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이덕훈·이광구 각종 논란으로 물러나…김태영·김지완·정지원·이동빈 ‘수장’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많은 인사가 스스로 요직에서 물러났고, 버티기에 들어갔던 인물들은 잇따라 검·경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명예마저 추락하고 있다. 이 와중에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가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주목받는 조직으로 떠올랐다. 몰락하는 서금회와 떠오르는 부금회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서금회의 몰락을 예고한 인사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다. 서금회 멤버로 알려진 홍 전 회장은 박 전 대통령 인수위 위원 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2013년 산업은행 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1월 2일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BIFC)를 찾았지만 노조의 저지로 입장하지 못하자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홍 전 회장은 재임 시절 저성장 장기화로 위기에 처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교수 출신인 데다 ‘서금회’, ‘낙하산’ 꼬리표가 붙었고, 전문성 부족에 대해 비판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국제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관련해 “산업은행은 ‘들러리’였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결국 국가 명예와 결부된 국제기구 부총재직을 사퇴하는 국제적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우리은행 출신 김 아무개 씨(60)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것과 관련해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이 연루됐는지 수사 중이다. 특히 검찰은 이 전 행장의 최측근인 김 씨가 대기업 계열사 고문으로 영입되는 과정에서 압력 행사 여부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금회’ 핵심 멤버로 분류되는 이 전 행장은 2014년 수출입은행장에 올라 올해 3월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대표적인 서금회 출신인 이 전 행장은 그동안의 관피아 낙하산 관행을 깨고 수출입은행장에 발탁되는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에는 성동조선에 대한 단독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가 지연되자 서금회 출신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전문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전 행장뿐 아니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도 서금회 출신 중 각종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들이다. 이광구 전 행장의 경우 이덕훈 전 행장과 마찬가지로 행장 내정 때부터 서금회 출신 논란을 겪었던 인물이다. 상업·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직을 맡았던 ‘관행’상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후임으로 한일은행 출신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를 깨고 같은 상업은행 출신인 당시 이광구 부행장이 행장으로 올라선 것.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서금회’ 인맥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후 이광구 전 행장은 서금회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실적과 민영화 성공을 비롯해 모바일 금융 플랫폼 선도 등의 업적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신입행원 채용 논란에 결국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지는 해가 있으면 뜨는 해도 있는 법. 서금회 출신 금융권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사이 새롭게 각광받는 인물들이 금융권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신임 은행연합회장에 유력 인사들을 물리치고 부산 출신의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 대표가 내정되면서 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인 ‘부금회’가 주목받고 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연합뉴스.
하지만 워낙 ‘깜짝 인사’라 부금회의 힘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다. 김 내정자는 “부금회라는 모임은 처음 들어봤고 참석해 본 적도 없다”면서 “이경섭 농협은행장이 추천했고 다른 은행장들도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내정자 외에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산상고 출신의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이 선임되면서 ‘부금회’는 부상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정지원 이사장은 대표적인 부금회 멤버로 알려져 있다. 부산 대동고를 나온 정 이사장은 증권금융 사장의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지난 9월 한국거래소 이사장 추가 공모에 응모했다. 당시 유력 후보로 꼽히던 호남 출신 인사들이 지원을 철회해 내정설이 불거졌다. 지난 9월 ‘낙하산’ 논란 속 BNK금융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도 대표적인 ‘PK’(부산·경남) 인물이다. 반 년 넘게 공석이었던 수협은행장 자리도 부산대 출신 이 행장에게 돌아갔다.
금융권에 따르면 부금회는 지난해 상반기 발족한 조직이다. 부산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뭉친 금융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 부산이니만큼 현 정부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수장 인선의 특징은 한마디로 깜짝 발탁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특히 거의 주목받지 못하다가 막판에 부산 출신들이 급부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