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후원금으로 1억3천만원 등 5억 챙긴 뒤 ‘반대 서명’ / 사업자, 면장이 ‘사업반대 개입’ 의혹 제기… 결국 장묘사업 불허가 / 양심적인 이장 4명 반발… 사업자, 반대 여론 조성 이장들 고발 검토
경기 양평군 양동면 삼산리 동물장묘공원 예정지 인근 도로 위에 마을주민들의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현수막 위에 총 5억원의 마을발전후원금을 받은 후 이제 와서 반대를 하고 있는 마을주민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장묘업체의 현수막이 함께 걸려 마을발전기금 폐해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충남 부여군에서 일부 이장들이 장의차 통행을 가로막고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하다 경찰에 입건된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다. 또 최근 양평군 지평면 마을 주민들이 애견훈련장 업체에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하면서 100여장의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시위를 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마을발전기금을 둘러싼 분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평군 양동면 이장단이 삼산리 소재 동물장묘공원 사업자에게 수 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받아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양평군과 양동면, 사업자 등에 따르면 장묘업체 A사는 지난 2월 삼산리 임야 등 3967㎡에 지상 2층 건평 451㎡, 전체면적 850㎡ 규모로 동물장묘공원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군이 차량교행 문제와 진출입로 폭 20㎝ 부족, 주변지역 이용실태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불허가 처분을 했다.
장묘업체 B대표는 “인허가 서류를 접수하자마자 양동면장이 주민의견을 수렴한다며 마을마다 찬반의견을 묻는 주민의견수렴서를 돌렸다”면서, “이후 양동면장은 주민 80% 이상이 반대한다는 의견서와 연명부를 양평군에 제출했고, 이후 석연찮은 이유로 불허가 처분됐다”고 주장했다. 면장이 제출한 주민들의 반대 의견서가 불허가 처분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주장이다.
20개리 2,500만원씩 5억 챙긴 뒤
‘83% 반대 서명부’ 군에 제출
이에 앞서 지난 2015년 9월경 양동면이장협의회 이장단 임원진 4명이 장묘업체 A사에 동물장묘공원 조성 사업 협조를 조건으로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했고, 11월 1일 A사와 동물장묘사업에 동의하는 합의서를 작성한 후 12월 지역발전후원금 5억원(기지급 3억7천만원 포함)을 수령했다. 후원금 5억원은 20개 리별로 2500만원씩 나눠가졌다.
B대표는 “이와는 별도로 이장들이 해외여행 경비로 500만원을 요구했고, 또 각 리별 대동계에서 합의내용이 잘 설명되어야 한다며 후원금 1천만원을 요구하여 총 1천5백만원을 추가로 받아가기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본지가 입수한 합의서에는 양동면 이장 20명의 자필서명과 함께 도장이 날인되어 있었고, 지역주민의 대표권이 이들 주민 대표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노인회장의 위임장이 첨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내용은, 사업자는 동물장묘업 등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하고, 주민대표는 ‘협조의무’ 사항으로 사업자의 홍보 및 분양활동에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또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허가 등 각종 인허가 업무에 동의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서류를 제출하기로 하며,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 ‘민원 해결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다’는 문구도 명시되어 있다.
이 밖에 합의서에는 장묘공원부지 인근에 위치한 과거 주민대표 3명 명의의 임야 산56번지 2876㎡(870평, 공시지가 917만원)를 A사에 소유권 이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A회사는 건축허가가 불허 처분되자 이장들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 ‘합의 불이행’의 책임을 묻기에 이르렀다. 이장들이 인허가 서류 접수와 동시에 주민의견수렴서를 작성·배포·취합하는데 적극적·주도적·조직적으로 개입하여 부당하고 불공정한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부정적인 여론 조장에 앞장섰기 때문에 기존의 합의를 파기하고 5억원에 대한 후원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A사는 또 이장들이 이와 같이 취합된 반대의견을 양동면장에게 제출하여 양동면장으로 하여금 양평군청 허가부서에 전달하게 하는 등 사업진행을 방해했으며, 최근 사업예정지 인근 5개소에 동물장묘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합의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그러자 이장들은 법무법인 변호사를 통해 보낸 답변서에서 “주민의견 수렴 과정은 양동면장의 지시에 따라 하부 행정기관으로서 이장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한 사실이 없다”면서, “또 5억원 중 1억3천만원은 (A사에 소유권 이전된) 산56번지와 관련된 지역발전후원금으로 설령 이장협의회의 합의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A사는 “공시지가 970만원짜리 쓸모없는 임야를 1억3천만원씩이나 주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주민대표인 이장 20명이 총 5억원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하고, 마을별로 2,500만원씩 나눠가졌으면 설령 면장이 주민의견을 수렴한다 하더라도 면장에게 그간의 합의내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이미 받은 사안이라고 주장했어야 합의서의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A사는 “양동면 출신인 면장이 이장들을 동원하여 사업반대를 주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양동면의 한 기관단체장이 불허가 처분전 양동면장으로부터 “주민 80% 이상이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군청에 제출했기 때문에 A회사에 대한 인허가는 불가능하니 걱정말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고 밝힌 것만 보더라도 반대여론을 양동면장이 주도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평군 관계자는 “건축허가 과정에서 주민여론은 법률적인 검토조항에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A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니 법적 판단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마을서 2㎞ 이상 떨어져 피해 안 줘”
A사는 “사업부지는 수백m 떨어져 있는 곳에 민가 5가구가 산재해 있을 뿐 마을과는 2㎞ 이상 떨어져 있고, 더군다나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에 있다”며 “하지만 집단민원이 두려워 이장협의회 임원진이 찾아왔을 때 어려운 회사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주고 합의를 했는데 건축허가신청을 내자마자 반대로 돌아서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마을주민들에 대해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양동면 C면장은 “혐오시설이 들어선다는 반대 의견이 있어 주민의견을 수렴한 것 뿐”이라면서 “합의서 내용은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1억3천만원은 소유권 이전된 임야의 매매금액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사는 양평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반대여론 조성에 앞장선 이장들에 대해서도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사법기관의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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