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방법 많은데 쓸 방법 아리송
비트코인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가상화페로 평가받는다.
비트코인의 등장 배경은 가상화폐가 가진 중요한 특징과 연관된다. 가상화폐전문가 빈현우 씨는 저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달러체제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으며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기존 화폐와 달리 정부, 중앙은행 등 중앙권력의 개입 없이 누구나 암호화된 수학문제를 풀어 가상화폐를 만들 수 있고 이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개개인이 관리한다. 그동안 일부 관심있는 사람들끼리만 공유되던 비트코인은 2010년 5월 일명 ‘비트코인 피자 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유저가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으로 주문한 것. 이것이 비트코인의 ‘첫 거래’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장 일반적이고 쉬운 방법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사는 것이다. 주식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온라인 거래소에서 기존 화폐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거래도 가능하다. 빗썸, 코빗, 코인원, 업비트 등이 대표적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다. 11월 24일 10시 55분 기준 1비트코인당 가격은 887만 원으로 비트코인이 거래소에서 첫 거래 때 5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가격 상승이다.
비트코인을 얻는 또 다른 방법은 직접 채굴기를 통해 채굴하는 것이다. 채굴기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만들기 위한 컴퓨터로, 주로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 그래픽 카드, 고용량 D램 메모리를 결합해 제작한다. 이 채굴기가 연산문제나 암호를 고도의 연산으로 문제를 풀어내면 새로운 가상화폐가 만들어지고 이 과정을 통해 채굴자가 가상화폐를 얻는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비트코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가상화폐 지지자들은 가상화폐가 진정한 ‘경제 민주화’를 이루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
하지만 기기가 거의 24시간 작동해야 해 전기요금이 많이 나가고 소음과 발열이 심해 일반 가정집에서 채굴하기는 쉽지 않다. 채굴기 프로그램이나 기기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있다. 한 가상화폐 거래자는 “채굴기 발열이 60~70℃까지 올라 겨울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여름에는 특히 힘들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수직상승하면서 사람들은 또 다른 채굴 방법을 고안해냈다. ‘채굴 대행회사’에 일정한 비용을 내고 비트코인을 얻는 것이다. 채굴 대행회사는 개인에게 채굴기를 팔거나 채굴기 관리 비용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채굴 대행회사가 채굴기를 운영하는 공장이 없거나 위탁자에게 수익을 배분하지 않는 등 문제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일부 상점에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세계 비트코인 사용처를 알려주는 ‘코인맵(http://coinmap.org)’에 따르면 서울에만 51곳의 비트코인 사용처가 있다. 안경점, 카페, 학원, 식당 등 업종이 다양하다. 휴대폰 가상화폐 거래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자에게 비트코인을 전달하면 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거래는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이다. 코인맵에 이름을 등록하긴 했으나 실제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심지어는 본인 가게가 가상화폐를 취급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상화폐 취급업체 한 관계자는 “아는 사람을 통해 이름을 올렸고 설명을 몇 번 들었지만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른다”며 “아직까지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결제한 경험은 없다”고 털어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현 시점에서 가상통화 거래는 금융거래는 아니나 유사금융거래로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질 경우 금융거래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9월 1일에는 금융위원회 주재로 기재부,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국세청, 경찰청,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함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를 열었다. 하지만 정부의 입법조치가 가상화폐를 제도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유사수신이나 다단계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범죄에 대한 통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가치변동성도 너무 크고 아직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부분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TF의 일정에 맞춰 준비하는 게 전부“라고 입장을 밝혔다
가상화폐가 현재 화폐를 대신할 가능성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금과 달리 내재가치가 없어 화폐를 대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화폐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가치를 측정하는 것인데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심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예컨대 사과가 1비트코인이고 1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늘 1000원에서 내일 2000원으로 오른다면 오늘 1000원으로 산 물건을 내일은 2배의 가격을 주고 사야 한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존하는 가상화폐가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가상화폐 기술의 핵심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진화된 형태의 가상화폐가 나오거나 아예 중앙은행에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화폐를 만든다면 기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당장은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채권 같은 금융상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폐는 해외에 나갔을 때 쓸 수 없는 나라가 더 많지만 비트코인은 통계적으로 약 100개국에서 그 나라 화폐로 교환 가능하다”며 “선물거래가 시작되면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 잡힐 것이며 현재 금융당국과 함께 대응 방향에 대해 활발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비트코인의 투기성…2년새 24배 가치 폭등 ‘헉’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한정돼 있다. 2100만여 개밖에 채굴하지 못한다. 따라서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이 결정된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이 심해 투기성이 짙다. 마감시간 기준 1비트코인당 가격이 2015년 11월 22일에는 37만 9500원이었지만 지난 11월 22일에는 902만 7000원으로 24배 가까이 올랐다. 상당수 비트코인 전문가들은 1비트코인당 가격이 조만간 1000만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12일 30만~40만 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캐시가 280만 원대까지 치솟고 매수세가 몰리면서 발생한 ‘빗썸사태’ 역시 이러한 가상화폐의 지나친 변동성 때문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자는 “2년 전 투자한 돈이 20배 정도 가격이 뛰었고 상당 금액을 현금화해 운영하는 사업에 투자했다”며 “가상화폐 가격이 치솟으며 국내 거래량이 폭증했는데 대부분 투기목적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투기세력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떤 자산이든지 도입기에는 투기 현상이 있었다. 미국과 일본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허용했고, 미국 JP모건도 비트코인 선물 거래 진출 계획을 밝혔다”며 “정부는 기술 자체에 대한 규제가 아닌 가상화폐의 기술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주되 이상 투기현상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혜] |
다른 가상화폐는? ‘리플’ 희소성 높아 가상화폐의 종류는 850여 개에 달한다. 그 중 비트코인과 함께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캐시=지난 8월 1월 비트코인에서 분화된 가상화폐로 비트코인과 다른 종류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급증한 후 거래내역을 저장하는 블록체인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탄생했다. 비트코인캐시의 채굴량은 2100만 개로 비트코인과 동일하지만 블록 용량이 8MB까지 확장 가능해 1MB에 불과한 비트코인보다 훨씬 크다. 비트코인캐시는 거래 속도와 수수료도 비트코인보다 저렴한 편이다. ▲이더리움(Ethereum)=비트코인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큰 가상화폐다. 2014년 비트코인 천재 해커 출신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Vitalik Buterin)이 개발했다. 이더리움은 화폐 기능에서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비트코인의 기능에 부동산계약, 보험상품설계, 지급결제 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리플(Ripple)=2004년 리플페이(RipplePay)라는 이름으로 세계 은행간 실시간 자금 송금을 위한 서비스로 개발됐다. 리플은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시중통화가 아닌 금융거래를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채굴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토콜에 따라 총 1000억 개가 한 번에 생산됐으며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다. 상당히 많은 리플이 수수료로 소진되고 앞으로 추가로 발행되는 코인이 없기 때문에 희소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트코인(Litecoin)=비트코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가상화폐로 2011년 10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졸업한 구글 출신 개발자 찰리 리(Charlie Lee)가 창안했다. 비트코인이 총 2100만 개까지만 채굴할 수 있는 데 반해 라이트코인의 최대 채굴량은 8400만 개로 4배 많다. 라이트코인은 PC용 그래픽스 처리장치(GPU)로도 채굴할 수 있어 비트코인보다 채굴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만큼 거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