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애호박이 ‘젠더 전쟁’ 일으켜…영화평론가·정신과의사까지 ‘참전’
지난 11월 18일 ‘애호박게이트’의 시작을 알린 유아인의 트윗. 사진=유아인 트위터
이처럼 여성 대중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아왔던 유아인의 주가가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월 18일의 일이다. 유아인의 독특한 성격을 빗대 “유아인은 냉장고에 애호박이 하나 들어있으면 (그걸 보고) 나한테 ‘혼자란 뭘까?’라고 물어볼 것 같다”는 한 트위터리안의 글에 유아인이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는 답글을 쓴 것이 촉발점이 됐다. 단순히 장난으로 쓴 글이었지만 다수의 대중들이 “그런 발언을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다”라고 비판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남성의 무의식적인 폭력성’을 함의했다는 애호박이 최근 뜨거운 감자인 남혐(남성혐오)과 여혐(여성혐오) 논란으로까지 번지자, 유아인은 가시밭길을 택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메갈(메갈리아, 2014~2016년까지 운영됐던 온라인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과 ‘폭도’로 규정하며 실시간 맞불 전쟁에 나선 것. 이른바 애호박게이트의 개문이었다.
영화 ‘좋아해줘’ 홍보 스틸 컷
유아인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삼대장’을 모두 사용하는 헤비 SNS 유저다. 그는 지난 11월 18일 이후 보름 가까이 이 세 곳을 넘나들며 하루 종일 ‘폭도 세력’들에 맞섰다. 페이스북에는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린 뒤 이마저도 비난하는 대중들을 ‘피해에 찌든 환자’ ‘폭도’ ‘가짜 페미니스트’ ‘광기의 테러리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SNS 세 곳을 오가며 폭주하는 유아인을 위한 우려의 목소리와 비교적 상식적인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아인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초강수로 응수했다. 영화평론가 박우성은 11월 25일자로 자신의 트위터에 “아닌 척하지만 유아인은 속물이다. 하연수는 사과할 필요 없는 일에 사과했음에도 비난 받는다. 김윤석은 사과해야 할 일에 당연히 사과했는데 극찬 받는다. 유아인은 한국 사회의 이런 극단적 기울기를 아주 잘 안다. 알지만 의심하지 않기에 자신만만하다. 그는 지극히 평범하며, 그래서 폭력적이다”라며 유아인의 행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글을 연달아 올렸다.
영화평론가 박우성과 설전을 벌인 유아인. 사진=박우성 트위터 캡처
이 같은 장문의 페이스북 글을 게시한 직후 트위터로 이동한 유아인은 박우성과 설전을 벌였지만 결국 “저는 기회를 드렸고 그 기회는 스스로 버리셨습니다. 그 결과를 지켜보고 맞이하게 되실 겁니다. (중략) 기회를 포기하셨으니 당신의 ‘범죄’에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앞으로의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자신에 대한 명예 훼손임을 명백히 언급한 것으로 보아 이 혐의로 고소를 진행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아인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정신의학적 분석’으로까지 이어졌다. 2013년 <무한도전>에 출연해 정형돈의 불안장애 증상을 진단했던 김현철 정신과전문의가 유아인의 SNS 폭주 사태를 보고 “경조증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경조증이란 경미한 조증으로 기분이 들떠서 지나친 흥분에 이르는 상태를 가리킨다.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되고,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이나 자존심, 주의산만 등의 증상이 있다. 김 전문의는 “이론상으로 (유아인은) 내년 2월이 가장 위험할 것”이라고까지 덧붙여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11월 30일 정신과 봉직의협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절대 본인에게 직접 진료 받지 아니한 개인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정신의학적인 판단을 담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라며 김 전문의의 발언을 지적했다. 유아인 역시 SNS에 “‘정신’차리세요. 이 헛똑똑이 양반님들아”라는 비판글을 남겼다. 결국 김 전문의가 문제의 트윗을 지우고 유아인에게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너무도 송구하여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라는 사과글을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점점 과열되고 있는 유아인의 SNS 설전이 유아인의 앞으로의 행보에 오점으로 남을 것인지 빛나는 이름표로 남을 것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 다만 명확한 것은 유아인의 소속사는 폭주하는 그를 말릴 생각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유아인의 소속사 UAA를 공동 설립한 법무법인 더펌의 정철승 대표변호사는 지난 11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봐도 유아인 군의 말이 옳은데 그만두라고 만류할 수도 없고, 말을 들을 것 같지도 않고”라는 글을 게시한 뒤 유아인을 옹호한 한 작가의 글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이 글은 논란이 불거지자 현재 삭제된 상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