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계 양치기 소년 ‘인수해도 골치 아파’
호반건설은 지난 7월과 9월 SK증권, 한국종합기술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실제 인수는 하지 않았다. 2015년에도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도 단독참여했지만 워낙 낮은 가격을 써내 불발된 바 있다. 이러한 전력 때문에 호반건설은 M&A시장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얻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호반건설의 과거 전력과 사업 구조를 고려해보면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
호반건설은 국내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과거 전력 때문에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다. 일요신문DB
호반건설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얻고 있음에도 여전히 M&A의 단골로 등장한 데는 증권사의 권유가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M&A 흥행을 위해 증권사가 기업에 M&A 참여를 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안 그래도 증권사가 호반건설을 좋지 않게 보는데 증권사와 척을 지면 좋을 게 없어 M&A 흥행을 위해 예비입찰에만 참여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치고 빠지기’ 식 행보만 보인 것은 아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울트라건설(현 호반건설산업)을 200억 원에, 올해 초 제주도 해양공원 ‘퍼시픽랜드’를 8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는 ‘사이즈’가 다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희망가로 1조 4000억 원가량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약 2조 원으로 평가받는 대우건설 매각가와 크게 차이가 난다. 일부에서는 “이번에도 턱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발만 담그고 빠지려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그간 호반건설의 M&A를 살펴보면 성공 여부를 떠나 본인들이 판단한 매각가 이상의 금액은 지불하지 않는다”며 “증권사로부터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여러 메리트를 갖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3위의 전국구 건설사고 해외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프루지오라는 유명 아파트 브랜드도 갖고 있어 호반건설의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연합뉴스
안 그래도 호반건설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비판을 받는 기업이다. 대표적인 곳이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호반건설주택이다. 호반건설주택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39.5%, 43.6%에 달했다. 현행법상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회사가 내부거래 비중이 12% 혹은 거래액 200억 원이 넘으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다만 타사와 비교해 명백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을 때만 해당한다.
호반건설은 자회사가 공공택지를 낙찰받아 호반건설주택에 시공을 맡기는 형태여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뿐, 일감몰아주기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건 맞지만 일감몰아주기는 아니다”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반건설은 사업다각화를 시도 중이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사업영역을 키워 김 회장의 세 자녀에게 영역별로 승계시키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면서 동시에 계열사를 성장시키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가 추가된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차입금 상환이라는 부담도 생겨 호반건설로서는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기도 어렵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들이다.
호반건설은 대외적으로는 물론 내부에서도 일부 경영진을 제외하고 M&A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호반건설 기획실에 근무하면서 사업다각화에 힘쓰는 김대헌 상무가 호반건설의 M&A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M&A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김상열 회장의 후계작업은? 아니 벌써 3남매에 큰 떡 하나씩 호반건설 크게 호반건설, 호반건설주택, 호반베르디움, 호반건설산업, 4개의 회사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각각 계열사를 두고 있다. 4개 회사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그 자녀들이 각각 최대주주로 있다.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29.1%), 호반건설주택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상무(85.7%), 호반베르디움은 김 회장의 장녀 김윤혜 호반베르디움 마케팅실장(30.97%), 호반건설산업은 김 회장의 차남 김민성 씨(90%)가 최대주주다. 지분승계는 이미 상당 부분 완료된 셈이다. 남은 건 김 회장의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주택은 호반건설 지분 12.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현재는 김대헌 상무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김윤혜 실장의 호반베르디움은 태성관광개발 지분 45%, 광주방송 지분 13% 외에 별다른 계열사가 없다. 이마저도 태성관광개발은 호반건설주택과 공동 최대주주, 광주방송은 호반건설에 이은 2대 주주여서 독자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호반건설 자회사 중 일부를 호반베르디움 자회사로 편입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아직 50대 중반이기에 후계를 생각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현재 호반건설의 사업 현황을 고려하면 호반건설주택은 건설과 리조트, 호반베르디움은 부동산임대와 유통업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해 회사를 물려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