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일본 침체설’ 비웃다…로제, 미사모, 스키즈, BTS 지민까지 상위권 싹쓸이
이번 성과는 1위 차트 진입을 넘어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현재 일본 음악계에서 ‘국민 밴드’로 불리는 미세스 그린 애플이 올 여름부터 음원 차트를 장기 지배해왔다. 여기에 ‘국가대표 힙합 듀오’로 불리는 크리피 넛츠(Creepy Nuts) 역시 최근 컴백과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로제가 이뤄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소위 ‘빈집털이’라고 폄하할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방탄소년단(BTS) 이후 2년 5개월 만에 오리콘 주간 스트리밍 차트 1위라는 기록이기도 하다.
로제의 ‘아파트’ 신드롬은 일본 케이팝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일본의 케이팝 시장은 그동안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하이브와 트와이스로 대표되는 JYP의 양강 구도가 지속돼 왔다. 그런데 로제의 ‘아파트’가 일본 시장을 강타하면서 새로운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음원 성적을 넘어선 문화적 파급력이다. 아파트가 초기부터 지금과 같은 위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본 유명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아파트’ 챌린지를 유튜브, 틱톡 등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중·고등학생층으로까지 확산되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전 세대의 참여로 이어지며, 일본 플랫폼을 장악한 상태다.
‘아파트’는 한국의 전통적인 술자리 게임을 모티브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는 그의 개인 기록으로도 스포티파이 글로벌, 미국에서 최고 성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일부 혐한 성향의 네티즌들은 브루노 마스의 참여를 이유로 이 곡의 성공을 평가절하하려 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최근 브루노 마스와 레이디 가가의 협업곡이 스포티파이 재팬에서 66위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특히 이와 관련해 2020년 9월 일본의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 아라시가 브루노 마스에게 약 7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Whenever you call’이라는 곡을 선보였으나 빌보드 차트 진입에도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아라시 곡 제작 배경을 두고 BTS(방탄소년단)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곡은 아라시의영어 발음이 좋지 않아 AI가 베트남어 곡으로 인식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져 큰 화제가 고, 이후 아라시는 음악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최근까지 K-POP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NHK 홍백가합전에서 K-POP 아티스트들의 출연 비중이 높았음에도 지난해 시청률이 저조했고,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K-POP 콘서트 티켓 판매량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일본의 ‘국민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이 주요 음원 차트를 장악하면서 상위권에서 K-POP 아이돌의 이름이 잠시 사라지자, 현지 매체들은 ‘K-POP 거품 붕괴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성급한 판단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들로 구성된 유닛 ‘미사모’가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고, 에스파 역시 일본 시장 진출과 동시에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여기에 BTS 지민의 솔로곡이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K-POP의 저력을 입증했다. 스키즈는 최근 오리콘 차트와 빌보드 재팬 앨범 차트 1위를 석권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로제의 ‘아파트’ 신드롬은 K-POP 인기 하락설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됐다. 주요 매체들은 이제 K-POP의 영향력 감소를 언급하던 이전의 논조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K-POP 업계 소식에 정통한 A 씨는 “이번 '아파트'의 성공은 일본 내 K-POP의 영향력이 주춤하다는 최근의 평가가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보여준다”며 “트와이스 미사모의 성공, 에스파의 성공적인 일본 데뷔, 스트레이 키즈, BTS 지민의 솔로곡 인기에 이어진 이번 흥행은 K-POP이 오히려 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