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그들 사이 검은 케네디 있었다
▲ 힐러리 클린턴 | ||
이들 사이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이미 지난해 민주당 경선 때부터였다. 힐러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던 캐롤라인이 결국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들 사이의 묘한 갈등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에 내정된 후 공석이 된 뉴욕주 상원의원직에 캐롤라인이 관심을 보이자 전임자인 힐러리가 기분이 좋을 리 없었던 것이다.
비록 얼마 전 캐롤라인이 상원의원직을 포기하긴 했지만 복잡하게 얽힌 둘 사이의 갈등은 쉽게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후 힐러리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캐롤라인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이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얼마 전 힐러리는 캐롤라인에게 말 그대로 ‘한방’을 먹였다. <내셔널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힐러리가 경선 당시 캐롤라인으로부터 받았던 기부금 2300달러(약 320만 원)를 고스란히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한 정계 관계자는 “이로써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기부금을 돌려준 것은 힐러리가 캐롤라인의 얼굴에 펀치를 날린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측의 한 관계자는 “힐러리의 행동에 캐롤라인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캐롤라인이 “모욕적이다. 힐러리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없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둘 사이에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각이 형성된 것은 비단 경선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힐러리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장관 내정자로 임명되자 캐롤라인은 즉각 자신이 힐러리의 뒤를 이어 뉴욕주 상원의원직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캐롤라인(오른쪽)이 지난해 민주당 경선 때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면서 힐러리와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 ||
사실 힐러리는 측근들에게 만일 캐롤라인이 자신의 뒤를 이어 상원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면 매우 모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네디’라는 이름을 이용하고 있을 뿐 사실 캐롤라인이 민주당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당대회에 참석하거나 당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았으며 지금까지 민주당에 기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캐롤라인 역시 기분이 썩 좋을 리 없었다. 힐러리가 쿠오모 검찰총장을 지지했다는 것은 캐롤라인에게는 마치 대놓고 싸움을 거는 것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슨 쿠오모 검찰총장이 로버트 케네디의 딸인 케리 케네디와 이혼하면서 케네디 가문과 앙숙이 됐기 때문이다.
한편 뉴욕주 상원의원직은 또 한 명의 야심만만한 여성 정치인 커스틴 질리브랜드가 쿠오모를 제치고 차지했다.
캐롤라인의 상원의원직 포기는 미국의 두 정치 명문가에 극명한 명암을 드리우는 듯하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마저 뇌종양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케네디 가문의 정치 명맥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 가문은 힐러리의 활약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새로운 정치 명문가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클린턴 부부의 딸인 첼시가 곧 정계에 입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