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남의 표밭서 ‘새싹’ 추격그룹 자기 표밭도 ‘시들’
▲ 박근혜 전 대표 | ||
과연 잠룡들의 최근 지지율 흐름을 살펴보면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한 ‘유의미’한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및 호감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잠룡들의 지지율 추이와 변화 요인을 짚어봤다. 각각의 여론조사마다 해당 잠룡의 조사 대상자 포함 여부에 따라 지지율에 차이가 있으므로 전체적인 순위보다는 응답자의 특성 위주로 지지율 추이를 분석했음을 밝혀둔다.
여러 조사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결과를 살펴보면 두말할 나위 없이 박근혜 전 대표가 ‘독보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나타난 지난 6개월 동안의 지지율 변화를 들여다보면,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지난 5월 26일까지의 총 열두 차례의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40%대 안팎의 높은 지지율로 내리 1위를 차지했다. 평균 지지율은 40.1%. 등락폭도 매우 적은 편이었다. 지난 5월 26일 조사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을 때가 38.5%(2월 12일)였고 가장 높았던 수치는 42.4%(4월 16일)였다. 두 지지율의 차이가 3.9%p(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고르고 일정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표는 기본적인 절대지지층이 안정적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지지율 변동이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지난 5월 26일 조사에서는 원내대표 경선 후유증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고조된 ‘반 한나라당’ 정서 때문인지 지난 6개월간 ‘탄탄했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도 이전 조사에 비해 5.9%p 하락한 35.2%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가 ‘고정적 지지층’을 지니고 있어 더 이상 하락세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왼쪽부터 정동영 의원, 김문수 지사, 오세훈 시장 | ||
이는 박 전 대표가 가진 큰 강점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대권주자로서 ‘여성’이라는 점은 장점보다 단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남성들로부터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그를 ‘여성’보다는 ‘정치인’으로서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같은 여성으로 잠룡군에 거론되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율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강 전 장관은 3.8%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남성 응답층에서는 3.5%, 여성 응답자 중에선 4.2%를 기록했다. 적은 수치임을 감안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여성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연령별 지지층에서도 고르게 높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20~30대 연령층의 지지율은 대부분 30%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으며 낮았던 경우에도 대부분 ‘30%대’를 유지했다. 또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40~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대체로 이보다 높은 40%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으며, 50대 이상에서는 50%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정당 지지자별 비율을 들여다봐도 박 전 대표의 ‘압도적’ 지지율의 위력을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58.8%(리얼미터 6개월간 조사결과 평균)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친박연대 지지자 중에서는 87.7%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민주당 지지층 중 20.6%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층 중 정동영 전 장관 지지층은 33.4%였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대권주자’로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서도 돌아봐야 할 점일 것이다.
지역별 지지층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난 1월 13일 리서치앤리서치에서 ‘박근혜 호감도’에 관해 조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거주자 중 56.6%, 대구·경북 출신자 중 56.0%가 박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지난 4월 16일 리얼미터의 조사결과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60% 가까이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영남 지역에서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는 지난 4월 재보선을 통해서도 증명되었다. 이 지역의 지지층이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층으로 확고한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박 전 대표 지지층들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불교신자(62.3%), 월 가구소득 150만 원 이하(57.1%), 보수적 이념성향자(57.1%),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자(55.4%) 등에서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로 인해 다른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큰 격차를 두고 분포돼 있다. 리얼미터의 최근 6개월 조사결과 정동영 의원이 11.0%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1위와의 지지율 차는 무려 평균 29.0%p에 이른다. 전체 응답자 중 남성은 10.4%가, 여성은 11.7%가 정동영 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남성 지지층 비율이 약간 높았던 데 반해, 정 의원의 경우 여성 지지층 비율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부분이 이채롭다.
연령별 지지층에서도 정 의원은 박 전 대표와는 상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40대~50대 이상의 지지가 높은 박 전 대표에 비해, 정 의원의 경우 대체적으로 20~30대 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20대와 30대 층에서는 10%대 초반, 40~50대 이상에서는 10% 미만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듯이 정동영 의원 등 여타 잠룡들이 가진 고민은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차가 너무도 크다는 데에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잠룡들의 지지율 합이 박 전 대표의 지지율과 맞먹거나 못 미칠 정도다. 또한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의 고민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 밖’에 있는 정동영 의원을 제외하면 차기 대선주자군에 속한 이는 정세균 대표 정도에 불과했고 그나마 지지율이 2~3%대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강래 원내대표체제를 출범시킨 민주당은 당쇄신론을 통해 개혁을 준비 중이지만,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물어보면 민주당 대표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