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땅 굳어…“한류 다시 플레이”
그룹이 겪은 우여곡절에 비해 다행히 이들의 인기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아시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류그룹으로 영광을 재점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마냥 즐길 수도 없는 상황. 멤버들이 다사다난한 사건과 사고에 연루된 탓에 그룹에서 아예 탈퇴한 멤버도 있고, 군대에 입대해 복무 중인 사람, 스캔들에 휘말려 활동을 멈춘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는 슈퍼주니어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현재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돌그룹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견을 꺼낸다. 뜨거운 폭발력을 지녔지만 짧은 생명력을 가진 탓에 ‘롱런’하기 어려운 아이돌그룹의 태생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슈퍼주니어가 긍정 혹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모델’이 되고 있다.
#‘완전체 컴백’의 어려움
슈퍼주니어는 2년 2개월 만인 10월 31일 정규 8집 <플레이>를 발표했다.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그룹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유지되는 팀으로도 꼽히는 이들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무대를 다시 정복하기 위해 앨범 작업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지만 새로운 음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뜻하지 않은 여러 부침을 겪었다. 멤버들 개개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각자의 활동 무대가 다양해지면서 자연히 그룹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했지만, 한편으로 이 같은 성장이 멤버들을 한데 모으는 ‘완전체’ 활동을 제약하는 분위기다.
슈퍼주니어의 복귀 직전 논란에 휘말린 멤버는 최시원이다. 의도하지 않은 반려견 사고로 인해 그룹 활동에서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팀의 리더이자 무대에서는 중심을 잡고 있는 최시원은 그만큼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하지만 9월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이 이웃집 주민을 물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했고, 대중 정서를 고려해 그룹 활동에서 빠지기로 했다.
2년여 만에 7인조로 컴백을 준비했던 슈퍼주니어. 그렇지만 반려견 사고로 최시원이 불참하며 6인조로 활동 중이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데뷔 초반 두 명의 멤버가 탈퇴하면서 11인조로 활동해온 슈퍼주니어가 기대를 갖고 나선 이번 활동에서 왜 6인조가 될 수밖에 없을까. 최시원마저 빠지면서 ‘반쪽’인 상태로 활동을 시작한 데는 나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먼저 슈퍼주니어는 거대한 팬덤의 벽에 가로막혔다. 그룹을 지금의 위치까지 키운 팬들의 힘이 오히려 활동을 제약하는 걸림돌로도 작용한 셈이다. 슈퍼주니어는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팬들의 항의에 직면했다. 일부 팬들이 멤버 성민의 ‘방출’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그 시작이다. 슈퍼주니어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웬만하면 모든 멤버가 모여 활동하는 게 명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팬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DC인사이드에서 운영 중인 슈퍼주니어 갤러리는 성명을 내고 “2014년 멤버 성민이 결혼하는 과정에서 팬들과 소통하지 않았고 무시와 기만으로 일관해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성민이 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해, 퇴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팬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멤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물론이고 활동에서 빠지라고 요구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슈퍼주니어의 팬덤이 목소리를 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 아니다. 성민을 향한 방출 요청 이전인 지난해, 또 다른 멤버 강인이 두 번째 음주 교통사고를 내자 팬들은 “팀 퇴출 요구”를 담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논란을 만드는 멤버들은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는 팬들의 자발적인 선언이다. 이는 가요계 전반에서 영향력이 커진 팬덤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내 레이블SJ는 팬들의 의견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다. 팬덤의 정서를 감안하지 않고 활동을 강행한다면 팬들이 돌아설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논란을 만든 멤버를 스스로 제외하기도 곤혹스러웠다. 고민의 시간을 보낸 슈퍼주니어는 결국 팬들이 ‘지목’한 강인과 성민 등을 제외하고 팀을 꾸리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군 복무 중인 도 다른 멤버 규현과 려욱까지 빠졌고, 막판에 최시원까지 하차하면서 6인조가 됐다.
# 스타덤보다 중요한 ‘관리’
슈퍼주니어의 활동을 바라보는 가요계에서는 다양한 시선을 꺼내고 있다. 부침을 겪으면서도 굳건한 인기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먼저 나온다. 실제로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인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은 분위기. 슈퍼주니어의 ‘플레이’는 출시 직후 대만의 유명 음악사이트 KK박스의 한국앨범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8일 기준). 타이틀곡 ‘블랙 수트’와 ‘비처럼 가지 마요’ 등 수록곡도 한국음악차트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라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앞서 슈퍼주니어는 KK박스 한국음악차트에서 2010년 6월 첫 주부터 2012년 9월 셋째 주까지 총 121주 동안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2년여 만에 신곡을 내놓았지만 대만 등 중국어권 나라 팬들이 보이는 반응은 여전하다.
하지만 멤버들이 겪는 사건 사고와 스캔들은 ‘스타덤에 오르기보다 그 인기를 유지하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연예계 속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가요 매니지먼트 대표는 “슈퍼주니어는 부침을 겪은 과정을 감안하면 의미가 있을 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 게 맞다”면서도 “두터운 팬덤이 있어서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 성과와 무관하게 이들의 현재 모습은 또 다른 아이돌그룹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모두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누구보다 우려를 실감하는 이들은 슈퍼주니어 멤버들이다. 앨범 발표에 맞춰 취재진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멤버 이특은 “데뷔하고 13년간 활동하는 동안 정말 다사다난했다”며 “어떤 일이 생겨도 자포자기하거나 쓰러지지 않고 잘 이겨냈기에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는다. 위기를 이겨내면 또 다른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여섯 멤버들이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으니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바람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앨범의 사전주문량은 16만장을 넘어섰고, 이미 추가 제작도 시작됐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