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빵’ 찍었다 발등 찍혔다
격차혼의 대표주자인 후지와라는 미스 재팬 출신으로 아름다운 미모와 연기 실력에 활발한 성격으로 영화와 드라마, 패션, 광고계를 넘나드는 자신감 있고 당당한 여성의 표본이었다. 그녀가 결혼상대로 별로 유명하지 않은 코미디언인 진나이 도모노리(35)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인기와 대외적 이미지가 생명처럼 중요한 연예계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 A급 여배우가 B급 코미디언과 결혼을 하면 그녀의 이미지까지 동반 추락할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후지와라는 초호화 결혼식과 함께 자신의 인생관과 결혼 이야기를 담은 책 <후지와라 주의(主義)>를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기록, 그녀의 격차혼은 오히려 자신감의 표출로 나타났다. 남편인 진나이도 결혼 후 아내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방송계에서 점차 주목을 받으며 유명 연예인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당시 후지와라는 일과 사랑을 모두 이루어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혼 후 채 2년도 안 된 지난 3월 19일 후자와라의 소속사에서 두 사람이 이혼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같은 날 TV의 아침방송에 출연한 진나이는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닌데 신문에서 이혼한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며 이혼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약 일주일 후에는 “마치 독신남인 양 바람을 피워 아내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그러나 가정폭력을 휘둘렀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때 진나이가 이야기한 두 가지, 즉 ‘독신남인 양 바람을 피웠다’는 것과 ‘가정폭력은 없었다’는 것이 모두 거짓임이 언론의 보도로 밝혀졌다.
▲ 일본 유명 여배우 후지와라 노리카가 B급 코미디언 진나이 도모노리(왼쪽 작은 사진)와 결혼, 세간의 화제를 모았지만 2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 ||
하지만 진나이의 못 말리는 바람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후지와라의 가족에 따르면 진나이의 진짜 문제는 가정폭력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 집안의 물건을 부수는 정도였지만 점차 후지와라에게 직접 폭력을 가하게 됐다. 진나이의 불륜은 이미 여러 차례 주간지에서 증거 사진과 함께 보도된 적이 있었고 본인도 굳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후지와라와 함께 있는 곳에서 다른 여성과 문자를 주고받는가 하면 보란 듯이 러브호텔의 성냥을 집에 두기도 했다. 이를 참다못한 후지와라가 따지면 진나이는 변명은커녕 오히려 자신을 의심한 것을 무릎 꿇고 사과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런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후지와라의 부모와 소속사에서 진나이에게 “다시 한번 더 이런 일이 생기면 이혼시킬 것”이라며 경고와 다짐의 의미로 이혼서류에 서명을 하게 했고 결국 두 사람은 이혼에 이르게 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후지와라-진나이 부부를 파경으로 이끈 가정폭력이 격차혼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편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수입이 많은 아내는 남편의 외모부터 행동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컨트롤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남편은 자신이 아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는 것이다.
아내 덕에 성공한 것은 생각 못하고 오히려 아내를 이용하여 바람을 피우고 나아가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것이 알려진 진나이는 최악의 남자로 낙인찍히게 됐다. 반면 후지와라에 대해서는 “가정폭력에 굴하지 않고 이혼을 선택한 것은 용기 있는 결심”이라는 호의적인 동정론이 일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