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 사옥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금융위가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다변화를위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며 지난 2011년 7월 초대형 IB 육성 계획을 발표한 지 6년 4개월 만이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요건만 갖추면 초대형 IB로 지정될 수 있었다. 지난 6월말 기준 자기자본은 미래에셋 대우가 7조 149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NH투자증권이 4조 6925억 원, 한국투자증권 4조 3450억 원, 삼성증권 4조 2232억 원, KB증권 4조 2162억 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증권사들은 자체 신용으로 자기자본 2배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하는 등의 단기금융업을 할 수 있다. 자금조달 규모가 커지면 운용자산과 이익도 늘릴 수 있어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투자증권만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은 심사가 진행 중이고, 삼성증권의 경우 심사가 아예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이 심사가 보류된 것은 대주주의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주주는 삼성그룹 ‘오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말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핵심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초대형 IB 인가 심사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을 중심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삼성증권이 첫 번째 타깃이 된 것이다.
삼성증권의 대주주는 현재 지분 29.44%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대주주가 법인일 경우는 법인의 최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하게 된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20.76%를 갖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지분이 0.06%에 불가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주주 범위에 특수관계인까지 포함돼,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 적격 심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절차 진행을 이유로 삼성증권이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지난 8월 심사 보류 통보를 내린 것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발행어음 사업은 한국투자증권만이 시작할 수 있으며, 나머지 4개 증권사는 일단 외환업무만 진행하게 됐다. 특히 삼성증권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심사가 자체가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 리스크’로 인해 나머지 3개 증권사보다도 초대형 IB 진출에 차질이 장기화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은 심사가 보류된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사업 준비는 지속할 것”이라며 “초대형 IB로 지정되면서 우선 시작할 수 있는 외환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타사 대비 우수한 고객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해 사업을 활성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