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는 껌마니아? 외부 음식 반입 금지 불구 이상하리 만큼 껌 계속 들어와
특히 지난해 ‘국정농단 게이트’를 거치면서 현재 서울구치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전직 국정원장, 안봉근 등 속칭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는 구치소를 옮긴 ‘비선실세’ 최순실(현재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재 서울동부구치소 수감)을 비롯해 차은택, 문형표, 고영태(석방), 장시호(석방) 등 국정농단 사범들도 이곳에 머물렀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수감된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도 대표적인 서울구치소 ‘범털’이다.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에 위치한 서울구치소. 연합뉴스
# 줄줄이 들어오는 국정농단 관련자들 “구속될 줄 알고 있었다”
지난해 말 전국민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필두로 차은택, 장시호 등이 줄줄이 구속, 수감됐다. 서울구치소 내 수감자들 사이에서도 국정농단 이슈는 큰 화젯거리였다. 국정농단 관련자들과 한솥밥을 먹게 되기 때문. 교정당국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거물급 인사가 서울구치소에 들어오면서 구치소 내부에선 방 개조 작업을 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10.08㎡(약 3.05평) 크기의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돼 있는데 이는 일반 수용자 6~7인이 쓰는 방을 개조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순실 씨가 쓴 독방보다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 독방의 경우 벽지를 새로 붙이는 등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영치품 관리를 맡았던 수감자들 사이에선 이미 ‘누가 누가 구속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유치 장소는 구치소, 교도소, 경찰서 유치장 등으로 규정돼 있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 조사를 받은 최순실 등 관련자들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피의자들은 통상 구치소에서 수의로 갈아입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들은 임시수번이 부여되고 수의로 갈아입는데 피의자들의 사복을 보관하는 영치품관리 담당 수감자들 사이에선 어떤 거물들이 들어올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1년 6개월가량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A 씨는 “최순실 씨 등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구속될 줄 알고 있었다”며 “영장실질심사 받고 대기는 서울구치소에서 하지 않나. 그때 이미 수의와 수번이 부여되고 입고 있던 사복을 맡아놓으니까 이름 보고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농단 관련자들 특히 거물급 인사들이 많다보니 그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구치소를 관리·감독하는 교정청에서까지 자주 나오는 등 분주한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큰 사건이다보니 수감자나 교도관들이나 똑같이 신경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들어온 뒤 운동장 창문 막아버려
박근혜 전 대통령. 일요신문DB
이 때문에 수감자들 사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A 씨는 “여성사동 앞에 운동장이 있다. 최순실 씨나 진경준 씨 등 관심수감자 등은 교도관이 따로 운동을 시킨다”며 “원래 다른 사동 2층에서 내려다보면 누가 운동하는지 보이곤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들어온 뒤로는 창문을 아예 막아버렸다. 아무래도 ‘급’이 다른 인물이기도 하고 수감자들의 관심을 아예 배제시키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7월 ‘롯데면세점 입점로비’로 수감된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도 있다. 영치품 관리 담당을 맡았던 A 씨는 “내부에서 영치금으로 음식물을 사먹는 건 가능한데 외부에서 음식물을 넣어줄 수는 없다”며 “그런데 신 이사장에게는 이상하리만큼 밖에서 ‘껌’하고 ‘과자’가 계속 들어왔다. 우리 입장에선 전달해주지 못하는데 밖에선 계속 전달해달라고 넣어주니까 (껌과 과자 등이) 쌓여만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껌을 참 좋아하는구나’ 생각을 했다.
# 힘 있는 ‘범털’ ‘사동도우미’ 포섭작전 들어가기도
서울구치소로 한정되진 않지만 구치소에선 일반적으로 힘 있는 ‘범털’들이 ‘사동도우미’ 포섭 작전에 들어가기도 한다. 수감자들 사이에서 ‘소지’(일본어로 청소라는 뜻)로 불리는 사동도우미는 교정시설 안에서 밥 배식과 청소 등을 돕는 재소자를 말한다. 대부분 범털이 ‘사동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생활한다고 수감자들은 말한다. A 씨는 “소지와 친해지면 온수를 더 지급받거나 설거지, 세탁도 해주고 편의를 볼 수 있다. 서울구치소 수감 중인 모 기업 회장의 경우 소지에게 잘 부탁한다는 명목으로 100만 원을 개인 계좌로 보냈다가 걸린 적도 있다”며 “그만큼 범털들도 소지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유력 범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동도우미’도 있어 이 경우 서로 ‘윈윈(Win-Win)’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지에게 밉보인다거나 관계가 악화되면 그만한 대가도 따른다. 지난 2009년 횡령 혐의로 법정구속됐다가 풀려난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서울구치소 경험을 바탕으로 써낸 자신의 책 <개드립 파라다이스>에서 이 같은 ‘사동도우미’를 상세히 설명했다.
책에는 “소지의 눈 밖에 나는 죄수나 사방은 많은 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손톱이 가위손처럼 자라도 소지가 손톱깎이를 주지 않으면 깎을 수 없다. 각 동의 소지들은 한 동에서 두 달씩만 일을 하도록 돼 있다. 죄수들과 결탁 등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나와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문세광·김재규 이곳서 사형’ 박 전 대통령과 서울구치소 묘한 인연 구 서울구치소인 서대문형무소. 연합뉴스 1987년 11월 서울구치소는 현 위치인 경기도 의왕시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구치소의 이전 사유는 ‘도시화’였다. 도시팽창으로 구치소 담장 옆까지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밀집했고 이 부근의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혐오시설’에 대한 각종 민원이 쇄도했다. 아울러 당시 서울 중구에 위치했던 법원과 검찰 청사가 서초구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되며 재판이나 조사 때 미결수 호송 편의를 위해 지금의 위치가 낙점됐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설의 노후화와 도심지 교정시설의 교외이전 방침에 따라 현 소재지인 의왕으로 이전하게 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교정시설의 직무와 역할을 고려, 지명과 상관없이 이전 후에도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정재계 ‘범털’들의 집합소란 별칭으로 불리지만 서울구치소의 전신은 과거 일제에 외교권을 박탈당했을 때부터 제국주의 통치의 용도로 만들어져 활용됐다. 유관순,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와 민족지도자들은 이곳에 투옥돼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97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친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과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가 이곳에서 사형집행을 당하기도 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