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겉으론 친절한 이웃 실제론 악질 성매매업자…“살인에 쾌감 느끼는 심리” 분석
일본 가나가와현 자마시의 원룸아파트에서 남녀 시신 9구가 발견돼 사람들을 경악에 빠뜨렸다. 해당 아파트 앞에 운집한 취재진들. AP/연합뉴스
10월 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자마시의 원룸아파트에서 남녀 9명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경찰에 의하면 “절단된 사람의 머리 부분과 신체 일부가 아이스박스와 물건 수납박스 등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아파트의 거주자인 시라이시 다카히로(27)를 사체 유기혐의로 구속했다.
사건이 드러난 계기는 10월 중순 접수된 여성의 실종 신고가 결정적이었다. “도쿄 하치오지에 사는 23세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 전화가 있었고, 경찰이 여성의 행방을 쫓던 중 시라이시가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다. 여성이 살던 하치오지 역과 용의자 아파트 근처 역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방범카메라에 찍혔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에서 두 사람이 교류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증거를 바탕으로 10월 30일 저녁, 경찰이 시라이시의 집을 급습했다. 그리고 집안을 조사했더니 신체 일부가 남아 있는 시신 9구가 나왔다. 시신 가운데 여성은 8명, 남성은 1명이었다. 시신들은 모두 크게 훼손된 상태로,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고양이 배변용 모래를 뿌려뒀다”고 한다.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하며 “증거 인멸을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노린 살인도 있었고, 몇몇 여성은 성폭행 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또 “시신은 욕실에서 해체한 후 일부는 쓰레기로 버렸다”고 말해 사람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일본 <TBS뉴스>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난 8월 말 사건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월세는 약 2만 엔(20만 원). 13㎡ 정도의 작은 원룸아파트다. 이웃 주민들은 “밤이 되면 용의자가 쓰레기를 버렸다. 무언가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옮기는 듯했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용의자의 옆집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환풍기가 복도에 있는데, 그 집을 지날 때마다 악취가 났다. 한 번도 맡은 적 없는 강렬한 냄새였다”고 회고했다.
이미 “시신들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 한 명은 하치오지의 실종 여성으로 추정되지만, 남은 8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최소 9명의 시신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종 여성은 도쿄 하치오지에 살았다. 반면, 용의자는 그로부터 약 20km 떨어진 지역에 거주했다. 두 사람의 접점은 무엇일까. 일본 언론에 의하면 “여성은 실종되기 직전 트위터에 ‘함께 죽어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경찰은 ‘이 글을 통해 용의자가 여성에게 접근한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자살사이트를 통한 왕래가 살인 사건으로 비화한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용의자는 “사이트에서 알게 됐다. 여성은 그날 처음 만났다. 내가 죽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라이시 용의자의 모습. “인사성 밝은 청년”이라는 주민들의 평판과 달리 인터넷에서는 “극악한 성매매업자”라는 제보도 올라온다. ANN 뉴스 캡처
기괴하고도 끔찍한 살인사건의 용의자. 과연 이웃주민들은 그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었을까. 소름 돋게도 많은 사람들이 “인사성 밝은 청년” “지극히 평범한 청년”으로 그를 기억했다. 한 주부는 “깔끔한 옷차림에 전혀 나쁜 인상이 아니었다”며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용의자가 어린 시절, 사건 현장이 된 아파트에서 2~3km 떨어진 단독주택에서 살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부모와 여동생 등 4인 가족이었지만, 현재는 아버지 혼자 본가에서 살고 있다. 용의자의 어린 시절을 잘 아는 동네주민은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이 시라이시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고 밝힌 한 여성(45)은 “시라이시는 차분하고 얌전한 아이로 기억하는데…”라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가 발표한 용의자의 평판은 정반대다. 시라이시는 올해 2월 이바라키현에서 여성들을 성매매업소에 소개해주다 적발돼 경찰에 체포되는가 하면, 유죄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상태에 있었다. 인터넷에서도 “시라이시는 극악의 성매매업자로 여러 사람을 배신한 바 있다”는 익명의 제보가 올라왔다.
이와 관련, 임상심리사 야하타 요 씨는 “고베연속살인사건의 범인인, 소년 A(당시 14세)도 양면성을 지녔다. 병적인 세계관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했다. 시라이시 용의자 역시 마음 속 음침한 어둠을 감추고 사교적인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범죄심리학에 정통한 도쿄 미라이대학의 데구치 교수는 “살인을 하는 배경에는 깊은 원한을 가진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와 달리 사람을 죽이는 것 자체 혹은 시신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 시신을 유기, 그것도 사람의 머리 부분을 보관했다는 점을 미뤄보면, 살해 및 파괴할 때 강한 쾌감을 느끼는 심리상태일 수 있다”고 교수는 덧붙였다.
현재 일본 경찰은 용의자가 범행에 이른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다만 “최근 시라이시가 무거워 보이는 아이스박스를 다른 남성과 운반한 적이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와,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관계자 중에서도 ‘한 사람이 단기간에 9명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토막 내는 일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도 있어 신중히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자살사이트, 관련 SNS가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일본에서는 과거 자살사이트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살인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일례로 2005년 오사카에서는 자살사이트 회원을 교묘한 말로 불러낸 후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처음부터 자살사이트를 살인 목적으로 악용하는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었다.
<제이캐스트>는 “인터넷에서 트위터 등 해시태그로 자살 관련 글을 적을 경우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힘들 땐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자치단체나 NPO 창구에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