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보 지분 전량 매각 못해…“영향력 행사 위해” 뒷말
지난해 말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약 30%를 매각하면서 우리은행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이사회가 열리기에 앞서 예보가 우리은행 임추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 “약속을 깨고 우리은행에 낙하산 인사를 보내려고 시도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예보는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해 여전히 차기 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18.5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예보는 보유 지분 51.06% 중 30%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전량 매각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예보 관계자는 “매각 후에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하는데 우리은행 경영에 간섭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며 “우리도 전량 매각을 하고 싶지만 매각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적절한 시점에서 최적의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예보의 우리은행 지분 전량 매각은 쉽지 않았다. 예보는 2010년부터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4조~5조 원 수준의 높은 매각가 때문에 4차례나 매각에 실패했다.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매각가를 무작정 낮출 수도 없었다. 결국 쪼개 팔기 방식을 택해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 7개 과점주주에게 각각 지분 4~6%를 매각했다. 예보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당시 예보가 30%만 매각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인수 희망 업체가 적기도 했지만 30%만 매각해도 정부의 지분보다 높기 때문에 나름대로 민영화라고 판단했다”며 “과점주주들이 모인 공동의 경영체가 우리은행 경영을 이끌어갈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매각가는 공적자금 회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해진다. 당시 예보는 우선 30%를 매각하고 향후 주가가 상승하면 잔여 지분 매각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예보가 공적자금을 온전히 회수하려면 잔여 지분을 주당 1만 4300원 수준에 매각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난 7~8월 우리은행 주가가 1만 9000원 수준까지 상승했을 때가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의 최적의 시점이었다고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정권이 교체된 지 얼마 안 됐고 공적자금위원회(공자위) 위원장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예보가 우리은행 최대주주 자리에 있는 이상 관치금융 논란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예보가 우리은행 최대주주 자리에 있는 이상 관치금융 논란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예보의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 의지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채용비리 논란으로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임의사를 밝히고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이 안정을 되찾으면 예보가 잔여 지분 매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앞의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우리은행 주가가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공적자금 회수 마지노선인 1만 4300원보다 높다”며 “논란이 해결되고 시장 접촉을 열심히 한다면 매각 도전을 못할 것도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차기 우리은행장은 내부 VS 외부 현재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대표이사로서 수행해야 하는 대내외적 법률업무만 맡고 있고 행장 업무는 손태승 우리은행 선임부문장이 수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후임 행장이 취임할 때까지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의 인사와 은행장 전결권의 50%를 초과하는 신규사업 등은 부분적으로 제한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서는 차기 행장 선임이 시급하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손태승 선임부문장, 정원재 영업지원부문 겸 HR 그룹장을 언급한다. 또 올해 초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이동건 전 우리은행 영업지원그룹장과 김승규 전 우리은행 부사장도 거론한다. 하지만 최근 한일은행·상업은행간 계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외부 인사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지난번 임추위에서 정한 행장 자격은 ‘최근 5년 이내의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이다. 하지만 이번 임추위에서 자격을 수정하면 외부 인사도 지원 가능하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대표적 외부 인사로는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이 꼽힌다. 박 전 행장은 경남은행이 우리금융지주(우리금융) 자회사였던 2009~2011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부사장과 우리금융 전무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그가 우리금융 계열사에서 근무했던 기간은 2년에 불과하고 우리금융을 떠난 지도 6년이 넘어 우리은행 내부 인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우리은행은 “가까운 시일 내 임추위를 개최해 행장 후보자 자격요건 선정 등 후임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