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공기업·사기업까지 주물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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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회장의 선임 과정 인사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국무차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 ||
하지만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현 정권 핵심실세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여권 내부에서는 “그동안 쉬쉬 해오던 인사 비리가 드디어 터졌다.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분명히 게이트 수준의 대대적 사정작업이 전개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현 정권 실세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이 여권의 ‘인사 게이트’로 비화되는 첫 신호탄이 될지 추적해 보았다.
“향후 몇 개월 내에 ‘박연차 게이트’에 이어 현 정권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인사 게이트’가 터질 것이다.”최근 두어 달 전부터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이 앞으로 인사 비리 문제 때문에 크게 홍역을 치를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 나돌고 있다. 그 골자는 청와대, 공기업 심지어 대기업 주요 직책의 인사마저도 여권 핵심 실세 A 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각 분야에서 A 씨에게 인사 문제로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안 되면 그 참모들 사촌의 팔촌에게까지도 접근을 하고 있다는 말들도 나온다.
지난해 초부터 지속돼온 일부 핵심 실세에 의한 인사 전횡 행태가 올해 초부터 드디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곧 폭발할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3~4개월 내에 실세 ‘줄대기’ 문제가 터져 그 측근들이 대거 사정기관에 걸려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특정 인사에 대한 줄대기에 대해 강하게 경고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관가의 소문도 흉흉하다. 특히 현 정권 핵심실세를 통해 공공연한 인사 청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공무원 사회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련 인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부쩍 인사 문제에 관한 불만이 많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경우에도 그리 중요한 자리가 아님에도 ‘현 정권 누구의 소개로 왔다’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대구·경북(TK) 인맥이라는 점에서 비TK 출신 공무원들의 불만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박영준 국무차장과 천신일 회장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중 일각’이라는 게 이 인사의 시각이다. 포스코가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민간기업’임에도 현 정권 실세들의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마당에 정부 주요부처나 공기업의 인사 전횡은 과연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공기업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해 “포스코가 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기업이긴 하지만 정권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펴야 하는 입장이다.
정권 실세에 밉보이기라도 해보라. 국세청에서 사흘 정도만 재무팀을 털어버려도 바로 백기를 든다. 정부 지분 운운하는 건 어설픈 얘기다.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손을 못 댈 곳은 아무 데도 없다”라고 말했다.그런데 이번 포스코 회장의 인사개입 의혹은 민주당에서 먼저 제기했지만 인사비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여권 내부에서도 깊게 자리해온 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소장파 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지난해 정두언 의원이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현 국무차장)을 두고 ‘권력 사유화 장본인’이라고 공격하면서 그의 독단적인 인사전횡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 뒤 박 전 비서관이 물러나긴 했지만 인사 전횡 문제는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박 전 비서관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났다.
그 사람 표현대로 ‘자연인’ 신분으로 어떻게 대기업의 회장 등을 만날 수 있겠느냐. 말이 되느냐. 박 국무차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핵심 실세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지난해 불거진 일부 실세의 인사 독점과 권력 사유화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가면 분명히 특정 실세의 인사 게이트가 터질 것이다. 이는 ‘박연차 게이트’로 가까스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여권 핵심발 인사 게이트가 터지게 되면 현 정권은 더 이상 정국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인사 문제에 관한 한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파 관계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여권 핵심부는 지난해 말부터 관가를 중심으로 ‘특정 실세가 인사를 다 해 먹는다’라는 소문의 출처를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 인사라인 핵심 관계자의 ‘전출’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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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공장 내부. | ||
하지만 B 씨의 후임 자리에 또 다시 박영준 국무차장과 친분이 있는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가 오면서 실세 A 씨의 라인이 여전히 건재해 있다는 게 ‘증명’됐다. A 씨의 영향력은 여의도 정보계통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여의도를 출입하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최근에 물갈이됐는데 한나라당 소장파와 친분이 있던 관계자가 물러나고 A 씨 인맥으로 교체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소장파 인사는 “그동안 (소장파는) A 씨를 중심으로 한 주류에게 철저하게 견제를 당해왔다. 하지만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박영준 국무차장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인사 개입을 한 의혹이 제기돼 ‘권력 사유화’ 논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야말로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한 왜곡된 인사 관행을 없애야 한다. 박 국무차장의 처리 여부를 예의 주시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민간기업인 포스코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은 현 정권의 권력 사유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키고, 특검까지도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로써 ‘왕 차관’인 박 국무차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제기한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에서 물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야당이 제기한 ‘권력 사유화’ 논란에 또다시 휘말리게 됐다.
그런데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국무차장이 여론 추이에 따라 전격 낙마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그가 연루된 또 다른 인사 개입 의혹이 드러날 경우 여권이 견디기 힘든 시기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 여권 핵심실세가 자신에게로 오는 칼날을 피하기 위해 박 국무차장을 ‘버리는 카드’로 쓴다면 올해 초 힘겹게 컴백한 그로서는 재기불능의 상태로 빠질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인사 게이트’의 단초를 제공할 만한 제2, 제3의 포스코 사건을 찾아낸다면, 사정당국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X파일’을 활용, 그에 대한 ‘제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을 지켜보는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은 “해줄 말이 없다”라며 바짝 몸을 숙이고 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여권의 권력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참여정부의 도덕적 정당성이 ‘박연차 게이트’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뢰의혹으로 무너지고 있다면, 이명박 정권은 틀림없이 최근 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사 비리로 무너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재 여권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냉소적이다.
그런데 정치권에는 여권의 인사 난맥상은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개선 의지 부족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소장파 출신으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역임했던 이태규 현 KT 전무는 지난해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논쟁 이후 한 인터뷰에서 “지도자로서는 버려야 할 부분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온정주의적 사고를 하는 성향이 있다. 권력을 잡은 뒤 시대적 과제나 국민적 요구를 망각한 채 아는 사람 중심, 친한 사람 중심의 인사를 폈다. 그러다 보니 인사에서 도덕성이 없어졌고, 민심이 이반하게 됐다.
오늘의 결과에 스스로 원인제공을 한 셈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이 전무가 내뱉었던 쓴소리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인사는 여전히 ‘강부자 고소영 시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