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나만 잘못했냐?” 반응에 정작 내부 직원들은 “대중이 공감할까”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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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전 의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공격받았다. 공격은 거의 매질 수준이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돈이 다가 아니다, 뉴스 집어치워라”라며 “증거 없어도 감옥 가는 게 우리나라다.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꾸짖었다. 존 리 구글 코리아 대표, 조용범 페이스북 코리아 지사장도 출석했지만 날카로운 질문은 대개 이 전 의장에게 향했다.
국정감사에서 이 전 의장은 지나치게 네이버만 공격 대상이 됐다고 생각했는지 구글과 페이스북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국내에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고 있는데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없고,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지난 2일 구글코리아는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의 국회 국정감사 발언에 대한 구글 공식 입장’이란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고용이 없다’는 발언에도 “현재 구글코리아에는 수백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를 비롯해 국내 기업과 협업하여 성장 및 해외 진출을 돕는 영업·마케팅 직원들이 있으며, ‘구글 캠퍼스 서울’ 팀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은 다시 네이버로 넘어왔다. 네이버는 일주일이 지난 9일 네이버 블로그에 ‘구글 공식 입장에 대한 네이버의 공식 질의 및 제안’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네이버는 7가지 이슈에 대한 구글 입장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세금, 고용, 트래픽, 검색 어뷰징, 검색 알고리듬, 검색 광고, 정치적 압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간략하게 네이버의 입장을 정리하면 구글이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고, 수익 대비 고용도 저조한 데다 검색 어뷰징이나, 광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와 달리 정치적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지적에도 의문을 표했다.
구글 이미지.
이 같은 지적에 일정 부분 고개를 끄덕인 업계 관계자들이 많았다. 비록 네이버가 미흡한 점이 많긴 하지만 일리 있는 지적이라는 것이다. IT전문가인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이버가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한다면,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글로벌 초거대 최첨단 가두리 양식장이라고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네이버는 동네 양식장 규모라 누가 봐도 진짜 양식장처럼 보이는 반면, 애플, 구글, 아마존, 페북의 양식장은 너무 거대해서 그게 마치 바다처럼 보인다. 구글 플레이에서 올해의 앱을 어떻게 정하건 어떤 앱을 삭제 하건 말건 구글의 마음이다. 매출 높은 앱들을 특별히 띄워 주건 말건 구글 마음대로다. 앱스토어에서 앱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 도구, 그리고 심지어 결제 수단과 가능한 가격 정책까지도 애플 마음대로 정한다. 때로는 앱 등록시 리젝(등록 거부)을 당해도 정확한 이유도 명확하게 알려주지도 않는다. 사용자와 개발자는 이러한 애플의 의도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그래도 괜찮다. 애플이니까. 실리콘 밸리에서 만든 양식장은 그렇다.”
결국 그의 지적은 지나치게 국내 기업에게만 높은 잣대를 요구한다는 얘기다. 반면 네이버가 구글과 치열한 갈등을 빚는 까닭을 단순 진흙탕 싸움이나 ‘너도 똑같다’는 항변의 차원이 아닌 다른 각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IT전문가는 “네이버가 구글에 입장을 밝히라고 했던 7가지 중에서 3번째 항목을 주목해야 한다. ‘네이버는 2016년에만 734억 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했지만, 트래픽을 엄청나게 차지하는 동영상 서비스에서 72.8%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 유튜브가 트래픽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고 있느냐?’고 물었다”며 “미래 광고 시장인 동영상 광고 시장을 말 그대로 ‘씹어먹고’ 있는 유튜브와 달리 네이버 TV는 점유율이 2.7%에 불과하다. 동영상 서비스에서 도저히 안되니까 망 사용료라도 제대로 내라고 항변하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구글과의 갈등이 힘만 빼고 실익은 없는 싸움이 되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시선이다. 네이버 한 개발자는 “점유율이 낮은 국내 서비스에서 구글은 미국과 달리 광고도 붙이지 않고 방치해 놓아 ‘청정구역’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에 점유율이 오르면서 검색광고도 붙이기 시작한 것은 맞다”며 “다만 구글과 네이버가 이런식으로 주고 받는 게 대중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갸우뚱했다.
네이버는 공식 입장에서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구글이 명확하게 답변함으로써, 공정한 경쟁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제 IT업계는 구글이 네이버의 7가지 입장 표명 요구에 어떤 답변으로 대응할지, 혹은 무대응으로 전환할지 그 대응책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