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 탑재 기술 직접 언급...단순 정찰기 아닌 전술기 활용 가능성 높아
지난 6월 4일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2017’에 김정은이 직접 참관한 모습. 연합뉴스
필자가 최근 북한 내부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자료는 2015년 11월 5일 있었던 김정은의 내부 담화 자료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과 함께 조선노동당 정치국, 군사부, 군수공업부, 인민무력부의 책임 일꾼들이 배석했으며 대남 침투 공격기술에 대한 군사 기밀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담화의 핵심은 북한 과학자들이 새롭게 연구개발한 공군사령부 전술무기 실전배치 전력화 성과를 직접 치하하고 앞으로의 공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과제를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그중 핵심 지시사항은 놀랍게도 저공비행기(AN-2), 그리고 무인기에 대한 것이었다.
김정은은 지시사항으로 이렇게 운을 뗐다. “시범적으로 공군사령부 A 군부대의 저공비행기와 활공기(북한에서 무인기를 이르는 말)를 이용한 새로운 전술교범을 완성하라…(저공비행기와 활공기 전술은) 적(敵) 전연부대는 물론 적 중심까지도 초토화할 수 있는…세계 그 어떤 전쟁 역사에서도 없는 독창적인 전투 방식….”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앞서 언급한 A 군부대는 서해전대의 해주비행장에 있는 한 핵심부대로 확인된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해주비행장에 위치한 특정부대 소관 저공비행기와 무인기의 전술교범 편찬 완성을 지시했다. 말 그대로 실질적인 전력화를 위한 이론화 작업을 직접 군에 주문한 셈이다.
김정은의 지시는 다시 이어진다. “최단기간에 (저공비행기와 무인기의) 전술교범을 완성하여 각 군종, 병종 사령부와 전연군단들에 A 군부대 부대원들과 협동작전을 할 수 있도록 하라.”
김정은이 저공비행기와 무인기의 교범을 완성하면, 이를 적극 활용해 관련 부대들이 합동 군사훈련을 꾀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김정은의 가장 중요한 지시 대목은 다음이다. 그 내용은 상당히 섬뜩하다. “전술무기 사용 시 우리 아군은 물론 적 강점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방사성 오염수치 허용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빠른 시간 안에 (방사성 오염을) 제거할 수 있는 연구 사업을 더욱 완성하라.”
김정은이 저공비행기와 무인기의 전략무기화에 있어서 ‘방사성 물질’ 탑재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 자랑하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생화학무기를 저공비행기와 무인기에 활용하기 위해 이미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를 완성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자료를 제공한 내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북한은 현재 방사성 물질 등을 무인기에 탑재해 작전지역에서 ‘자폭’ 방식으로 분사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6월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의 모습. 6월 21일 오전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다. 국방부는 이날 무인기 조사결과 및 대북 경고성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굳이 적 강점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가 가지 않는 선, 즉 제어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적진에 살포될 수 있도록 기술력 개발을 주문한 것일까.
이이 대해 앞서의 관계자는 첫째 북한이 생화학무기에 대한 부정적인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한다는 점, 둘째 소량의 방사성 물질 살포만으로도 적진의 혼란을 야기하기에는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점, 셋째 최종적으로 이를 통해 북한군이 적진을 점령한 이후 오염 물질 제거가 용이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은 이렇게 강조했다. “이는 선대 수령들(김일성과 김정일 지칭)이 그토록 바라시던 조국통일을 우리 대에 반드시 이루게 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의 하나…적들의 우세를 정치사상적 우세뿐만 아니라 현대전에 맞게 전술·기술적 우세로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우리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력갱생 고군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일구어낸 우리 당 역사와 조국이 길이 빛날 세상에서 가장 값 높고 자랑스러운 창조물이다.”
김정은은 마지막으로 이 전술무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북한의 비대칭성 전략무기에 대한 현 상황을 설명한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김정은은 2014년 이후 실제 평안북도 구성시에 위치한 일명 방현 비행기 공장을 자주 시찰했다. 또한 공군부대 훈련 현장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무인기 전략화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이 두드러진다.
한국은 이미 지난 6월 강원도 전방 일대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에 화들짝 놀란 바 있다. 그 무인기에는 사드 설치 지역인 경북 성주 일대의 촬영 파일이 담겨 있었다. 우리 영공 270km가량을 아무런 제지 없이 드나들고, 주요 군사지역까지 노출됐기에 그 충격은 매우 컸다.
무엇보다 2014년 3~5월 사이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와 비교해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2014년에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 3대는 고작 몇 시간 운행이 가능한, 거의 민수용 드론과 차이가 없는 조악한 기체였지만 올해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는 그 운행거리와 탑재된 장치를 놓고 볼 때 군수용 정찰기로서 가치가 충분했다.
필자가 이번에 입수한 김정은의 담화 내용을 놓고 볼 때, 북한은 이미 정찰기로서 무인기의 활용뿐 아니라 비대칭무기의 무인기 탑재까지 염두에 둔 것이 확실하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