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연기 되고 영어도 되고’ 강동원 ’소문 날까 조용조용‘
현재 할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는 이병헌과 배두나 그리고 수현이다. 저마다 가치를 높이면서 영역을 확실히 다지고 있다. 포문을 연 주인공은 이병헌이다. 2009년 영화 <지 아이 조>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는 이후 <레드2>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인기 시리즈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배두나와 수현도 제 몫을 해내긴 마찬가지.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앤디, 라나 워쇼스키 감독에 발탁돼 2012년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한 배두나는 이후 <주피터 어센딩> 등으로 그 활동을 이어갔다.
성공적으로 할리우에 진출한 이병헌과 배두나. 영화 ‘레드 더 레전드’ ‘클라우드 아틀라스’ 홍보 스틸 컷.
수현은 더욱 화려한 이력을 써내려간 주인공. 마블스튜디오의 대표 히어로 시리즈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통해 2015년 할리우드에 데뷔한 이래 올해 <다크타워:희망의 탑>에 이어 내년 개봉하는 <신비한 동물사전2>까지 스타들이 갈망하는 대작에 연이어 출연하는 행운을 잡았다.
# 마동석·하정우 그리고 강동원…할리우드 러브콜
이미 할리우드에서 성과를 내는 배우들의 뒤를 이어 도전을 준비하는 스타들은 마동석과 하정우 그리고 강동원 등이다. 이들은 해외 활동을 가능케 하는 언어 구사력을 기본으로, 국내 시장에서 얻은 탄탄한 인기, 해외 무대를 아우를 만한 실력까지 더해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할리우드 활동의 가시권에 진입한 배우는 마동석이다. 지난해 마블스튜디오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미리 계획한 한국영화 촬영을 이유로 일단 기회를 미뤄둔 그는 최근까지도 다양한 협업 제안을 받고 있다.
해외 영화계에서 마동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여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부산행>이다.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직후 현지에 모인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은 여러 출연자 가운데 유독 마동석에 집중됐다. 이어 <부산행>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독보적인 흥행성과를 내면서 여러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마동석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동석 역시 긍정적으로 이에 답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그에게도 꿈의 무대이기 때문.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현지에서 청년기를 보낸 경험, 이후 보디빌더와 트레이너로 활동한 그는 실베스터 스탤론 등의 영화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랜 미국 생활 덕분에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어 활동에 걸림돌도 없다.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 ‘부산행’ 홍보 스틸 컷.
사실 영어 구사능력은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배우들에게 기본 조건이나 다름없다. 언어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이병헌은 일찍부터 영어를 완벽하게 익힌 덕분에 할리우드 진출을 수월하게 이룰 수 있었고, 수현은 부모를 따라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경험으로 현지인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물론 ‘노력형’도 있다. 배두나는 사촌이 살고 있는 영국으로 건너가 현지인으로부터 언어 수업을 받았고, 영화 출연을 확정한 뒤에는 더욱 집중적으로 영어를 익혔다.
할리우드 활동에 기대를 더하는 하정우 역시 언어는 문제없는 입장이다. 한국영화 시장에서 단연 막강한 티켓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그는 일찌감치 시선을 할리우드에 두었다. 지금처럼 주목받기 전인 2007년 한미합작 영화 <두 번째 사랑>에서 미국 여배우 베라 파미가와 호흡을 맞추고 애잔한 러브 스토리를 그려내 호평받기도 했다.
다만 하정우로서는 자신에 적합한 기회를 찾는 일이 관건. 몇 차례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고, 여러 차례 제안도 받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키로 하고 개런티 협상까지 마쳤다. 하지만 기회가 아쉽게 무산된 데는 이유가 있다. 하정우가 그보다 먼저 출연을 확정하고 촬영을 기다려온 영화 <신과함께>의 일정이 갑작스럽게 확정됐기 때문이다. 두 영화의 촬영이 겹치자 하정우는 <신과함께>를 택했다.
당시 하정우는 “아쉬움이 생겼지만 그 마음은 아주 잠깐이었다”며 “좋은 기회는 또 온다. <신과함께> 출연을 먼저 결정했는데 할리우드 영화부터 한다는 건 제작진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고 밝혔다.
할리우드를 향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마동석, 하정우와 달리 강동원은 내심 마음을 품었지만 자신의 행보를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 평소에도 워낙 영화 외적인 일은 외부에 알리기 꺼려하는 스타일인 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이든 비밀에 부칠 가능성이 크다.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 ‘신과함께’ 홍보 스틸 컷.
그런 강동원은 올해 5월 프랑스에서 열린 칸 국제영화제 기간에 비공식으로 현장을 찾았다. 자신의 출연 영화가 영화제에 진출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칸으로 온 이유에 대해 강동원 소속사 측은 “해외 영화 관계자들과의 미팅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칸 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각국 영화 제작진이 대부분 칸에 집결하는 만큼 그 기회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기 위한 방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차인표…직접 제작 영화로 미국 진출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거나 진출을 모색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대형 스튜디오와 손을 잡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현지 활동을 시작하는 배우도 있다.
배우 차인표는 얼마 전 미국에서 영화 <헤븐퀘스트> 촬영을 마쳤다. 그가 주연하고 제작까지 맡은 이 영화는 기독교 고전 소설인 <천로역정>을 각색한 미국영화. 매트 빌런 감독이 연출하고 차인표와 한국계 배우 리키김을 비롯해 미국과 호주, 멕시코, 덴마크 배우들이 출연했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후반작업이 한창이다.
차인표는 올해 초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마치고 3월 미국에서 <헤븐퀘스트> 제작진과 만나 출연과 공동제작을 결정했다. 몇 차례 할리우드 영화 출연가능성이 알려지긴 했어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은 배우가 아닌 데다, 제작까지 맡은 사실이 공개되자 영화계 안팎에서는 궁금증이 일었다.
차인표는 “사람을 위로하는 영화, 선한 가족영화나 종교영화를 오랫동안 만들고 싶었다”며 “만에 하나 내가 돈을 대 만든다고 해도 과연 극장에서 틀 수 있을지,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고민이 컸다”고 했다.
미국에는 제작비 회수가 가능한 종교영화 및 가족영화 시장이 존재하는 만큼 넓은 곳에서 먼저 도전한 뒤 그 작업을 국내로 이어오자고 결심한 차인표는 미국에서 영화사 TKC픽쳐스를 설립했다. 누구보다 적극적인 활동이다.
이미 차기작 구상도 마쳤다. 차인표는 내년 <헤븐퀘스트> 후속편 제작에 돌입하는 한편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을 만든 에버렛 스완슨 목사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미국에서 제작한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