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지역에도 초고속 추진…주거·상업지 비율도 대폭 수정
‘현대 힐스테이트 이진 베이시티’ 조감도.
우선 이진 베이시티 건립 추진과 맞물려 정부가 사업비 1000억 원가량을 들여 실시하는 해안가방재호안공사의 사업구간이 변경돼 해당 아파트 부지 앞까지 확장됐다. 공사시기도 변경되고 사업허가 역시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이 사업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싸늘하다.
지난 11월 6일 부산시 서구 암남동 123-15 부지 3만 3008㎡(한진 매립지)에서 착공식을 가진 현대 힐스테이트 이진 베이시티는 지하 6층 지상 69층 규모에 총 1368세대 3개동으로 건립된다. 준공 예정 시점은 2022년 5월이다. 매립지 잔여부지 1만 3587㎡에는 또 다른 지역 건설업체인 협성종합건설이 초고층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진매립지는 강한 태풍이 오면 일대가 바닷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지역이다. 태풍 매미가 불어 닥친 2003년에는 수많은 가구가 침수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상했다. 2014년 태풍 너구리 당시에도 파도가 해안방파제를 넘어 도로가 파손됐으며,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때는 매립지 전체가 침수돼 상가와 차량 수십여 대가 피해를 입었다.
이곳이 상습적인 침수지역인 것은 정부도 이미 파악한 사실이다. 국토해양부는 2011년 5월 사업비 1000억 원을 투입하는 ‘항만구역 내 재해취약지구 정비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남항 서방파제보강 공사(400m)와 방제호안시설 축조공사(710m)를 2020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께 완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가운데 이진종합건설(주)는 2014년 4월 한진매립지 가운데 상당부분을 매입했다. 13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립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자 부산서구청은 한진매립지 앞까지 방재호안시설을 연장하고 사업시기를 변경해줄 것을 해수부에 요청했다.
2014년 9월 서구청의 요청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방재호안시설 길이를 당초 710m에서 1000m로 연장시켰다. 사업시기도 2020년에 시작하려던 계획을 2016년으로 앞당기고 2020년 완료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후 이진종합건설의 베이시티 건립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2015년 1월 지구단위계획 변경신청을 내 주민의견 수렴, 관계기관 의견 수렴, 도시·건축 공동위원회 등 거쳐 6개월 만인 2015년 7월 결정고시됐다. 특히 기존 한진매립지의 주거·상업지역 비율은 5:5였지만,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8:2로 대폭 수정됐다.
지난해 태풍 차바가 왔을 당시 침수된 지역(보라색) 부산서구청 재난안전대책본부 보유 사진 캡처.
무엇보다 사업이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진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소 1~2년 걸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작업이 불과 여섯 달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이진종합건설 전광수 회장의 아들이 부산시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치는 전봉민 의원이라는 점이다. 전 의원은 시의회에 입성하기 전에는 이진종합건설 대표이사라는 직함도 갖고 있었다.
전봉민 의원은 지난 2008년 보궐선거로 시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해양도시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제6대 부산시의회에서는 줄곧 보사환경위원회에 소속됐다. 특히 6대 후반기에는 보사환경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제7대인 현재는 운영위원회 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 의혹의 눈초리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전 의원은 “내가 소속된 보사환경위원회는 그 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해수부는 방재호안시설 연장을 잠정 보류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방재호안시설 건립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곳이 안전에 매우 취약해 초고층아파트 건립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방재호안시설 건립으로 확보되는 완충지대가 해안에서 15m에 불과해 안전을 담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진매립지는 태풍으로 여러 번의 침수를 경험한 곳으로 방호시설로부터 50m는 완충지역이 마련돼야 침수를 예방할 수 있다. 영도구 남항동 남항방파제가 바로 그 예”라면서 “15m 완충지역으로는 침수의 위험이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