 이춘상 전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춘차장’이라는 인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김팀장’이라는 인물의 연락처다.
태블릿PC에 남아있던 연락처 목록.
태블릿PC 보고서에는 통화내역 670건과 문자메시지 17건도 나열되어 있었다. 통화내역에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기록이 혼재되어 담겨 있다. 검찰이 태블릿PC가 최 씨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결정적인 증거인 독일 영사콜도 통화내역에 있었다. 태블릿PC에는 2012년 7월 15일과 2013년 7월 29일 독일 도착을 알리는 국제전화 로밍 안내, 외교부 영사 콜센터 안내 문자가 있다. 최 씨 출입국 기록을 보면 문자 도착 하루 전인 2012년 7월 14일과 2013년 7월 28일 한국에서 독일로 출국했다. 태블릿PC와 최 씨의 동선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전화나 문자로 특정 인물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한 흔적은 없었다. 다만 ZIXI9876이라는 이메일 계정을 통해 수시로 자료를 주고받거나 연락을 취한 흔적은 있었다. 검찰은 이 이메일 계정을 통해 최 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청와대 문건 등을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에는 카카오톡 메시지 총 49건과 채팅방 대화 목록 445건도 있다. 카카오톡 메시지의 경우 49건 중 17건만 남아있었고 나머지는 삭제한 것을 복구한 것이다. 복구한 메시지 상당수는 내용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태블릿PC에서 발신한 내용은 6건뿐이었다. 2012년 6월 25일과 8월 3일에 각각 ‘하이’라는 단어가 발신됐다. 수신자는 알 수 없다. 이에 따른 답장도 따로 없었다.
또 2012년 7월 15일 오후 4시 56분에는 ‘잘 도착했어 담주초에 이팀하구빨리해서 시삭해 내가애기한주묘한사항정리해서 빨리해’(※ 오타와 띄어쓰기까지 그대로 옮긴다) 같은 날 오후 5시 ‘일장표좀 멜로보내라구 김팀얘기해줘’ 오후 7시 3분 ‘인터넷이잘안되 거기서 어텋게해봐’ 오후 7시 4분 ‘서둘러서 월.화에해라’ 등의 메시지 발신이 확인됐다. 마지막 1건은 외조카인 이 아무개 씨에게 보낸 메시지고 나머지는 수신자를 알 수 없다.
카카오톡 채팅방 대화 목록의 경우 445건 중 8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삭제되었다 복구된 메시지다. 삭제되지 않은 메시지는 게임 초대, 스팸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삭제됐던 메시지들은 내용 확인이 불가능했다. 카카오톡 사용자 이름은 특이하게도 ‘선생님’이었다. 최 씨 측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그런 사용자 이름으로 만들었거나 김한수 전 행정관이 최 씨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자 이름을 ‘선생님’으로 만들어 줬을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톡의 경우 실명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최 씨 측은 카카오톡 앱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최 씨는 카카오톡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전부 복구된다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웹 히스토리 1048건 역시 대부분 삭제되어 있던 것을 복구한 것이다. 대체로 대선을 앞두고 정치 기사나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를 집중적으로 검색해봤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이후에는 인수위원회와 관련된 기사를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된 웹 히스토리를 복구한 결과 2012년 6월 25일 오후 5시 59분 ‘정윤회’라는 이름을 네이버 뉴스에서 검색했고, 1분 뒤엔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오후 6시 5분에는 ‘박근혜 아킬레스건 정윤회-최순실 부부 행적 미스터리’라는 기사를 찾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PC에는 최순실과 정윤회라는 이름이 검색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