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키높이 구두 신는 이유 따로 있었네
▲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혹은 외적인 단점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까. 심리학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정치인들의 외적인 이미지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의상 전문가들은 정치인의 옷차림 전략에서 디자인보다 더 중요시되는 것이 바로 컬러 선택이라고 말한다. 남성 정치인보다 여성 정치인에게 의상의 색상 선택은 더 신중히 해야 할 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검정이나 회색 등 어두운 무채색 계열의 의상을 주로 입는다. 이따금씩 선명한 붉은색이나 연보라색 등 다소 파격적인 색상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의상은 어두운 무채색 계열. 그런데 근래에는 공식석상에서 흰색 재킷을 자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 달 11일 미국방문을 마치고 입국한 박근혜 전 대표는 흰색 재킷에 푸른 머플러를 매고 있었고 지난 5일 여의포럼 1주년 기념토론회에도 비슷한 디자인의 흰색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흰색 재킷은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줄 수 있어 검정색과 마찬가지로 정치인들에게 애용되는 색이다. 하지만 흰색에 담긴 색채심리학적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색채심리학 전문가인 ‘사람과 사람들’ 연구소 김정주 소장은 “같은 무채색이지만 흰색은 자신의 내적 욕구를 숨기는 색”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자기 방어, 지적 능력 등을 상징하는 검정색은 권위와 엄숙, 절제의 의미를 갖고 있어 격식을 갖추는 자리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고.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경우 ‘큰 키’가 정치인으로서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 최고위원의 키는 182㎝. 역시 키 큰 정치인인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도 같은 키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인의 신체조건 중 ‘보통 키가 좋다’는 응답이 46.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조금 큰 키’가 39.6%를 차지했다.
정 최고위원으로서는 큰 키로 인해 대중들에게 줄 수 있는 위화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것. 김정주 소장은 “큰 키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사람들은 평균 키와 관계없이 자신보다 키가 큰 사람 옆에 서면 심리적으로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좀 더 편한 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너무 깔끔하고 완벽한 이미지 메이킹보다는 친근한 인상을 주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강해 보이는 인상’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한쪽에만 진하게 진 쌍꺼풀이 강한 인상을 만든다는 지적.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들도 ‘완고해 보이는 인상이 젊은 층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이회창 후보 캠프 측은 강한 인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많이 웃으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164㎝의 ‘작은 키’ 역시 카리스마를 발휘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장점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키가 작은 일부 정치인들은 ‘키높이 구두’를 애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에도 색이 중요한 메시지 표현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수많은 노란색 풍선으로 거리를 뒤덮었고 유시민 전 장관 역시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노란색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민주화를 상징하는 상황에서 많이 사용된 색이라고 한다. 색채심리학적으로 노란색은 지고지순함, 순수함, 명랑함, 유쾌함, 높은 이상을 나타낸다고. 김정주 소장은 “노란색에 담긴 생동감과 이상을 향한 심리, 그리고 민주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의미가 더해져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의 애도 감정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넥타이를 통해 종종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녹색 넥타이는 ‘녹색 성장론’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차례 활용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녹색은 희망과 평화, 개혁, 부흥을 상징하며, 화해의 색이기도 하며 모든 색 중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색이라고 한다. 김정주 소장은 “녹색은 자신감과 자아존중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고 좋은 인간관계와 책임감,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의지와 융통성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녹색은 지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색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 중에는 파란색 넥타이로 눈길을 끌었다. 김윤옥 여사 또한 선명한 파란색 정장 차림으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와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파란색은 대선 후보 시절 한나라당의 상징색으로 이용되었던 색이기도 하다.
색채심리학에서 파란색은 물과 하늘의 상징으로, 동경과 이상을 추구하는 심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특히 파란색은 신뢰감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색이라고 한다. 김 소장은 “이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파란색의 이미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치인으로서 의상의 색상을 선택할 때 고려할 점은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김 소장은 “가벼운 성품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를 가려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색상을, 나약한 인상의 사람이라면 생동감 있는 색을 선택해야 한다. 본인의 이미지를 고려해서 필요한 점을 부각시키는 색상 선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