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풀어내는 음식과 맛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풀어내
김석영 교수와 저서 표지
[경남=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음식과 맛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져가는 오늘날,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이상경) 자연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김석영 교수의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인가』(경상대학교출판부, 신국판, 302쪽, 1만 6000원)라는 책이 그것이다.
김석영 교수는 “경상도 사람이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과 전라도 사람이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은 같지 않다. 맛있는 음식은 정해져 있지 않고 나이와 성별, 사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이 언제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우리는 그 음식을 왜 맛있다고 느끼게 됐는지, 왜 밥은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맛있게 느낄 수는 없는지 등의 여러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김석영 교수는 “선천적으로 좋아하는 단맛과는 달리 쓴맛과 신맛, 매운맛은 배우지 않고서는 좋아할 수 없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단맛에 대해 김석영 교수는 고대로부터 현대에까지 설탕의 역사를 먼저 추적한다. 아울러 1957년에 처음 개발된 콘 시럽의 대량 생산과 그에 따른 과다한 섭취로 발생하는 비만과 대사 증후군 등 건강 문제까지 살펴봄으로써 단맛 과잉의 시대를 경고하고 있다.
또한 짠맛의 대명사로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 성분이자 원초적인 조미료인 소금의 역사와 역할을 살펴보면서 소금의 과다 사용에 따른 부작용과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외에도 감칠맛과 향신료, 식초 등의 역사와 활용 방법 등에 대해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다.
사회적ㆍ문화적 환경에 따라 맛과 음식에 대한 기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는 대목 또한 흥미롭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선 유럽의 전통음식과 지역별 음식문화의 차이를 12개 지역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언어와 음식의 관련성, 기후와 농산물이 식문화에 미치는 영향, 프랑스의 누벨 퀴진, 이탈리아의 슬로우 푸드 운동 등 전통음식의 브랜드화와 덴마크의 뉴 노르딕 다이어트라는 혁신적인 요리 개념까지 소개하고 있다.
김석영 교수는 최근 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며 ‘식욕’과 ‘식탐’에 대해서도 살펴보는데 이를 위해 음식 섭취와 중독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과 신경전달물질을 분석하여 비만과 우울증, 탄수화물 섭취 욕구 등을 유발하는 뇌의 각 부위별 식욕 조절 작용의 과정과 역할 등을 밝혀낸다.
또한 뇌의 시상하부와 몸에서 만들어낸 공복, 포만신호의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식욕과 포만감이 일어나는 과정을 실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맛있는 음식은 왜 과식하는지, 먹고 싶은 음식은 왜 참을 수 없는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많이 먹는지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예시와 과학적인 설명으로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끝으로 김석영 교수는 맛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며 15가지의 주제를 독자들에게 제시하여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내며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가공식품과 맛있는 음식이 넘쳐 나는 오늘날의 식탁을 보며 각종 음식의 가열 건조법과 조리 방법, 채식할 때의 유의할 점, 유산균의 활용 등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또한 음식 중독을 치유하는 생활 태도와 식사법으로 15분만 기다릴 것, 밥 먹을 때는 밥만 생각할 것, 음식을 직접 체험하고 사소한 일상을 즐길 것, 제철 재료로 단순하게 조리할 것 등을 제안하며 글을 맺는다.
이 책은 음식과 맛에 대한 과학적이고도 논리적인 책이면서도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로 쉽게 풀어내고 있어, 음식과 맛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석영 교수는 “이 책으로 우리는 맛을 느끼는 과정을 이해하고, 어린 자녀들이 건강한 미각을 형성하고, 우리들의 무뎌진 식욕 조절력을 다시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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