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선 접속금지령 속 폰으로 몰래몰래…대학에선 알바 스톱 투자 올인…10대들도 단타 재미에 폭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주식 매매와 비슷한 방식이다. 다만 장 시작과 마감이 있는 주식과 달리 주문이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간다. 사진은 9월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 연합뉴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폐로서의 가치를 의심받았던 가상화폐의 가치가 최근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2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302억 달러(한화 약 142조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 1일 1003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은 11개월 만에 10배나 오른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 변동 폭이 커 잘만 하면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 심지어 10대 청소년들도 가상화폐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는 투자 문외한도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무작정 시장에 진입하고 그렇게 몰려온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비트코인 유입자를 양산하는 모양새다.
주식 경험이 전무한 직장인 최 씨는 이제 24시간 내내 호가창만 바라본다. 그는 “사무실 동료들의 투자 성공 스토리가 계속 들리다보니 열심히 일만 하는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며 투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근무시간에도 가상화폐 매매로 수십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다. 그런 기분을 한번 맛보니 계속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이유성 씨(30)는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회사 선배들과 있을 때 ‘비트코인’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나온다.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전향했다는 사람 얘기도 들었다”며 “잘만 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다는 점과 나만 안 하면 ‘왕따’가 되는 듯한 심리 때문에 비트코인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열풍 때문에 일부 회사는 근무 시간 내에 직원들이 거래소 접속을 못하게 하는 ‘비트코인 금지령’을 내리기도 한다. 한 IT 관련 업체에 다니는 이 아무개 씨는 “우리 회사에선 보안 프로그램으로 거래소 등의 접속을 아예 못하게 막아놨다”며 “그래도 스마트폰이 있으니 그걸로 몰래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컨설팅 기업 정 아무개 대표는 “회사에서 주식(요즘은 비트코인 등 전자화폐 포함) 거래를 못하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뼈저리게 후회할 일들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업무 집중력을 흐리는 것은 기본이고 개인 재정에 문제발생 시 복합적인 여파가 생긴다. 또 그렇게 놓치거나 허술히 처리한 일들이 나중에 과중한 업무로 다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서도 가상화폐 열풍은 거세다. 경제적 자립도가 떨어지는 학생들 가운데는 ‘투기’ 형식으로 ‘올인’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 준비생 강민식 씨(27)는 “비트코인은 아니지만 ‘알트코인’으로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시세차익으로 60만 원을 벌었다. 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앞으로 투자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김 아무개 씨(23)도 “몇 년간은 묵혀 둘 생각으로 군대에서 모은 돈을 전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그만큼 ‘한방’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가상화폐는 단연 화제다. 이들은 주로 분 단위로 차트가 널뛰는 등 빠르게 가치가 변하는 점을 이용해 속칭 ‘단타’ 식으로 돈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한 고등학교에 앞에서 만난 신 아무개 군(18)은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라이트코인’에 투자하는 친구들은 많이 봤다”며 “대치동 학원가에 가면 비트코인 하고 있는 친구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관련 익명 채팅방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그동안 쏠쏠한 재미를 봐서 한동안은 할 생각이 없다. 공부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면서도 “며칠 새 200만 원 정도 수익을 올린 적도 있는데 정작 비트코인 개념·원리도 모르면서 그런 것만 보고 따라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상화폐 투자는) 접근성이 높다지만 무턱대고 이 바닥에 들어오면 낭패를 보게 된다. 급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냉철함이 필요하다”고 훈수도 뒀다.
이처럼 직장인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비트코인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회원가입을 한 후 본인 은행 계좌를 등록해 본인 가상계좌에 원화를 이체하면 그때부터 바로 거래가 가능하다. 이 과정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고 거래도 24시간 내내 실시간 체결할 수 있다. 앞서의 최 씨는 “어떤 땐 ‘내가 중독인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차트’를 보고 있다”며 “24시간 내내 기대심리 때문에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소년들 사이에선 소득증빙이나 보호자 동의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의 경우 청소년이 증권계좌를 개설하려면 법정대리인과 함께 증권사를 방문해야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를 하려면 사이트에 가입한 뒤 통장을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들어 청소년들의 가상화폐 투자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일부 거래소들은 ‘출금 제한’ 등의 조치로 미성년자들의 거래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다양한 거래소들이 존재해 대응책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로 규정했다.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통화는 가치나 교환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다른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이 사주기를 바라는 투기적 원칙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예 “정부가 공신력을 주고 금융업으로 공식화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음란물 팔고 비트코인 받았는데…시세가 껑충껑충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비트코인으로 5만%의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 캡처 실제 지난 5월 성인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된 안 아무개 씨(33)도 비트코인을 결제방식으로 활용했다. 현금 결제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검거 당시 안 씨가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은 216개로 검거 당시 기준 5억여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이에 검찰은 안 씨의 비트코인을 몰수해야 한다고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비트코인의 객관적 기준가치도 상정할 수 없어 범죄수익으로 추징하는 것이 타당치 못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안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자신의 가상지갑 안에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5억 원이던 비트코인은 현재 4배 이상 상승한 21억여 원에 달한다. 내부 고발자들을 위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도 치솟는 비트코인 가치로 인해 5만%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지난달 14일 트위터에 “비자, 마스터카드 등이 2010년부터 위키리크스에 불법적인 금융 봉쇄하도록 압박을 가한 미국 정부와 존 매케인 상원의원, 조셉 리버만 전 상원의원에게 깊이 감사한다”며 “그 덕분에 우리는 비트코인에 투자했고 5만% 수익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급결제업체를 압박해 위키리크스에 대한 금융 거래를 차단했다. 어산지는 이 때문에 비트코인에 투자하게 됐고 5만%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한 것이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