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막아도 ‘엄지’는 못 막아!
▲ 네다를 살려 내! 민병대의 총에 맞고 숨진 네다의 동영상 캡쳐 사진을 들고 격렬히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대. 로이터/뉴시스 | ||
지난 20일, 길을 가다가 민병대의 총에 맞고 숨진 ‘네다’라는 이란 여대생의 마지막 순간이다.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달한 것은 이란 방송국도, CNN도 아니었다. 바로 요즘 이란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즉, ‘유튜브’였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촉발된 소요사태로 연일 시끄러운 이란에서 인터넷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뜨기 시작했던 ‘웹 2.0’ 서비스가 대통령 선거와 더불어 선거 후폭풍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주요 언론매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해 침체돼 있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시장이 과연 이번 이란 사태를 계기로 다시 조명 받을 수 있을까.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를 비롯한 <워싱턴 포스트> <텔레그라프> 등의 외신들을 통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녹색 바람의 중심에는 트위터가 있었다.’
▲ 반정부 여성 시위대.로이터/뉴시스(위 사진)테헤란의 상황을 촬영 중인 한 이란인.(아래 사진) | ||
이밖에 한 가지 더 이들 젊은 세대들이 이란의 정치권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것이 있다. 바로 인터넷, 다시 말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 온라인 인맥구축 서비스)를 통한 선거운동이다.
가장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로는 우리나라의 경우 싸이월드(www.cyworld.com)가 있으며, 미국판 싸이월드로 불리는 마이스페이스(www.my space.com)와 페이스북(www. facebok.com),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 com), 최근 업계 트렌드로 떠오른 단문 메시지 전송 서비스와 블로그가 결합된 형태인 트위터(www.tweeter.com) 등이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가장 성공을 거둔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무사비 전 후보를 들 수 있다. 인터넷 트렌드의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대응했던 그는 현 대통령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기성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는 데 비해 젊은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번 대선을 ‘전통과 인터넷의 싸움’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란의 언론들은 이번 대선의 승패 여부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이용하는 30세 이하의 유권자들의 표심에 달려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전체 유권자 수 4600만 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30세 이하의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으면 무사비 후보가, 그리고 낮으면 아마디네자드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무사비 후보는 선거 운동 때부터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왔다. 이란 역사상 인터넷을 가장 강력한 선거 도구로 활용한 최초의 후보였던 그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었는가 하면, 트위터와 유튜브에도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현재 4만 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반면 아마디네자드의 페이스북 인맥은 26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두 대선 후보는 처음부터 전혀 다른 선거운동을 벌여왔다. 둘 다 온라인을 활용하긴 했지만 한 명은 정치운동을 주도하기 위해서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정치운동을 억압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무사비가 인터넷을 정치운동의 무대로 삼은 데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이란의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식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에 수만 명의 유권자들을 모아 놓고 유세하는 것이었다. 아마디네자드 역시 이런 전통적인 방법을 주로 이용했으며 선거운동 당시 전국에서 올라온 10만 명의 지지자들이 모스크에 모여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무사비 역시 처음에는 12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을 이용하려 했지만 정부의 불허 방침으로 하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무사비 지지자들은 즉시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집회가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장소를 바꾸고 사람들을 끌어 모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결국 테헤란 외곽의 간선 도로에 모여 길거리 유세운동을 펼치는 데 성공했으며, 이날 이렇게 인터넷을 보고 모인 사람들은 수천 명에 달했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 측은 이런 인터넷 바람을 애써 평가절하하면서 “무사비를 지지하는 젊은층들은 정신건강에 좋지도 않은 인터넷을 너무 오래 사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보다 사교적이다. 이들이 서로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무사비 지지자들은 고립되어 있다”고 비난했다.
선거는 끝났지만 여전히 인터넷을 활용한 정치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면서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이란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쫓고 쫓기는 사이버 전쟁이 한창이다.
가장 큰 변화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트위터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눈을 피해서 자국의 급박한 상황을 이란의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140자 이하의 문자를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트위터에 수시로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게릴라식으로 흩어졌다 모였다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정보도 언제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조심. 자동차 이용하지 말 것. 현재 경찰이 자동차로 돌아가는 사람을 노리고 있음’ ‘이란 대 한국 1 대 0. 적어도 축구 소식만큼은 다른 뉴스보다 믿을 만하군.ㅋㅋ’ ‘방금 벌어진 일. 오늘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직까지도 거리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음’ 등과 같은 짧고 간결한 문장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자국의 시위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비밀리에 나름의 대책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을 통제하고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기본이며, 더 나아가 아예 인터넷까지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으므로 인터넷 속도를 일부러 느리게 한다거나 무사비를 지지하는 사이트를 강제 폐쇄시키거나 혹은 도청 및 인터넷 감시 기술을 강화하는 방법 등이다. 지난 5월에는 잠시 페이스북 사이트를 강제 폐쇄했다가 사용자들의 강한 반발에 하루 만에 접속을 복원한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이란의 경우를 통해 인터넷의 막강한 영향력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지만 사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 사이에서는 얼마 전부터 회색빛 전망이 주를 이루었다. 90년대 말의 인터넷 전성기에 이은 제2의 전성기라고 불리면서 한때 호황을 누렸지만 버블이 꺼지고 있다는 진단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입자가 수억 명에 달한다고 해도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직접적인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정이 이러니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근래 들어 가장 휘청대고 있는 사이트는 마이스페이스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이란 사태로 약진하는 사이 얼마 전 마이스페이스를 소유한 ‘뉴스 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은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전체 직원 1600명 가운데 30%가량인 500명을 무더기로 해고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마이스페이스는 월 1400만 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로 축소된 상태며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안으로 마이스페이스의 기업가치가 대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튜브 역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명실상부한 UCC 최강의 사이트지만 허울만 좋을 뿐 돈벌이 면에서는 그다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시원치 않은 광고 수익은 물론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사이트인 만큼 다른 사이트들보다 네트워크 트래픽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포브스>는 지난해 유튜브의 수익을 2억 달러(약 2500억 원)로 추정했지만 스위스 금융회사인 ‘크레딧 스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튜브가 올해 4억 7000만 달러(약 600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원 수 2억 2000만 명을 자랑하는 현재 업계 선두주자인 페이스북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2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2억 40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투자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150억 달러(약 19조 원)로 치솟았지만 지금은 그때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에도 러시아의 인터넷 투자그룹인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러지’로부터 2억 달러(약 2400억 원)를 투자 받긴 했지만 현재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약 12조 원)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가치는 과장된 면이 많다며 실제로는 30억~50억 달러(약 3조 8000억~6조 4000억 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실시간 검색 기능을 도입한 페이스북처럼 요즘 인터넷 회사들의 화두는 단연 ‘실시간’이다. 이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이면서 가장 인기 있는 사이트는 다름 아닌 트위터다. 친구들과 통화할 때마다 ‘지금 어디야?’라고 물어보는 것에 착안해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한 줄 내지 두 줄의 단문 메시지를 수시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올해로 2년밖에 안됐지만 이미 회원 수만 9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900%가량 폭증한 것으로 말하자면 대박이 난 셈이다.
하지만 트위터 역시 여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 그리고 회원들의 충성도가 다른 사이트에 비해 낮다는 점 등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트위터의 단점 가운데 하나는 가입자의 상당수가 한 달 안에 사용을 중단하고 재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닐슨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가입자들 가운데 한 달 이상을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40%에 불과하며, 이는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의 60%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트위터 측은 조만간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고질적인 문제점을 타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령 기업들이 사이트에서 회원들을 상대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능(쿠폰을 발행하거나 할인권을 제공하는 식의 홍보)을 모색 중이며, 단순한 메시지 전송 서비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구직자와 회사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거나, 기업 임원들의 근황을 소개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