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저하 우려” 학부모들 반발
광주시교육청은 대광여고에 대한 혁신학교 지정 최종결정을 유보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9월 29일까지 공모한 ‘빛고을 혁신학교’에 대광여고를 비롯해 모두 9곳의 신청을 받았다. 신청 학교를 대상으로 서면과 현장 심사를 거친 뒤 지난 19일 빛고을혁신학교 추진위원회 심의를 벌여 지정 학교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신청 학교 중 유일한 고교인 대광여고 측에서 지정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시교육청은 지난 24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교육청을 항의 방문한 학부모 및 동문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 시기를 보류했다.
홍복학원 산하인 대광여고는 설립자 이홍하 씨가 사학비리로 구속된 후 2015년부터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청에서 파견한 교장이 근무 중이다. 대광여고는 지난 9월 말 혁신학교 지정 공모에 참여했다.
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신청 절차에 따라 전교직원·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교육공무직 포함 전체 교직원 표결에서는 찬성 41명, 반대 40명으로 50%를 근소하게 넘겼다. 대광여고 측은 혁신학교 추진에 대해 “일방적 강의식 수업에 편중된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교직원 업무 및 시설 개선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갖고 교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행정인력 확보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데다 혁신학교 지정에 따른 학력저하 등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일부 동문들과 학부모들은 23일 교육청 항의방문에 나서는 등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학생들이 공부와 멀어지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광여고 총동문회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혁신학교 신청은 파견된 교장이 무리한 정책 집행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광주시교육감은 65%가 넘는 반대율을 보인 교직원 다수의 뜻과 상반된 이번 혁신학교 지정을 취소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학교 운영위원회도 성명에서 “학생들의 교육과정 정상화라는 이유로 추진하는 혁신학교를 교사가 다수 반대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수업에 어떤 혁신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전원은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며 이번 신청을 반려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총동창회와 학부모들은 오는 27일부터 1개월 동안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며 항의 시위를 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일단 혁신학교 지정 결정을 보류하고 대광여고 내부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2011년부터 빛고을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해 현재 유치원 2곳, 특수 3곳, 초등 30곳, 중등 15곳 고등 4곳 등 모두 54개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고등학교는 성덕고(2012년 지정), 동명고(2012년 지정), 전남여상(2016년 지정), 광주여상(2016년 지정) 등이다.
이경재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