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록·신상훈·윤용로·홍재형 등 60~70대가 후보로 거론…모두 친정부 성향 인사
앞서 지난 9월 은행연합회는 별도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지 않고 이사회 내에서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껏 은행연합회는 회추위를 구성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회추위를 구성해 진행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곳은 형식적으로라도 회추위가 있어서 은행연합회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일정이 늦어져 시간적으로 회추위를 구성하기 어려웠다”며 “게다가 시중은행들도 회추위에 대해 호불호가 갈려 여러 논의 끝에 회원사가 각자 후보를 추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구 명동에 위치한 은행연합회관.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는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 사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행장, 홍재형 전 부총리 등이 거론된다. 특히 김 전 총재와 신 전 사장은 지난 대선 직후부터 차기 회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영구 회장은 일찌감치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하 회장은 지난 10월 1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도 “연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후보로 꼽히는 인사들은 전반적으로 이전에 비해 고령이다. 김 전 총재는 68세, 신 전 사장은 69세, 홍 전 부총리는 79세다. 그나마 윤 전 행장이 62세로 후보군 중 젊은 편이다. 현 회장인 하영구 회장과 박병원 전 회장(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각각 61세, 59세에 취임했다.
올해 새롭게 행장으로 취임한 빈대인 부산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심성훈 K뱅크 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모두 50대 중반의 나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령의 후보들이 거론되는 은행연합회 주변에서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재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는 20년 전에 금융수장을 역임한 사람도 있는데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할까 싶다”며 “지난 정부에서도 70대 중반인 사람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 국가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거론되는 후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친정부 인사라는 것이다. 김창록 전 총재는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원(금감원) 부원장을 지냈으며 현 정부 실세로 꼽히는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부산고 동창이다. 윤용로 전 행장은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홍재형 전 부총리는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신상훈 전 사장은 민간 출신이지만 ‘MB라인’으로 꼽히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대척점에 서면서 현 정권과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출신과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사를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손해보험협회가 김용덕 전 금감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순수 민간 출신인 신상훈 전 사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껏 금융협회 수장들은 정권과 굉장히 밀착한 인사였고 이번 정부라고 예외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추천은 은행장이 하는 것이라지만 현 정부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도 관피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항상 관치금융을 끊어야 한다고 요구한다”며 “정부로부터 여러 압박이 왔을 때 우리 자율로 진행하겠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하영구 회장 유종의 미? 차기 부담전가? 성과연봉제 존폐 촉각 지난 1일부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에 들어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교섭에서 다루는 시중은행 성과연봉제 폐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노조는 “노사 대표단 회의를 통해 사측의 사용자협의회 복귀에 합의했다”며 “산별교섭 재개 후 과당경쟁 방지, 4차 산업혁명 대비 고용안정 방안, 임금체계 개선, 산별교섭 효율화 등에 대해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용자협의회는 시중은행, 금융공기업 등으로 구성된 금융권 사용자 모임으로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면서 33개 회원사 중 한국금융안전을 제외한 나머지 32개사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당시 탈퇴한 회원사들은 “각 기업 노조와 개별 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탈퇴했던 32개사는 최근 사용자협의회에 재가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노조 입김이 강해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하영구 회장은 TF를 우선 구성해 노조와 합의하고자 했고 노조는 일단 사용자협의회에 복귀한 후 교섭을 하자고 주장했다”며 “은행장들은 여러 의견을 내다가 복귀 여부를 하 회장에게 위임했고 하 회장은 복귀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사용자협의회장은 은행연합회장이 겸한다. 현재 하영구 회장의 임기는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회장이 바뀌면 교섭 파트너가 바뀌는 터라 일정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교섭을 마치려 한다”며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거의 매일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기 전까지 노조와 교섭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하 회장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도 떠날 사람에게 얘기를 해봐야 들어줄까 하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짧은 기간에 노사협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없지 않아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