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는 해서 뭐해? 부어라 마셔라’
▲ 가이랜드 남성과 초식남.. 초식남은 이성교제에 관심이 없고 여성적인 성향이 강한 반면 가이랜드 남성은 섹스와 음주 등 남성적인 성향이 강하다. | ||
“인생은 술을 마시면서 즐기는 기나긴 파티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인 벤 스톤(23)은 전형적인 가이랜드 스타일을 대변하는 미국 청년이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스톤과 또래의 친구들에게 인생은 여전히 사춘기 시절의 성 판타지가 적당히 버무려져 있는 하나의 ‘파티’로 인식되어 있다. 어른이 되길 거부하면서 기꺼이 청소년 시절에 머무르고자 하는 성향 때문에 이들은 때로는 ‘피터팬 신드롬’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킴멜 교수가 말하는 가이랜드 남성들은 대부분 서른 살이 넘어서까지도 철없는 개구쟁이처럼 구는 경우가 많으며, 결혼이나 자녀, 심지어 출세까지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킴멜 교수는 이들을 가리켜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중간 세계’에 살고 있는 이를테면 전형적인 가이랜드 세계에 살고 있는 남성들이라고 말한다.
가이랜드에 숨어 살고 있는 젊은 남성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럼에도 자신들 스스로는 ‘진정한 남자’라는 믿음이 강하다는 것이다. 킴멜 교수는 400명의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1만 3000명의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비겁한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감이 있다고 말했다. 비겁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들이 몰두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교내 서클(동아리)이나 스포츠팀이다. 때문에 이곳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무지막지한 입회식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령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술 마시기 시합을 하거나 오럴섹스같이 저속한 성적 표현이나 의미가 담긴 행동을 해야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버팔로 소재 알프레드대학의 경우 매년 최소 150만 명의 젊은 학생들이 소위 말하는 ‘헤이징(Hazing: 신입회원들을 놀리거나 골탕 먹이는 것)’이라 불리는 이런 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26세라는 연령대가 말하는 것처럼 가이랜드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이들은 바로 대학생들이다. 가이랜드가 트렌드가 되면서 자연히 대학 캠퍼스에서도 무리 지어 다니며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남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이들이 여가 시간에 하는 일이라곤 파티를 열면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거나 오락을 하고 혹은 하루 종일 포르노 영화를 보는 것이다.
이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바로 ‘알코올’이라고 킴멜은 말한다. 그는 “술은 가이랜드의 남성들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대학생들이 매년 마시는 술의 양이 자그마치 55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량음료, 커피, 홍차, 우유, 주스, 교재 구입 비용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술을 통해서 친분을 쌓고 남성미를 과시하는 것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매 한 가지인 모양.
또한 가이랜드의 남성들은 술이 여성들을 순종적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여자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깊은 사이가 되는 이성 교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여자들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성향이 강하며, 여자란 그저 가져야 하는 ‘대상’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네일 말라무스 심리학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면 여성을 성폭행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들에게 ‘원 나이트 스탠드’와 같은 짧은 데이트는 곧잘 자랑스런 모험담이 되곤 한다.
▲ 미국 가이랜드 남성들이 교내 서클활동 중 술을 마시거나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 | ||
또한 경기 불황으로 인해 실직과 감봉의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불안감도 한몫하고 있다. 이밖에 또래의 남자친구들과 무리 지어서 포르노를 보면서 수다를 떨거나 때로는 술집에서 진탕 마시면서 떠들면서도 저축은 거의 하지 않는 것도 가이랜드에 사는 남성들의 특징이다.
하지만 물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만은 없는 법. 결국 이들도 때가 되면 가이랜드에서 벗어나게 된다. 일단 여자친구를 사귀면 타의에 의해 바깥 세상으로 끌려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킴멜은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가임기, 즉 생물학적 한계의 나이에 도달하기 전에 남자들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마지막 순간에 ‘가정을 꾸리고 싶다면 어른이 되라’는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남성들의 경우 마지 못해 가이랜드를 떠난다”라고 말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