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역사의 길’ 노래로 불러 봅니다
고유 의상을 입고 있는 리수족 여자 아이. EPA/연합뉴스
그 부족 중에는 리수족(Lisu)이 있습니다. 미얀마 북부 카친 주에 주로 사는 산악부족입니다. 중국 윈난성에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 쪽에만 약 70만 명, 미얀마 쪽에 약 35만 명이 삽니다. 인도와 태국에도 흩어져 삽니다. 이 부족은 한국의 방송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를 통해서 알려졌습니다. 기원전 2세기부터 무역거래를 한 부족입니다. 실크로드 이전입니다. 차마고도는 중국 누강 협곡을 따라 티베트까지 가는 길고 긴 절벽길입니다. 중국 윈난성의 보이차를 말에 싣고 말과 소금을 바꾸러 떠나는 기나긴 여정.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가파른 길과 절벽. 아래로는 그 이름처럼 마치 화가 난 듯이 누강이 거칠게 흘러갑니다. 이 부족이 미얀마에서 먼저 왔는지 중국에서 먼저 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구비구비 산맥을 돌아가는 중국 누강. 차마고도의 길이다.
다만 미얀마 북부와 중국 서남부 사이의 산맥을 두고 이 부족들은 서로 오갑니다. 최근엔 미얀마 쪽에 바나나, 파인애플 등 농작물을 재배해 중국으로 가져가 팔기도 합니다. 미얀마가 땅도 넓고 인건비가 싸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엔 종교박해를 피해 미얀마와 인도로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부족민 대다수가 기독교를 믿습니다. 100년 전 영국 선교사 제임스 프레이저를 통해 성경이 번역되고 고유문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워낙 척박한 산악지대에 살았기 때문에 그들의 삶도 척박했습니다. 옥수수 농사를 지어 팔아 쌀과 고기를 사야만 했습니다.
리수족은 1917년 알파벳식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얀마를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에 흩어진 자기네 부족들과 수시로 오가며 고유의 풍습과 문화를 이어갑니다. 그들은 누구도 잘 찾지 않는 험난한 산악지대를 무대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3가지 버림’을 받았다고들 합니다. 정부로부터, 환경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산악 오지에는 옥수수나 감자 외엔 특별히 심을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자를 구해오는 무역로를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가느다란 협곡의 길, 차마고도는 그들의 고단했던 삶의 역사를 보여주는 흔적이 되었습니다.
전통가옥의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리수족 가족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