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일요신문 DB
지난 13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영화 촬영 도중 상대방을 강제 추행한 남배우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주문했다.
A 씨는 지난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촬영 중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여배우는 전치 2주의 찰과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A 씨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신고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열린 성추행 사건 1심 재판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피의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의 촬영 동영상과 메이킹 필름은 상체만 찍혀 있어 성추행 여부를 알기 어렵다며 피해자와 피고인,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제 추행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촬영 후 피해자 바지의 버클이 풀려있었고,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며 “피고인 역시 피해자의 사과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이러한 반응에 비추어보면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에 기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주일 뒤 문제를 해결하라는 감독의 주선으로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가 이 일에 대해 따지자 피고인은 영화 하차를 통보받았음에도 반문 없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언행이 관계자의 권유에 따라 피해자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수차례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이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부 진술이 번복되고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나, 진술 주요 부분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다. 불합리하고 모순된 부분이 없다. 허위 진술을 할 특별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며 강제 추행 여부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전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의 바지에 손을 넣는 것은 감독의 지시 사항에도 없던 일이고 촬영도 얼굴 위주로 이뤄져 정당한 촬영으로 이뤄진 행위라 보기 어렵다. 피해자는 감독의 지시사항을 몰랐기에 합의된 사항도 아니다”라며 “여러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계획적, 의도적으로 촬영에 임했다기보다 순간적, 우발적으로 흥분해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인다. 그러나 추행의 고의가 부정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추행에 의한 상해 여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A 씨는 연극무대를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파 배우로 맹활약한 배우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케이블채널 드라마에서 오랫동안 악역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한 배우라고 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