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세종대 교수(왼쪽)와 그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 사진=세종대학교 홈페이지
27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교수에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유하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여기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엔(UN)보고서를 인용해 “일본 정부와 군부가 아시아 전역에 위안부용소를 설립하는 데 관여한 사실이 명백하고, 여성 피해자들은 의사에 반해 붙잡혀와 엄청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유하 교수가 책 일부 내용에서 단정적 표현을 사용해 이를 접하는 독자들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에 들어가 성매매를 했으며, 일본군과 정부가 강제동원을 하지 않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는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표 대상은 집단구성원이 그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라면 개별 구성원의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박유하 교수의 표현방식이나 역사적 상황을 감안하면 독자들은 위안부 집단 내 구성원이 피해자를 가리킨다고 여길 수 있어 피해자도 특정된다”고 전했다.
또한 “오랜 기간 연구를 한 박유하 교수는 피해자들이 위안소 내에서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며 성적 학대를 강요받고 강제동원 및 운영에 일본군이 관여한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적시된 사실이 허위이고,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는 점을 인식해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비판하는 과정에서 왜곡을 했고, 피해자를 비방하거나 고통을 줄 목적은 없었다”며 “잘못된 생각과 의견을 가지더라도 이는 토론과 반박으로 걸러져야 한다. 명예훼손죄로 학문의 자유가 위축되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유하 교수는 지난 2013년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를 통해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다고 기술했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5년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1월 1심은 박유하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유하 교수가 저술한 주요 동기는 그 나름대로 한일 양국의 화해 및 신뢰구축이 목적”이라며 “고소인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원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의 구형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