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미술이냐, 현대미술이냐’ 청년 화가들의 고뇌
고교 졸업반인 나디소와 전시회에서.
양곤의 대표적인 부촌 골든 밸리(Golden Valley). 이 지역은 좋은 집도 많고 갤러리도 모여 있습니다. 한국대사관 부근입니다. 골목 안에 있는 갤러리에는 젊은 화가들의 그림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는 뉴트레저 아트 갤러리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얀마에선 ‘국민화가’로 불리는 민웨이아웅이 대표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불교 전통미술의 기법을 이은 화가입니다. 13세기까지 활발하게 이어진 사원의 벽화에서 그 모티브를 찾아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걸어가는 승려의 뒷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왜 많은 그림이 뒷모습일까요? 그는 말합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후회와 번민뿐이다. 미련만 남는다. 그래서 우린 되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앞으로 정진해 나가야 한다.’
국민화가 민웨이아웅의 그림 ‘Towards Monastery’.
최근 미얀마 청년화가들은 해외 전시회에 자주 참여합니다.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지로 유학을 떠나기도 합니다. 미얀마 미술은 그간 다른 예술처럼 50여 년간 정체되고 고립된 길을 걸어왔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외국과의 예술교류가 막힌 탓입니다.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50여 년 전 그림을 보면 주제, 소재, 기법 등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섬세한 인물화, 사실적인 기법이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강렬한 색감, 빛의 음영을 섬세하게 표현해 외국인들의 시선을 멈추게 합니다.
젊은 화가들의 작품들. 수채화들이 많다.
오늘 나디소의 편지를 받고, 함께 보았던 전시회 그림들을 들여다봅니다. 불교미술의 전통을 이어갈 것인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현대미술로 나갈 것인가. 이곳 청년들의 그림에는 두 가지 고뇌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나디소가 멈춰서 한참이나 보던 그림이 생각납니다. 화려한 색감이 담긴 그림이었습니다. 나디소는 캔버스와 물감이 없어 그림을 그리진 못하지만 오늘 밤도 연필로 데생을 하겠지요. 그럼에도 나디소의 마음 안에는 수많은 색깔이 수채화처럼 번져서 상상의 화폭을 채우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며 저는 나디소에게 답장을 씁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