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몫을 총수 개인이 품어…위법이다”
지난 8월 ㈜LG는 LG실트론 경영권과 지분 51%를 SK㈜에 6200억 원에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1만 8138만 원이다. 이어 회사명이 SK실트론으로 바뀌고 나머지 지분 49%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이 지분을 매각한다. 매각 가격은 주당 1만 2871원이다. 이미 SK에 경영권이 넘어간 상황이라 경영권 프리미엄을 뺀 가격에 거래됐다. 그런데 이 49% 지분 거래가 오묘하다. 이른바 TRS(토털 리턴 스왑) 방식이다.
LG에서 실트론을 인수한 최태원 SK 회장의 대박 조짐에 제동이 걸렸다. 고성준 기자
우리은행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도 같은 방식으로 한국투자증권(19.4%)과 삼성증권(10%)을 거쳐 최 회장에게 넘어간다. 최 회장은 이 거래를 위해 SK㈜ 지분 일부를 두 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주식은 지주사인 SK㈜ 또는 사업 연관성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취득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일부를 취득하도록 한 것은 회사 기회 유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현행 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SK실트론의 주력 제품인 웨이퍼는 반도체산업 호황으로 지난해 이후 분기마다 가격이 10%씩 상승할 정도로 수급이 개선됐다.
실트론과 SK 관계자들은 올해 이 회사의 매출액이 전성기 시절인 1조 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이 1500억 원, 순이익은 1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도 ‘깜짝’ 수준이었는데, 하반기 예상 이익은 상반기의 2배에 달한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올 연말 SK실트론의 EBITDA(상각 전 이익)는 2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SK실트론이 속한 업종의 기업가치 관련 시장 거래 배수(trading multiple)는 8~10배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총은 2조 원에서 2조 5000억 원 수준이 된다. 차입금 약 6000억 원을 제외해도 회사의 가치(EV)는 약 2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주당 가격으로 따지면 3만 원 안팎이다. 최 회장은 빚을 제외하고 4000억 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다.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SK㈜ 지분 240여만 주를 해소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2007년 12월 동부그룹이 KTB네트워크와 보고펀드 등에 지분 49%를 넘길 때 가격이 7078억 원으로 주당 2만 1552원이다. ㈜LG는 반도체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는 차원에서 지분을 넘겼다지만 수익을 보고 투자했던 KTB와 우리은행까지도 9년 전 시세의 절반에 불과한 값에 SK와 최 회장에 넘긴 셈이다. 심지어 지금은 누가 봐도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관투자자라면 반도체 호황을 맞아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최대주주를 압박했을 것”이라면서 “지분율 49%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최대주주를 압박할 수 있는 수준의 위력은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KTB나 우리은행 모두 국내를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곳인데, 재계 2위로 부상한 SK와 등을 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장 이번 거래에서는 얻는 게 없더라도 앞으로 SK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약속받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실트론은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관련이 깊다. 내부거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현행 비상장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지분은 30% 미만이다. 회사를 더 키워서 지분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준이 낮아지면 최 회장으로서는 지분을 일부 또는 전부 처분해야 할 수 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처분 방법은 두 가지다. 상장을 통해 외부에 매각하거나 계열사와 거래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현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후자는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SK㈜의 기회를 유용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한편 SK㈜와 최 회장은 TRS 방식으로 SK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는 소유주가 아니다. 현재도 여전히 SK실트론 지분 49% 소유주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다. 금융기관이 일정 계약을 위해 대출을 해주면서 계약조건 실현 전까지는 대출금을 자신들의 계정에 보관하도록 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에서 소유주는 SK㈜와 최 회장이지만 SK실트론 지분 49%는 계약이 실현되기 전까지 세 금융기관이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관리한다.
최열희 언론인
연일 오르는 코스피, 섣불리 뛰어들다간… 코스피가 어느덧 2500선이다. 지수가 더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어떤 종목을 사야 할 지 망설여지는 순간이다.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 종목이 과연 얼마나 더 오를지, 최근 반등을 시작한 자동차, 금융, 건설주들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단기 반등 여력은 그동안 낙폭이 컸던 자동차 쪽이 커 보이지만, 펀더멘털 개선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반도체 종목은 이익성장세가 워낙 탄탄해 적어도 주가가 뒷걸음질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발 리스크와 미국의 통상압력 부담에 단기 매물 소화 과정이 나타난다면, 비중확대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면서 “연말 배당 확대 기대감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우리 증시의 만성적인 디스카운트 완화를 이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망 종목으로는 이익모멘텀이 가장 강력한 IT,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 육성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바이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최근 낙폭 과대에 따른 강한 반등을 보이는 자동차 업종을 꼽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270만 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도 9만 원이 목전이다. 삼성전자 주가 300만 원, 하이닉스 주가 10만 원을 전망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추가상승 여력은 10% 남짓이다. 현대차 주가도 16만 원대에 근접하면서 연중 최고치인 17만 원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인 문제인 제품 경쟁력 저하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은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삼성바이오 등의 주가 강세에서 확인되지만 이익모멘텀의 뒷받침없는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는 있다. 삼성생명의 올 최고가는 13만 원인데, 주가는 벌써 12만 원을 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연중 최고인 14만 9000원이 코앞에 두고 있다. 금리 상승 수혜주인 금융주 역시 정부의 추가 가계 빚 대책의 강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증권사 전문가들은 다양한 논리로 ‘매수’를 권하고 있지만 코스피 사상 최고치 돌파 소식에 취해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 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