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지정 10년간 슬럼화 가속…고양시, 대책없이 777가구 사업 승인
[고양=일요신문] 송승환 기자 =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로 지정됐다가 최근 해제된 경기도 고양시(시장 최성) 일산동 경의중앙선 일산역 앞에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도시계획이 실종된 막개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업 시행사인 ㈜디에이치개발은 다음달 사업 대상지인 주택·상가 철거에 나설 예정이어서 반발하는 세입자들과 충돌도 우려된다.
14일 ‘구(舊)일산’으로 불리는 일산역 2번 출구 앞 주택건설사업 예정지를 가보니, 상가 수십 곳이 문을 닫은 채 ‘철거’, ‘이주 완료’ 등 붉은색 글씨와 펼침막 등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었다.
일산동 주민들은 이 일대가 2007년 뉴타운 사업지구로 묶인 뒤 10년 동안 도로나 상·하수도, 도시가스 등에 대한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중단돼 슬럼화가 급속하게 진행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입자들은 고양시와 사업자가 세입자에 대한 배려나 보호 대책이 전혀 없이 내보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일산동 주택건설사업 세입자 비상대책협의회’ 관계자는 “사업자 쪽이 상가를 돌며 ‘언제 이사 가냐’, ‘지금 안 나가면 불이익을 받는다’며 이주를 종용하고 있다. 보호 대책 없이 강제 철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현재 97% 이상 토지 매입이 완료돼 다음달부터 철거에 나설 방침”이라며 “세입자 일부가 반발하고 있는데 잘 협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에이치개발은 1만2491㎡의 터에 지하 4층, 지상 49~48층짜리 아파트 3동과 오피스텔 1동 등 777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지난 6월 고양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았으며, 올 하반기에 분양할 계획이다.
이 터는 애초 2007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뒤 2010년 재정비촉진계획 수립과 조합설립추진위까지 구성됐으나 사업 추진이 잘 안돼 2015년 조합설립추진위가 해산하고 지난 2월 뉴타운지구도 해제됐다.
고양시는 일산(3)·원당(10)·능곡(7) 등 3개 지구, 20개 구역에 뉴타운 개발을 추진했으나 현재 9개 구역이 지구 해제됐거나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뉴타운 해제 뒤 도시기반시설 조성, 원주민 보호 등 대책이 없어 막개발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민단체 행동하는 시민연대 정연숙(53) 상임대표는 “단순히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은 뉴타운 개발보다 더 나쁜 방식”이라며 “낙후지역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애초 뉴타운 지정 취지를 살려 공익적 관점에서 기반시설을 갖추고 세입자 보호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양시 관계자는 “주민 요구에 따라 재정비촉진지구를 해제하고 주택개발사업을 승인한 것”이라며 “현재 고양시의 세입자 보호대책은 없고 보호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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