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발의하겠다”VS BJ “말도 안돼”
13일 과방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서수길 아프리카 TV 대표(좌)와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요신문] 아프리카TV의 최대 히트작, ‘별풍선’이 국정감사장에서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하루 3000만 원에 달하는 별풍선 후원제도를 강력히 성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BJ들이 별풍선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선정성 경쟁에 몰두한다는 것입니다.
국감 별풍선 성토장에서 최대 화두는 ‘별풍선 개수 한도 제한’이었습니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에서 판매하는 유료아이템으로 시청자가 BJ에게 주는 현금 성격의 선물입니다. 국감 의원들은 개인이 별풍선 한도를 월 50만 원으로 제한하는 법 발의를 시사했습니다.
그렇다면! ‘별풍선 결제 한도 50만 원 제한법’은 정말 통과 가능성이 있을까요? 결제 한도가 줄어들면 아프리카 TV의 선정성이 사라질까요? <일요신문i>는 이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정치권과 BJ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BJ들 대부분은 “말도 안 된다”며 격분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래도 제한을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습니다. 마치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서 ‘주화론’의 최명길과 ‘척화론’의 김상헌 간 치열한 논리싸움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찔하고 뜨거웠던 의견들을 지금 공개합니다.
논쟁의 ‘발단’은 국정감사였습니다. 위 사진 보시죠.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의 당황한 표정이 보이시나요? 10월 13일 서 대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그야말로 ‘탈탈(?)’ 털렸습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 대표를 향해 “별풍선 결제금액의 하루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서 대표는 “개인별로 하루에 선물할 수 있는 한도는 별풍선 3만 개… 3000만 원 이하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김 의원은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3000만 원이요? 그러니까, 한 사람이 별풍선을 BJ에게 3000만 원을 선물할 수 있는 거예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김 의원은 또 “민원이 들어왔는데 자기 남편이 하룻밤에 별풍선으로 6600만 원을 썼다는 거예요. 이게 가능한 것인지…. 믿어지지 않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별풍선에 대한 규제가 약하기 때문에 아프리카 TV의 선정적인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아프리카 TV 캡처 장면
‘전개’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에서 이뤄졌습니다. 송 의원은 “의원들이 사진이 너무 선정적이라서 보여주지 못하겠다고 하시지만…저는 과감히 보여드리겠습니다”고 아프리카 TV 캡처 사진을 국감장에서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아프리카TV, BJ, 시청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송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방송 건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안에는 사이버머니 월 결제 한도에 맞춰 인터넷 방송을 제한해야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라며 “청년이나 미성년자는 결제금액을 월 50만 원으로 줄여야 합니다. 이것도 쉽지 않겠지만…”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 한도를 줄이면 아프리카TV의 선정성이 사라질 것이란 주장입니다.
송 의원은 또 “게임산업진흥법에 관련 법률 28조 8호에 보면 사이버머니 50만원으로 제한한다는 법이 있습니다. 지켜야 합니다. 굉장히 잘못된 부분입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프리카TV 이용자들이 쏠 수 있는 별풍선 한도를 월 ‘50만 원’으로 제한하겠다는 법안 추진을 암시한 것입니다.
DC인사이드 인터넷 갤러리 게시판 캡처
‘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평소 아프리카TV를 즐겨보는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강원랜드 도박장도 풀어놨는데 별풍선 규제는 말도 안 됩니다”VS“별풍이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팽팽하게 대립했습니다.
아프리카 TV 주가 현황 캡처(네이버 제공)
국감이 끝난 뒤부터 아프리카TV에서도 ‘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서 대표는 국감에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송을 규제하는 장치들을 더욱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내놓았지만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습니다. 국감 전에 2만 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10월 20일 종가 기준 1만 7250원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렇다면 “별풍선 한도 월 50만 원 제한법”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송희경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이 게임 머니를 언급한 것은 예를 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별풍선 때문에 아프리카 TV의 사행성이 심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관련 법안을 10월 말이나 11월에 발의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과방위 여당 소속 관계자도 “아프리카 TV측에 별풍선 한도를 내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율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정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으면, 이용자의 별풍선 결제 한도를 낮추는 법안을 발의할 생각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아프리카BJ 하워니 방송 모습(기사내용와 관련없음)
‘절정’은 BJ들과 정치권의 뜨거운 논쟁입니다. BJ들은 ‘별풍선’과 ‘선정성’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게임 BJ 이성은 씨는 “개인이 적법한 과정을 통해 풍선이라는 상품을 구매해서, 방송 비제이에게 선물하는 시스템입니다. 딱히 이해가 가지 않는 방안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씨는 “개인 방송은 가게를 차려서 영업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방송이라는 가게를 찾아 고객들이 찾아와서 방송이라는 메뉴를 선택해 즐기다가, 손님들은 자유롭게 값을 지불합니다. 국가가 손님이 낼 수 있는 금액을 강제하는 것은 매출을 제한하는 것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의도 정치권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별풍선 한도’가 줄면 ‘방송의 선정성’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송희경 의원실 관계자는 “아프리카TV와 BJ는 영업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정성과 폭력성은 선을 넘었습니다. BJ들은 좋은 콘텐츠로 별풍선을 벌어들인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자극적인 방송을 했기 때문에 수익이 따라왔습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유명 BJ는 “시청자들이 동시에 10만원씩만 쏴줘도 하루에 수백만 원을 벌 수 있습니다. 별풍선 한도가 하루에 3000만 원이라서 BJ들의 수익이 높은 것이 아닙니다. 여러 고정 팬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을 오랫동안 해주기 때문에 돈을 버는 시스템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별풍선 한도’와 ‘방송의 선정성’은 별개라는 뜻입니다.
아프리카BJ코코 방송 모습 캡처(기사와 관련없음)
흥미진진한 논리 싸움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정치권은 또 다른 논리로 BJ들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과방위 여당 관계자는 “별풍선 때문에 선정성이 심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여성 BJ들이 ‘별풍선을 쏘면 가슴을 보여줄게요’라고 하면 그 짧은 순간에 빠져들어서 자제력이 상실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이같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국회 차원의 강한 규제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송희경 의원실 관계자도 “개인방송을 보다가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결제해서 후회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도박과 같습니다. 국민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때에는 국가가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프리카TV의 사행성이 도박에 버금갈만한 수준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앞서의 유명 BJ는 “별풍선을 순간적으로 많이 쏴서 후회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강원랜드에 가서 돈을 많이 잃어 후회가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문제입니다. 개인의 잘못을 시스템의 오류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 아닙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법조인들은 ‘별풍선 결제 한도 50만 원 제한법’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임애리 변호사는 “아프리카TV의 선정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실정법적 규제가 아닌 수익원 자체를 일정액으로 제한하는 방법은 아프리카TV측과 BJ들의 기본권,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의 고심이 깊을 것입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과연 ‘별풍선 결제 한도 50만 원 제한법’의 ‘결말’은 어떻게 흐를까요?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