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짜 섭외해 즉흥 촬영 ‘생생’…가는 날이 장날이라도 카메라는 돌아간다
외국인이 한국을 처음으로 여행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사진=엠비씨에브리원
아마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마지않는 부분이 바로 이들을 위한 ‘경비’의 문제일 것이다. 서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순한 호텔에서부터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까지 각양각색의 숙소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한국에서 머물면서 제공받는 경비가 어느 정도의 선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어서와>의 연출을 맡고 있는 문상돈 PD는 이에 대해 “모든 경비를 방송사에서 내지는 않지만 비행기 삯과 숙소비, 약간의 식사비 정도가 제공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친구들을 한국에 초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기본적인 비용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방송사의 기둥뿌리를 흔들 정도”의 큰 금액은 아니다. 경비의 상한선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모든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정된 기준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방송 제작을 위한 비용인 만큼 ‘출연료’는 아니라고 한다.
다만 숙소의 경우는 외국인 친구들이 원한다면 본인이 여분의 비용을 내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인도 친구들이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는 달리 다소 가격대가 높은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묵었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문 PD는 “그분들은 금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른 친구들도 본인들이 원하고 여유가 된다면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친구들의 선정 기준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방송인들의 친구”로 한정된다. JTBC 예능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외국 방송인들이 게스트로 <어서와>에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 방송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의 풀이 좁기 때문에 겹칠 수밖에 없다는 것.
사진 제공 : 엠비씨에브리원
아예 어떤 방송에도 출연한 적 없는 신선한 페이스의 외국인 게스트들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 촬영은 물론 스튜디오 촬영까지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방송 유경험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작진들의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게스트의 성향, 문화적 차이 등을 고려해서 출연을 결정한다.
<어서와>는 게스트의 친구들에게 “한국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 없을 것”이라는 제한 조건을 두고 있다. 외국인 친구들은 국내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용으로 대충 한국을 처음 방문한 척 꾸밀 수도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정상회담>은 물론 각종 지상파 예능에서 이름을 알렸던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의 <어서와> 출연이 불발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취리는 <어서와> 초반에 이미 제작진과 미팅을 끝냈다. 그러나 그의 친구와 가족들이 대부분 한국을 방문한 상태였기 때문에 출연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일본이나 중국처럼 가까운 나라의 방송인들은 <어서와>에 출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PD는 “단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외국인은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느끼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한국을 이미 방문했던 분들은 이런 장면부터 촬영할 수 없다는 점이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어서와>의 또 다른 특징은 자유방임주의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 친구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 제작진들은 한 발 물러서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여행 계획을 짜는 일부터 그날그날의 일정까지 친구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너무나 철저했던 독일 친구들의 방송분을 두고 “제작진들이 손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진짜 그 친구들이 그렇게 짜서 왔다”고 답했다.
문 PD는 “본인들이 정말로 다 계획해서 온다. 제작진들은 일절 손대지 않는다”라며 “멕시코 친구들은 아예 여행 동선 자체가 없었고 그냥 가고 싶은데 한두 군데만 정해서 한국을 방문했다. 반면 독일 친구들은 짧은 일정 동안 철저하게 계획해서 모든 걸 다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온 거다. 정말 오는 친구들마다 제각각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친구들의 ‘무계획’ 여행 일정을 정하는 장면에서 제작진들이 내쉰 한숨은 실제 상황에서 나온 진심이었다는 이야기다.
‘어서와’ 독일편에서 게스트들은 북한산 등산을 감행했다. 방송에 그대로 실린 제작진들의 고통의 신음은 진짜였다.
문 PD는 “그냥 가고 싶은 데 가라고 내버려둔다. 목적지가 공사 중이건 문을 닫았건 친구들이 가고 싶다면 그 이후에 우리가 관여하는 건 아예 끝난 부분”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독일 친구들의 폭염 속 등산 편에서 촬영진들의 고통의 신음이 그대로 방송됐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 친구들의 ‘한국 음식 먹방’은 <어서와>의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식당들은 사전에 촬영 허가를 요청하거나 협찬을 받는 식으로 출연이 성사된다.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어서와>에 출연하는 식당들 역시 사전 촬영 요청과 대가 지불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이런 식당 선정조차 그날그날 결정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어느 식당을 가고 싶다고 계획 초반에 정해놔도 당일이 되면 늦잠이나 교통 사정 때문에 갈 수 없는 경우가 생기자 아예 길을 지나다가 발견하는 식당에 그냥 들어가 버리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방송 촬영 며칠 전에 일정을 조율하거나 협찬을 받기는커녕 당일 허겁지겁 양해를 구해야 했다.
문 PD는 “<어서와>는 작가들이 제일 고생하는 방송”이라며 “친구들이 어느 식당을 가고 싶다고 해도 마음이 바뀌면 다른 식당으로 동선을 바꿔야 한다. 그러다 보니 예약을 해놔도 갈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그냥 즉흥적으로 가고 싶다는 식당이 생기면 바로 식당 본사와 연락해서 촬영 허가를 받고 들어가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첫 한국 여행’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인기의 요인이라고는 하지만 방송이 진행될수록 초반의 신선함이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대해 문 PD는 “여행이라는 포맷을 다루는 방송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그림이지만, 카메라를 깊게 들이댈수록 이제까지 대중들이 알던 외국인의 여행과는 다른 모습들을 볼 수 있다”라며 “초반에 비하면 아무래도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부분이 있어 신선함은 떨어진다. 그 대신에 익숙함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의 저마다 특색이 엿보이는 한국 여행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