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 설립 취소 후에도 직원 급여 인상 논란…K스포츠, 불복 소송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한 최순실 씨가 지난 5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르재단 유급 직원 6명의 평균 연봉은 9200여 만 원이었고, 올해 2월 기준 K스포츠재단 유급 직원 8명의 평균 연봉은 6900여 만 원이었다. 특히 미르재단은 설립 허가 취소 통보를 받고도 올해 직원 6명 중 5명의 연봉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인재근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권력형 비리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미르재단 직원들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면서 “정부 산하 기관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초고액 연봉자가 아직도 근무하고 있고, 청산 전보다 오히려 직원 연봉이 상승한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미르재단에는 6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이중 5명이 최근 퇴사했고 1명만 남아 청산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지난 7월 청산인을 선임했으며 현재 채권신고 절차까지 완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 측은 담당 직원 급여가 원래는 1800만 원이었는데 500만 원으로 삭감됐고 단기계약직으로 재고용한 것이라 청산 작업이 끝나면 계약이 종료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3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 운영됐다는 사실이 헌법재판소 결정 등으로 확인됐다”며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설립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두 재단에 대한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다.
두 재단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직접 찾아가봤다. 미르재단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미르재단이 지난 10월 28일 사무실을 정리하고 떠났다”고 했다. 그전까진 직원들도 정상적으로 출근했고 임대료도 모두 냈다고 했다.
문체부에 문의한 결과 미르재단은 임대료를 절감하기 위해 좀 더 작은 사무실로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디로 이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재단 정보도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문체부 측은 재단 전화번호조차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현재 미르재단은 홈페이지조차 남아있지 않아 흔적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미르재단은 청산절차를 밟고 있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을 청산하려면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지만 미르재단 이사들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후 모두 사임했고, 임시 이사회 개최에도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재단 상황은 더 심각하다. K스포츠재단은 직원들이 재단을 유지하겠다고 버티면서 소송까지 냈다. 문체부가 재단 설립 허가를 취소한 근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주무관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민법 제38조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 측은 재단의 사업은 이사회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추진한 것일 뿐 공익을 저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K스포츠재단은 서울행정법원에 ‘직권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문체부 측 관계자는 “현재 소송 중이라 재단 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내부고발자로 알려진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은 이미 K스포츠재단을 퇴사했고 정동춘 이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재단은 김필승 이사장 대행 체제로 총 5명의 직원이 남아 운영하고 있다.
K스포츠재단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단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직접 찾아가봤다. K스포츠재단은 기존 건물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만 과거에는 건물 2층과 3층을 임대해 썼는데 2층은 정리하고 사무실 규모를 줄인 상태였다.
K스포츠재단 건물은 입구에서 인터폰으로 용건을 말하고 안에서 출입을 허락해야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출입을 허락하지 않아 K스포츠재단 측과는 인터폰으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다. K스포츠재단 측은 “재단이 존속되면서 국고가 손실되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현재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건물 밑으로 내려온 한 남자 직원은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며 불쾌하다고 항의했다. 현재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재단 홈페이지에는 올해 2월을 끝으로 새로운 사업이나 행사 등이 공지되지 않았다. K스포츠재단 직원들이 사실상 휴업 상태에서 고액의 급여만 타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현재 K스포츠재단 직원들은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법원이 설립 허가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결하면 직원들은 지난 3월부터 일한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반대로 설립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면 그동안 특별히 업무를 본 것이 없어도 밀린 급여를 모두 지급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K스포츠재단이 직원 급여 외 운영비로 매달 지출하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소송 중이라 문체부가 재단을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 K스포츠재단 측에 그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어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체부 측은 “설립 허가 취소 이후 재단 직원들이 너무 터무니없게 많은 비용을 사용했다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면서 “법원의 판단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은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재단이 국정농단이 시작된 진원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국민들이 용서해 주신다면 과거의 잘못을 딛고, 새롭게 태어나 봉사하고 싶다”고 적었다. 재단을 존속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정부는 두 재단의 출연금 774억을 국고에 귀속시키거나 기업체에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재단이 청산될 경우 출연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익목적으로 낸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 “정부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