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셰스쿠 처형 ‘아른’
<주간포스트>에 따르면 김정일은 이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곤 했다고 한다. 차우셰스쿠는 아버지인 김일성의 맹우(盟友)로 서로 독재정권 유지 노하우를 조언할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독제체제를 지켜온 북한과는 달리 루마니아는 1980년대 말 독재체제가 무너졌다. 당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동유럽 전 지역에 민주화 물결이 확산되던 가운데 루마니아에서도 시민들의 폭동이 연일 벌어지고 있었다. 이에 차우셰스쿠는 실탄으로 무장한 군대를 투입하여 폭동을 진압하려고 했다. 그러나 군대의 책임자가 이 명령에 불복했고 이 책임자는 며칠 후 시체로 발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대는 차우셰스쿠를 완전히 등지게 됐다. 분노한 시민들과 군대가 합세하여 쿠데타를 일으켰고 차우셰스쿠는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55분 만에 끝난 재판에서 국가권력 파괴, 국민경제 파괴,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부정축재 등의 혐의로 사형이 언도됐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아내와 함께 총살형에 처해졌다. 차우셰스쿠의 시체에서 총알이 100발도 넘게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정일과 군부의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차우셰스쿠의 처형 영상을 보는 그의 머릿속에 요즘 어떤 생각이 떠오르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